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최수종과 하희라부터 장동건과 고소영, 현빈과 손예진까지 연예인부부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커플로 출연했다가 실제 결혼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다. 특히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는 결혼 후에도 201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또 다시 부부 사이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는 실제로 아무 사이도 아닌 배우들이 작품 속에서 진짜 부부와 같은 눈부신 연기호흡을 선보이며 대중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배우들이 바로 최불암 배우와 김혜자 배우다. 최불암-김혜자 배우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 2개월 동안 1088부에 걸쳐 인기리에 방송됐던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회장 부부로 출연했는데 두 배우는 연기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실제로 <전원일기>가 인기리에 방영되던 1980~1990년대에는 두 배우가 진짜 부부라고 착각한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실제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진짜 부부 또는 연인 사이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발군의 연기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들은 최불암-김혜자 배우 말고도 또 있다. 지난 2005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오감도-끝과 시작> <댄싱퀸>까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엄정화 역시 뛰어난 연기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댄싱퀸>은 전국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석훈 감독의 첫 흥행작이 됐다.

<댄싱퀸>은 전국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석훈 감독의 첫 흥행작이 됐다. ⓒ CJ ENM

 
최근 세 작품으로 2000만 관객 돌파한 감독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석훈 감독은 선배 감독들의 연출부와 조감독으로 경험을 쌓다가 2001년 단편영화 <순간접착제>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이석훈 감독은 2006년 왕따 고등학생의 파란만장한 하루를 다룬 봉태규 주연의 장편데뷔작 <방과 후 옥상>을 연출했다. 하지만 <방과 후 옥상>은 1987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3시의 결투>를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전국 89만 관객에 그쳤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석훈 감독은 2007년 <내 이름은 김삼순>과 <너 어느 별에서 왔니>로 주가를 올리던 정려원이 다중인격을 연기한 <두 얼굴의 여친>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석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두 얼굴의 여친> 역시 전국 76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두 편의 영화가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한 이석훈 감독은 5년 동안 철치부심하며 차기작을 준비했고 2012년 세 번째 장편영화 <댄싱퀸>을 연출했다.

연기로 보나 흥행으로 보나 영화계에서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는 배우 황정민과 엄정화를 캐스팅한 <댄싱퀸>은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댄싱퀸>은 심한 폭력이나 과한 욕설 없이도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담긴 영화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연출과 함께 <댄싱퀸>의 각본도 직접 쓴 이석훈 감독은 6년 전 <방과 후 옥상>의 표절시비와 흥행실패로 얻은 불명예를 씻을 수 있었다.

<댄싱퀸>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이석훈 감독은 2년 후 곧바로 차기작을 선보였다. 손예진과 김남길, 유해진 등이 출연해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작 <명량>과 맞붙어 860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선전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다. 두 편의 영화를 연속으로 흥행시킨 이석훈 감독은 2015년 <댄싱퀸>의 히어로(?) 황정민과 재회해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말라야>를 만들어 또 다시 7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장편 데뷔 후 첫 두 작품에서 200만 관객을 채 모으지 못했던 이석훈 감독은 <댄싱퀸>과 <해적>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세 작품을 통해 무려 2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일약 흥행감독으로 떠올랐다. <히말라야> 이후 6년 넘게 신작 소식이 없었던 이석훈 감독은 작년 6월 현빈과 유해진, 임윤아 등과 함께 전편에서 780만 관객을 기록했던 <공조>의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 촬영을 마치고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엄정화에게 백상 최우수연기상 안긴 영화
 
 엄정화(오른쪽)와 황정민은 <댄싱퀸>에서 마치 실제 부부 같은 발군의 연기호흡을 과시했다.

엄정화(오른쪽)와 황정민은 <댄싱퀸>에서 마치 실제 부부 같은 발군의 연기호흡을 과시했다. ⓒ CJ ENM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함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부부생활과 육아에 인생의 포커스를 맞출 수 밖에 없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은 자연스레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 후 잊고 지냈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면 현실과 이상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영화 <댄싱퀸>은 서울시장 출마기회와 걸그룹 데뷔기회를 얻은 부부를 통해 기혼자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충무로에서도 손에 꼽히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황정민은 워낙 험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의 조화보다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원맨쇼'에 특화된 배우였다. 하지만 유독 엄정화를 만나면 마치 오랜 콤비를 만난 것처럼 뛰어난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는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순박한 변호사 정민을 연기했던 <댄싱퀸>에서도 잘 나타났다(<댄싱퀸>에서는 황정민과 엄정화, 이한위가 본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지금은 통합창원시가 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황정민은 <댄싱퀸>에서 구수한 고향사투리를 구사하며 편안한 연기를 선보였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했던 대사 "서울턱별시"가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도 황정민이 실제 '경상도 사투리 원어민'이기 때문이다. 황정민은 <댄싱퀸> 이후 곧바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에 출연해 전혀 다른 억양의 전라도 여수 사투리를 구사하는 캐릭터 정청을 연기했다.

90년대 최고의 여성솔로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엄정화는 2000년대부터 가수 활동보다 연기활동에 전념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댄싱퀸>에서 대학시절 '신촌 마돈나'로 불리던 댄스가수 지망생 정화를 연기하며 시장후보 아내와 걸그룹 연습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엄정화는 <댄싱퀸>을 통해 2012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 엄정화'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댄싱퀸>은 정민이 가상의 정당 민진당의 서울시장후보에 도전하는 경선과정과 정화가 걸그룹 '댄싱퀸즈'의 멤버로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정민은 상대후보의 계략에 큰 위기에 빠져 후보사퇴를 결심하지만 정화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감동적인 연설로 당내 중진의원들을 제치고 민진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정민이 정화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장면까지만 나오고 본선 선거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오디션도 함께 출전한 정화의 베스트 프렌드
 
 라미란이 연기한 명애(오른쪽)는 가수로 데뷔한 절친의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자처한다.

라미란이 연기한 명애(오른쪽)는 가수로 데뷔한 절친의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자처한다. ⓒ CJ ENM

 
개그맨으로 데뷔했다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2019년에는 윤제균 감독의 <영웅>에서 안중근을 연기했던 정성화는 <댄싱퀸>에서 민진당 초선의원 종찬 역을 맡았다. 종찬은 민진당이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스타변호사로 떠오른 친구 정민을 정계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정치적 야욕을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 정민이 밀가루 테러를 당했을 때는 가장 먼저 앞으로 나와 정민을 보호했다.

정민에게 종찬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다면 정화에게는 <슈퍼스타K> 오디션에 함께 참가할 정도로 친한 친구 명애(라미란 분)가 있다. (이 장면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배우는 당시 실제 <슈퍼스타K> 심사위원이었던 이효리와 길이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때로는 정화의 스타일리스트 역할도 겸하는 명애는 친구의 일에 함께 웃고 울어주는 정화에게는 둘도 없는 막역지우다.

정화가 속한 걸그룹 댄싱퀸즈에는 콜로라도 출신의 교포 라리(오나라 분)가 있다. 라리는 뒤늦게 들어온 정화에게 앞장서서 텃세를 부리지만 알고 보니 라리는 콜로라도가 아닌 전남 목포출신이었다. 그리고 정화가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정화를 언니라고 부르며 친해진다. <댄싱퀸>은 뮤지컬에서 활동하던 배우 오나라가 본격적으로 활동무대를 드라마와 영화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을 때 출연했던 초창기 작품이다.

<댄싱퀸>에는 오늘날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스타배우의 조·단역 시절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배우가 영화 <동주>와 <그것만이 내 세상>, 드라마 <지옥> 등에서 발군의 연기를 뽐낸 박정민이다. 박정민은 <댄싱퀸>에서 금발 머리로 각종 배달업에 종사하는 '뽀글이'(실제 영화 속 박정민의 배역 이름)로 출연했다. 박정민은 7년 후 영화 <시동>에서도 비슷한 머리스타일의 캐릭터 택을을 연기했다(물론 <시동>에서는 주연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댄싱퀸 이석훈 감독 엄정화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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