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영화 포스터

▲ <모어> 영화 포스터 ⓒ 익스포스 필름


모어는 MORE고 毛魚다
나는 나를 남성이나 여성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있고 없고
그저 인간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로서
아름답고 끼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털 난 물고기 모어> 중에서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드래그 아티스트, 모델, 안무가, 에세이스트, 성소수자인 모지민씨는 지난 4월 출간한 에세이집 <털 난 물고기 모어>의 첫 머리에 스스로를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인 '모어('더'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MORE')'이자 털 난 물고기 '모어(毛魚)'라 지칭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아티스트 모어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작품이다. 연출은 일본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 권투부 학생들의 성장기를 그린 <울보 권투부>(2015)와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는 시민모임 키운터스에 초점을 맞춘 <카운터스>(2018)를 만든 바 있는 이일하 감독이 맡았다. 그는 우연히 드래그 퀸 메이크업을 한 모어의 사진을 보고서 완전히 매료되어 그 '미친 아름다움'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모어>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힌다.

"영화는 모어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펼치는 드래그 쇼이자, 자신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탄원서다. 연출자로서 언제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 아티스트의 성장담을 뮤지컬과 다큐멘터리 형식적 틀 안에서 새롭게 표현해보고자 했다."

최고의 드래그 퀸으로 불리다
 
<모어> 영화의 한 장면

▲ <모어> 영화의 한 장면 ⓒ 익스포스 필름

 
영화는 모어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부모님, 남편 제냐, 모어가 존경하는 영화 <헤드윅>의 감독 겸 배우 존 캐머런 미쳴, 학창 시절 선생님과 동창 등으로 부터 듣는다.

모어는 22세 나이에 이태원 클럽 '트렌스'에서 드래그 쇼를 시작해 20여 년 동안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최고의 드래그 퀸으로 불렸다. 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패션쇼 런웨이 모델, 뮤지컬 배우, 안무가, 에세이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전방위적으로 드러냈다. 

모어는 천부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차별과 혐오, 사회적 제지와 폭력 속에서 살았다.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꿈은 여성성을 버리라는 폭언과 함께 폭력을 행사한 대학교 선배로 인해 좌절당하고 말았다. 군대에선 커밍아웃하자 강압적인 격리 조치를 당했고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병무청에서 지정한 정신병원에 입원 조치까지 되었다. 모어는 영화에 담긴 자기 모습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아(모어)와 결국 멸망해가는 현실(모지민)의 충돌"이라 설명한다.

<모어>는 아티스트 모어의 현재를 전통적인 휴먼 다큐멘터리 촬영 방식으로 보여준다. 반면에 모어의 과거는 음악과 안무를 결합한 뮤지컬처럼 표현한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OST는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 기능한다. 이랑의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아이러니를 의미하고 '너의 리듬'은 "그게 너의 리듬"이라는 가사 그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삶의 리듬을 가져도 좋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있나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신의 놀이'는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모어의 심경이 투영되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을 미화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은 모어의 바람이 실제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에 울리는 이랑의 '가족을 찾아서'는 모어를 통해 이상적인 가족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내 안에 있는 그 집을 찾아서
내가 살고 싶은 그 집을 찾아서
내가 사랑할 그 집을 찾아서
내가 되고 싶은 그 가족을 찾아서 

'가족을 찾아서' 중에서

 
<모어> 영화의 한 장면

▲ <모어> 영화의 한 장면 ⓒ 익스포스 필름

 
<모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모어'의 인생과 내면, 그를 둘러싼 우리 사회를 흥미로우면서 입체적인 관점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자신을 억누르는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인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타고난 끼를 펼치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모어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어는 <모어>가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임을 강조한다.

"영화 <모어>는 퀴어 영화가 아니고 인간 모어, 모지민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다. 그래서 퀴어 영화로 국한되어 규정되기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 퀴어, 퀴어가 아닌 모든 분들이 꼭 봐야 하는 영화이고 인간 모지민이 얼마나 이 변방에서 애를 쓰며 살아가는가, 얼마나 아름답게 끼를 덕지덕지 하염없이 바르며 살아가는가에 집중해서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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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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