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상상 실현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잔나비의 모습

'2022 상상 실현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잔나비의 모습 ⓒ 이현파(직접 촬영)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2022 상상 실현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2014년 춘천 상상마당 개장 이후 쭉 열려온 이 페스티벌은 코로나 19를 지나 3년 만에 정상 개최되었다. 잔나비, 카더가든, 나상현씨밴드, 오존, PL, 보수동쿨러, 사공, 차빛나 등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이 무대에 섰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즐기는, '제대로 된 페스티벌'이었다. 떼창은 물론 주류와 맛난 음식 역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아티스트들 역시 화색을 띠고 있었다. 특히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 밴드 잔나비는 5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80분으로 늘렸다. '순도 100%의 행복을 느꼈다.'라고 말한 보컬 최정훈은 관중석에 들어가 팬들의 손을 잡았고, 공식 엔딩곡인 'What's Up'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무대 위를 활보했다. 

이 날, 밴드 칵스(The Koxx)를 거쳐 '불고기 디스코'의 보컬로 활약하고 있는 이현송씨를 우연히 이동 중에 만났다. 그는 가득 모인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죠.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나의 지인들은 춘천 백양리에서 열리는 '디 에어 하우스(The Air House)' 페스티벌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친환경 뮤직 페스티벌'을 표방한 이곳에서, 관객들은 전자 음악에 맞춰 자유로운 춤을 췄다. 

각양각색 페스티벌, 장르도 콘셉트도 다양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의 2차 라인업 포스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의 2차 라인업 포스터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팬데믹 이후 오랫동안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던 풍경들이 돌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전국에서 축제와 공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뮤직 페스티벌 뿐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축제에서 걸그룹 (여자) 아이들의 'TOMBOY'를 떼창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겼는지를 깨닫게 된다.

지난 5월,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과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6월에는 피크 뮤직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오는 6월 25일과 26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파크 뮤직 페스티벌', 7월에는 미국 래퍼 다베이비(Dababy)가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제이림 슈퍼노바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 노들섬에서 펼쳐지는 스마일러브위켄드는 김현철과 빛과소금 등 시티팝 열풍으로 재조명받은 베테랑, 그리고 수민, 유키카, 안예은, 우예린 등 젊은 뮤지션들이 모두 출동한다. EDM 페스티벌인 송크란과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8월에는 3년 만에 오프라인 형태로 개최되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록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인디록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등의 해외 뮤지션을 비롯, 자우림과 넬, 세이수미, 이승윤, 크랙샷 등 다수의 국내 뮤지션이 참여한다. 3천 장의 블라인드 티켓, 7천 장의 1차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장소와 장르, 시기에 따라 페스티벌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이 차이를 만끽하는 것 역시 재미다. 가을에는 가평에서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이 연이어 열린다. 2018년과 2019년에 음악 팬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도 다시 강원도 철원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페스티벌을 기다린 이유

우리보다 1년 정도 앞서 페스티벌을 개최한 영미권과 유럽에서도 수많은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과 스페인 프리마베라 등 초대형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영국 서머싯에서 세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가 펼쳐진다. 폴 매카트니와 켄드릭 라마, 빌리 아일리시 등이 참여하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집결할 예정이다.

팬데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년, 일부 미래학자나 석학들은 코로나 백신 개발 이후에도 언택트 공연이 '뉴 노멀'로 자리 잡으리라 예측했다. 기술이 모든 것을 구원하리라는 믿음이었을까. 물론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온라인 - 오프라인 공연의 결합 가능성을 보았고,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진 다양한 실험을 보아 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대면 공연과 페스티벌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미래학자들의 관성적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술은 아티스트와 관객의 상호 작용을 대체할 수 없었다. 

반면 뮤직 페스티벌은 가장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현장이다.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끈끈한 유대를 확인한다. 어떤 위계나 구분 없이, 인간의 욕구를 건전하게 표출하고 확장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상징되는 폐쇄의 세계는 끝났다. 거리두기가 멈춰 놓았던 세계에 모처럼 확장의 바람이 불고 있다. 팝가수 핑크(P!nk)의 노래 'Raise Your Glass'처럼, 잔을 높이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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