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이던 1999년 잡지모델로 데뷔한 김효진은 2000년 원빈, 김민희와 함께 PCS 광고에 출연하면서 밀레니엄 시대를 대표하는 'N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다. 김효진은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드라마 및 시트콤 출연작만 8편이었을 정도로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동료배우 유지태와 결혼한 김효진은 2020년 드라마 <사생활>로 복귀하기까지 매우 긴 공백기가 있었다(드라마 기준).

걸그룹 슈가 출신의 배우 박수진도 마찬가지. 연기자 변신 후 <꽃보다 남자>와 <선덕여왕>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던 박수진은 2010년 10월부터 <테이스티 로드>의 MC를 맡아 시즌6까지 4명의 파트너를 바꿔가며 진행을 맡았다. 하지만 박수진은 시즌6가 방송되던 2015년 7월 '욘사마' 배용준과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후 두 아이를 출산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예계 활동은 중단한 상황이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결혼을 하는 여성배우들이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지난 2013년 배우 이민정이 국내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대형스타 이병헌과 결혼했을 때도 이민정의 활동이 급격히 뜸해지면서 '내조'에 집중할 거라고 예상한 대중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민정은 결혼 후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김현석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였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전국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현석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였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전국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여성배우 

성균관대에서 연기예술학을 전공한 이민정은 우연찮은 기회에 장진 감독 원작의 연극 <택시드리벌>과 <서툰 사람들>에서 여주인공 유화이를 연기했다. 이때 장진 감독의 눈에 띈 이민정은 장진 감독이 연출한 <아는 여자>에서 (PPL 제품을 소개하는) 이나영의 친구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민정이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작품은 2009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였다.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 분)의 약혼녀 하재경을 연기한 이민정은 드라마 중반에 투입됐음에도 주인공 금잔디(구혜선 분)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꽃보다 남자> 종영 후 <그대 웃어요>를 통해 주연 신고식을 치른 이민정은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와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를 거쳐 2010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출연했다.

이민정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희중을 연기하며 색다른 매력을 뽐냈고 김현석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였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전국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1년 김희애, 장혁과 함께 드라마 <마이더스>에 출연한 이민정은 2011년 영화 <원더풀 라디오>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2012년 공유, 수지와 함께 출연한 드라마 <빅>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2013년 신하균과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 출연한 이민정은 2013년 8월 1년의 열애 끝에 슈퍼스타 이병헌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민정은 결혼 후 활동이 뜸해질 거란 우려와 달리 2014년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했고 2015년에는 아들을 출산했다. 이민정은 출산 후에도 2016년 <돌아와요 아저씨>, 2018년 <운명과 분노>에 잇따라 출연하며 결혼과 출산은 여성배우의 커리어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2020년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처음으로 KBS 주말드라마 주연을 맡은 이민정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시청률 35%로 이끌었다(닐슨코리아 기준). 그리고 이민정은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원더풀 라디오> 이후 10년 넘게 영화출연이 뜸했던 이민정은 작년 3월 권상우, 오정세와 함께 영화 <크리스마스 선물> 촬영을 마쳤고 내년에는 유지태, 곽도원, 이범수와 드라마 <빌런즈>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부족한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회사
 
 20대 후반의 나이에 주목 받기 시작한 이민정은 2010년대 초반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주목 받기 시작한 이민정은 2010년대 초반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 공동경비구역JSA > 등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연출하는 영화 각본 대부분을 직접 쓰는 김현석 감독은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김현석 감독의 능력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도 잘 나타났다. 멜로영화와 코미디 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 김현석 감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사람이 좋아하는 이성과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필요하다. 사실 외모나 능력, 재산 등 겉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말솜씨와 고백을 해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 등은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라노'라는 회사는 이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출 수 있도록 고객들을 돕는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늦깎이 스타 이민정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출연한 영화인 만큼 이민정이 연기한 '희중'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 있게 그려진다. 그것도 노련하게 두 남자 사이에서 마음을 흔드는 '어장관리녀'가 아닌 원래 가지고 있는 매력만으로 병훈(엄태웅 분)과 상용(최다니엘 분)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 잡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못 피는 담배 한 모금을 얻어 피운 후 상용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든다.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희중 쪽으로 몰아주다 보니 박신혜가 연기한 민영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썩 크지 않다(실제로 당시 박신혜는 <미남이시네요>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영화 내내 병훈이 사적인 감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민영은 마지막 장면에서 연극계로 돌아간 병훈을 찾아가 철빈(박철민 분)과 함께 병훈을 사로잡기 위한 '연애조작'을 시작한다.

2010년 추석시즌에 개봉해 <무적자> <해결사> <퀴즈왕> 등을 제치고 2010년 추석 극장가의 승자가 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2013년 제목을 뒤집어 <연애조작단; 시라노>라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됐다. 하지만 이종혁과 최수영, 이천희 등이 출연하고 tvN 월화 드라마로 편성된 <연애조작단; 시라노>는 최종회 시청률 0.6%를 기록하며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쓸쓸히 종영했다.

프롤로그를 장식한 송새벽과 류현경
 
 <시라노; 연애조작단> 초반의 웃음지분은 류현경(왼쪽)과 송새벽이 책임진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초반의 웃음지분은 류현경(왼쪽)과 송새벽이 책임진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시라노'라는 회사의 성격과 운영방식을 관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카페직원 선아(류현경 분)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현곤(송새벽 분)의 이야기를 프롤로그처럼 짧은 호흡으로 보여준다. 스피디한 전개와 완벽한 타이밍으로 현곤이 선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중에 바람을 피우다 정체를 들킨 현곤은 선아의 친구 소윤(이미도 분)에게 크게 혼이 난다.

트레이드 마크인 금강 하류쪽 사투리를 구사하며 어눌한 말투로 '시라노'의 지시를 받아 선아에게 다가가는 현곤 역의 송새벽은 출세작인 <방자전>이 개봉한 지 3개월 만에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출연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송새벽이 대사를 하거나 몸짓을 할 때마다 웃을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송새벽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난 2010년 10월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에도 출연했다.

송새벽이 변학도 역을 맡았던 <방자전>에서 향단이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류현경도 2010년 한 해 동안 <방자전>과 <시라노; 연애조작단> <째째한 로맨스>에 출연하며 8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다소 도발적인 캐릭터였던 <방자전>의 향단이와 달리 류현경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청순 가련한 카페직원 선아를 연기하며 영화 초반 많은 남성관객들을 설레게 했다.

이대연이 희중의 외삼촌이었던 설교가 유난히 긴 목사, 김지영이 희중과 친한 와인바 사장으로 특별 출연한 가운데 권해효는 펀드매니저인 상용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채업자 권사장을 연기했다. 권사장은 상용이 희중에게 고백하는 바다에 찾아와 상용을 괴롭히지만 군인으로 분장한 철빈에게 속아 경찰에 잡혀간다. 권사장은 악랄한 사채업자이면서도 '사랑의 열매' 뱃지를 단 개량한복 패션이 묘한 이질감을 줬던 캐릭터였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 이민정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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