1990년대만 해도 샴푸나 퐁퐁 혹은 여름에 에어컨 등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들이 환경 오염을 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 그 결과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많이 상승했다. 이에 대해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7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불타는 미래, 멸종에 저항하다' 편이 방송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멸종 반란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또한 기후 위기에 저항하는 사람들 만나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불타는 미래, 멸종에 저항하다' 편을 연출한 이승민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 100년간 사라진 척추동물, 앞으로 20년 동안 사라질 것"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17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불타는 미래, 멸종에 저항하다' 편을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저도 기후 문제를 먼 미래 일처럼 느껴오다가 이번 방송을 통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또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이 문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저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이건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매년 6월들을 돌이켜 보면 항상 이상 기후에 대한 우려나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언제는 홍수, 언제는 가뭄, 언제는 또 장마가 왔고 또 언제는 태풍이 왔고요. 이렇게 매해 예측도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방송 예정일이 6월로 확정된 시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시의적절할까 고민 해봤어요. 기후 위기 이슈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우리 <시사 직격>에서 많이 다루지 않던 주제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 PD님은 기후 위기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아니요. 솔직히 저 정말 관심도가 딱 보통의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게 심각하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내 문제라고 생각은 안 했었는데 기후 위기를 알리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들 만나니 이야기가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기후 우울증부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후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기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찾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기후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위기 상황이 되게 심각하다는 걸 알고 그것 때문에 우울감이나 좌절감에 빠졌고 미래를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다가 이렇게 우울해하다가 끝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행동하게 된 활동가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전체 프로그램의 이야기가 기후 행동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이 되게 된 것 같습니다."

- 그럼 기후 우울증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이 개념이 나온 지 비교적 얼마 안 돼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점점 많아지고 있고 특히 기후 행동하는 분들한테 기후 우울감 얘기를 물어봤을 때 모두 이 개념을 알고 있더라고요. '다 겪어봤다. 그래서 내가 이 활동하는 거다'란 이야기들을 취재 중에 되게 많이 들었고 이게 이상 기후가 심각해지는 건 우리가 모두가 체감하게 하고 있고 이걸 위기로 인식하고 또 교육받은 세대가 내 미래는 어떡하냐나 앞으로 점점 살기 힘들어지면 어떡하냐라는 불안이나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 방송에 보면 기후 우울증 앓는 게 청소년이나 청년이라고 나오는 데 그 위는 없나요?
"청소년과 청년들이 대표적이기는 한데 이거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 교육받은 사람이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나타나는 우울감이 있다고 하고 기후 재난을 바로 앞에서 맞은 분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5월에 산불 피해자들이라든지 아니면 고기를 잡아야 되는데 고기가 옛날만큼 잘 안 잡히는 어민들이라든지 이런 사람들도 기후 우울증을 앓는데 이게 정확하게 기후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서게 된 건 얼마 안 된 거죠."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1TV

 
- 기후 우울증의 기준이 있나요?
"기준이라는 것도 좀 모호하기는 해요. 일반 우울증도 그런 것처럼 잠을 못 자기도 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면 기후 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방송에 보면 지금이 6번째 대멸종 위기라고 나오던데 어떤 건가요?
"지금까지 지구에서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게 대부분 소행성 충돌이나 지각 변동 같은 자연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한 건데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건 그런 자연 재난 때문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에 의해서 일어난 재앙을 뜻하는 말이래요. 그리고 지금도 너무 많은 수의 생물종이 급속도로 멸종하고 있고 이게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변화가 극심해졌잖아요. 현재 생물이 사라지는 규모나 속도가 앞선 5번의 대멸종기에 비견할 만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대요. 그래서 학계에서 이걸 6번째 대멸종이라고 규정을 하고 유력 언론에서도 이 표현을 쓰면서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는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얼마나 심각한가요? 솔직히 위기라고 하는데 잘 와닿진 않으니까 모르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이런 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과학자들이나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제일 먼저 감지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산업화 이전하고까지 비교할 만한 수치 자료는 없는데 지난 100년 동안에 거의 한 500종 이상의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이 사라졌는데 이와 비슷한 양이 향후 20년 정도 동안 사라질 것이고 그래서 100년 동안 사라진 정도의 양이 앞으로의 20년 동안 또 사라질 것이라는 게 지금 연구 결과로 나왔거든요. 엄청나게 속도가 증가한 거잖아요. 종이 사라지고 새로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 흐름이지만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사라진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다들 경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럼 생태계가 파괴되는 건가요?
"생태계가 변화되고 또 파괴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우리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금 이야기가 되고 있어요."

"5~6월 습한 시기 큰 산불, 이상 징후"

- 통영 앞바다에 고기들이 고갈되었다고 나와요. 수온 상승으로 어종이 바뀌어서 그런가요?
"이게 물고기가 고갈됐다는 건 사실 그 어민의 생각이고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대요. 그리고 물고기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어족 자원이 변화했다고 보기도 하거든요. 원래 낮은 수온에 살던 고기들이 수온이 상승되니까 다른 데로 이동하고 높은 수온에서도 살 수 있는 고기들로 바다 생태계가 좀 변화를 한 건데 어쨌든 결론적으로 수온 상승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준 건 맞습니다. 방송에서는 삭제됐는데 해양 산성화라는 요인도 있어요."

- 그게 뭐예요?
"이게 뭐냐면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많아지면서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 일부가 바다에 흡수가 된대요. 그러면 이게 산성화 효과 일으키고 해양을 산성화시켜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온실가스가 많아지면서 해양 생태계도 파괴되고 그 때문에 해양 생물들이 더 살아남기가 어려워지는 환경이 됐다고 학계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 왜 탄소 제로가 아닌 탄소 중립인가요?
"이게 탄소 배출량을 아예 제로 0 상태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모든 인간의 생활은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 대신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은 탄소 배출을 아예 중단할 수는 없으나 줄여나갈 것이며 그만큼 그 탄소를 흡수하는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목표거든요. 그게 탄소 중립의 개념인데 이게 방향성은 맞는 거죠. 다만 전 세계 기후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이걸 달성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있잖아요. 그 목표치를 더 높이고 이 탄소 중립을 더 빨리 달성하기 위해 목표 시점을 당기는 식으로 더 적극적인 노력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거예요."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1TV

 
- 보통 산불은 가을에 많이 나고 5~6월에 나는 건 이례적인 거죠?
"네 맞아요. 그게 가을도 그렇고 봄 같이 건조한 시기에 산불이 많이 나는데 5월, 6월에 산불이 나는 건 사실 이례적인 일이죠. 일반적으로 6월이 되면 땅도 촉촉해지고 나무들이나 풀들이 또 촉촉해지고 대기가 습해져서 불이 잘 안 붙잖아요. 그런데 지금 날씨가 더워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니까 5월, 6월 같이 습한 시기에도 산불이 좀 크게 나는 건 분명히 이상 기후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 아직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솔직히 이미 망가진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느냐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더 많은 사람이 기후 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정부에 요구해야지 뭔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럼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뭘까요?
"저는 이 개개인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들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정책으로 실제로 환경에 관심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정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인식하고 활동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정말 큰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정책이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기후 활동가 개개인의 활동도 원래 개인이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다가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정치인들을 압박하고 그런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고 정부에도 끊임없이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압박하는 그런 활동들을 해야 되는 것 같은데 이건 꼭 환경운동가가 아니어도 환경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일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정책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게 있을까요?
"기후 위기라는 공공의 문제는 우리 개개인이 먹고사는 문제나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진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심을 별로 갖지 않았던 분야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이 위기를 인지하고 누구보다 먼저 절박하게 행동하고 나선 활동가들을 보면 이게 우리 모두에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걱정과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왜 더 빨리 움직이지 않았을까나 왜 더 일찍 요구하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뭔가 작은 거라도 시도해보고 계속 관심을 갖는 게 참 중요하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 취재하며 어려웠던 건 뭔가요?
"사실 취재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건 이 기후 행동하는 분들 섭외하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저는 이분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분들이니까 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약간 기성 언론을 믿지 않으시더라고요. 그게 되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은데 이 기성 언론에서는 그냥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을 단순히 그냥 유난스럽게 악을 쓰는 모습만 그리려고 하지 진짜 우리가 되게 절박하다는 문제들을 다루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메시지의 맥락을 해친다 이런 좀 의심이 있으셔서 상당히 이제 신중하게 저희랑 취재를 응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 보면 이 환경 이슈를 지금까지 보도해 온 그런 기성 언론들 대형 언론들의 보도가 어땠는가를 좀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그게 제가 정말 넣고 싶었는데 못 넣었던 게 정의로운 전환 이야기예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노조 분들을 저희가 만났거든요. 그분들은 거의 한 20년 넘게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굉장히 안 좋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도 자부심 가지고 열심히 일했던 분들인데 어느 순간에 기후 악당이라는 이름을 얻고 어느 순간부터 화력발전소 앞에 와서 발전소 없애라는 시위들이 생겨나고 그런 과정에서 발전소들이 없어질 때 느꼈던 무력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시면서 좀 더 환경친화적인 산업 구조로 가는 건 너무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는 데는 동의를 한다는 거에요.

근데 그렇게 산업 구조가 전환이 될 때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미리미리 그 전환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게 그 문제를 즉시하고 빨리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얘기 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저희가 원래 환경부 인터뷰도 MC와 토크라는 부분을 저희가 기획하고 있었는데 그게 약간 시간과 장·차관의 일정 문제도 있고 그래서 이게 불발이 됐어요. 섭외가 안 돼서 이 부분이 통째로 빠지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너무 아쉬운 부분이고 나중에 한번 꼭 다루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이승민 시사 직격 기후 위기 멸종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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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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