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옥동 삼춘과 동석의 포스터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옥동 삼춘과 동석의 포스터 ⓒ tvN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여러 주인공들의 굴곡진 삶이 진한 감동을 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답게 대부분의 대사가 제주어 그대로 나와 재미를 줬고, 아름다운 풍광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옥동 삼춘(김혜자 분)과 동석(이병헌 분)의 관계였다. 엄마와 아들이지만 극중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았다. 특히 동석이 가진 엄마에 대한 미움은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야 풀릴 정도로 골이 깊었다. 

옥동 삼춘은 남편이 죽자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간다. 옥동 삼춘은 아들에게 자신을 '작은(족은) 어멍'이라 부르게 하고 싫다고 하는 아들의 뺨을 수차례 때린다. 동석은 그 집에서 본처 아들들에게 매를 맞으며 자라고, 엄마가 아빠 친구와 함께 자는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 동석이 엄마를 보고도 모른척하며 미워하게 된 이유이다. 

김혜자 배우조차 드라마 메이킹 필름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할 정도로 옥동 삼춘의 삶은 비정상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제주 문화를 알면 옥동 삼춘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삼 첩·사 첩도 흔했던 제주의 첩 문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에서 옥동 삼춘은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가면서 동석에게 자신을 '작은 어멍'이라고 부르게 한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에서 옥동 삼춘은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가면서 동석에게 자신을 '작은 어멍'이라고 부르게 한다 ⓒ tvN 화면캡처

 
과거 육지에서는 양반이나 돈 있는 사람만 축첩을 했지만, 제주에서는 '첩'이 흔했다. 실제로 제주를 배경으로 한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주인공 양병태(김영철 분)의 아버지 (최정훈 분)도 첩이 무려 다섯 명이었다. 

제주에서 첩이 흔한 이유는 '삼다도'라는 말처럼 '여자'가 많고 남자가 귀했기 때문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뱃일을 하다가 강제 징용 또는 학살 등으로 죽은 남자가 많아 여자들이 재혼하거나 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제주는 '아들'에 대한 애착이 심한 곳이다. 아들을 낳기 위해 본처의 양해 하에 첩을 얻는 일도 많았다. 자식이 없는 여성들은 아들을 얻기 위해 일부러 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육지와 달리 제주에서는 본처와 첩과의 차별이 크지 않았다. 본처의 자녀들은 첩에게 '족은 어머니(어멍)'이라고 부르고 첩의 자식들은 본처를 '큰 어멍'이라고 했다. 

제주에서는 남편이 첩을 얻어 딴살림을 차려 살아도 명절이나 제사 등은 본처가 사는 집에서 함께 지낸다. 특히 본처나 첩이 사망했을 때는 처첩의 자녀 구별 없이 모두 상주가 된다(제주도 여성 문화에 관한 고찰,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박정희. 2004년).

이런 제주의 독특한 '첩' 문화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70대가 넘은 도민들 사이에서는 흔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사는 마을에도 몇 집 남아 있다. 

아들을 사랑해서 첩이 됐던 엄마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옥동 삼춘은 자신은 미친년이라 미안함을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옥동 삼춘은 자신은 미친년이라 미안함을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 ⓒ tvN 화면 캡처

 
<우리들의 블루스> 마지막 회에서 동석은 엄마인 옥동 삼춘에게 '자신에게 미안한 줄은 아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러자 옥동 삼춘은 동석이에게 자신이 '미친년'이라 미안함을 모른다고 답한다.

옥동 삼춘은 그저 자식이 밥 세끼 먹고 학교만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갔다. 본처의 병시중을 들고 자식이 본처 자식들에게 맞는 것을 모른 척하며 버텼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친 짓'었다는 것을 토로한 셈이다.  

드라마와 제주의 현실에 차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첩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 스스로 밭일과 물질을 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곳이 제주이고, 악착같이 사는 해녀들이 많은 이유이다. 

하지만 옥동 삼춘이 동석이 돈을 벌겠다고 했음에도 첩이 된 이유가 있었다. 물이 무섭다는 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갔다가 딸이 죽으면서 바다가 겁이 나 더는 삶에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

물질을 하지 못해 더는 경제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해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가서라도 자식을 굶기지 않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빚어낸 모진 삶이었다. 

옥동 삼춘에게 동석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대부분의 첩들이 따로 살림을 차리는 경우와 달리 본처의 병시중을 드는 악조건에서도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간 것도 동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옥동 삼춘을 끌어 안고 우는 동석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옥동 삼춘을 끌어 안고 우는 동석 ⓒ tvN 화면 캡터

 
아들이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말에 옥동 삼춘은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하고 잠시 누웠다가 죽는다. 옥동 삼춘이 누구를 위해 그 모진 삶을 살아왔는지 그 이유를 마지막까지 보여준 것이다. 

동석은 죽은 옥동 삼춘을 안고 자신은 힘들어도 자식만큼은 행복하길 바라는 어멍의 마음을 그제야 이해한 듯 오열한다. 

제주에서는 힘 좋은 남자들은 뱃일하다가 죽고, 똑똑한 남자들은 일본 놈에게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당시 제주 어멍들은 집 안의 모든 재산을 팔아 자식들을 일본으로 밀항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에 유독 재일교포가 많은 이유다. 

<우리들의 블루스>은 척박한 섬에서 자식만을 위해 힘들게 살아온 제주 어멍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옥동 삼춘을 연기한 김혜자씨를 보면서 그녀가 왜 '대배우'인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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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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