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편집자말]
매 순간이 참 애틋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의 독특한 드라마였다.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이야기 없이 각 인물들의 사연이 따로따로 그려지면서 다양한 삶의 장면들이 화면을 채웠다. 마지막 회에서야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체육대회를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말하고자 했던 건 결국엔 '연결'이었음을 말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물들은 오해했던 마음들을 연결했고, 인정하기 싫었던 자기 자신의 마음과 연결되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신을 주장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연결됐다.

드라마의 각 에피소드 제목이 모두 '○○와 ○○' 였던 것도 '연결'을 말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우리들의 블루스>가 알려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방법들을 돌아본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말하고자 했던 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아니었을까.

<우리들의 블루스>가 말하고자 했던 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아니었을까. ⓒ tvN

 
짐작하지 않고 물어볼 때
 
물을 수 있을 때 물어. 따질 수 있을 때 따지고. 나한테 미안한 적은 없었나. 자식인 날 사랑한 적은 있냐. 왜 내가 맞고 있을 때 보호해주지 않았나 다 물어. 나중에 더는 궁금한 거 하나 없게.
 
18회 선아(신민아)는 평생을 미워했던 어머니 옥동(김혜자)이 암에 걸린 걸 알고 방황하는 동석(이병헌)에게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마음은 직접 묻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선아의 이 말은 심리학자들이 타인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로 꼽는 '나는 너를 잘 모른다'라는 태도를 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때문에 묻지 않고 추측하는 것은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물들은 선아의 이 말을 실천하면서 진심을 연결해간다.
 
1회 은희(이정은)와 한수(차승원)의 사연에서 은희는 친구들에게 한수가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하지만 분노 끝에 진심을 묻고 한수는 이렇게 답한다.
 
어린 시절 나에 대해 남아 있는 좋은 추억 돈 때문에 망쳐버리고 싶지가 않았어.

이렇게 묻고 답한 후 은희는 자신이 지레 짐작으로 한수를 대했음을 후회한다. 그리고 둘은 진심 어린 문자들을 주고 받으며 단단한 우정을 확인한다.

13회-14회에 방송됐던 미란(엄정화)과 은희의 사연도 그랬다. '베프'라 하면서도 마음 한켠 미란을 미워하고 지냈던 은희는 그 마음을 들킨 후 우정에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묻고 답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은희는 용기를 내 미란을 찾아간다. 미란 역시 "니가 진짜 의리 있는 년이라면 서운하다 상처받았다 말했어야지"(14회) 라며 은희를 받아준다. 그렇게 묻고 답한 이 날 은희는 미란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미란은 자신의 철없는 행동이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당연히도 둘의 의리는 더 강해진다.
 
19-20회에서 그려졌던 동석과 옥동도 마찬가지였다. 선아의 조언에 따라 옥동에게 묻기로 작정한 동석은 옥동과 함께 목포 여행길에 오르고 질문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옥동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살아왔음을,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옥동과 동석은 연결된다.
  
 동석은 옥동에게 "왜 그랬냐" 따져 묻고, 결국 옥동의 진심과 연결된다.

동석은 옥동에게 "왜 그랬냐" 따져 묻고, 결국 옥동의 진심과 연결된다. ⓒ tvN

 
인정하기 싫은 나의 마음을 수용할 때
 
하지만, 종종 우리는 물어도 말해주고 싶지 않은,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나의 모습을 지닌 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옥동의 동석에 대한 마음이 그랬고, 영옥의 영희(정은혜)에 대한 마음이 그랬다.
 
영옥은 정준(김우빈)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영희의 존재를 숨긴다. 정준이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심각해지지 말자'며 선을 긋고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영희의 존재를 들켰을 때 영옥은 정준을 더 쌀쌀맞게 대한다(14회). 영옥의 이런 태도는 장애를 지닌 언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희에 대한 자신의 양가감정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면도 크다.
 
영옥은 영희를 사랑하면서도 힘들고 부담스런 존재로 여긴다. 실제로 영옥은 영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그리곤 이런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수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희가 푸릉에 오고, 결국 영옥은 양가적인 감정들을 행동으로 내보이고 만다. 살갑게 대하다가도 갑작스레 쌀쌀맞아지는 영옥의 모습을 정준은 다 지켜본다.
 
영희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린 날, 영옥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토해낸다. 16회 "억울해. 왜 나한테 저런 언니가 있는지 억울해"라며 쏟아낸 영옥의 마음을 정준은 아무런 말 없이 꼭 안아서 받아준다. 아마도 이때 영옥은 자신의 마음을 수용했을 것이다. 양가감정을 느껴도 괜찮고, 장애가 있는 언니를 힘들어해도 괜찮다는 것을 수용 받은 순간, 영옥은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때문에 영옥은 다시 시설로 돌아간 영희에게 편안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마음과 연결된 영옥은 정준과도 '심각한' 관계로 나아갈 용기를 내고, 정준의 부모님께 인사도 드린다(19회). 정준의 부모는 "부모 없이 혼자서 장애 언니 거두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게. 느가 고생이 많았어"라고 영옥의 힘든 마음을 보듬어준다. 이런 수용의 경험으로 인해 영옥은 자기 자신은 물론, 정준과 영희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과 더 깊게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될 때
 

한편, 10대에 부모가 된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은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주변을 연결 시킨다. 임신은 이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영주와 현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7회).
 
니네 아빠가 아무리 화내도 잘못했다는 이야기, 실수했다는 이야기 하지마. (영주)
안해. 그렇게 말하면 우리 사랑이 죄가 되고 우리 애기가 실수가 돼. (현)

스스로를 존중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꾼다. 친구들은 둘의 선택을 응원하고, 학교도 임신한 영주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결국엔 완강했던 아버지 호식(최영준)과 인권(박지환)의 마음도 움직인다. 두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아이들의 태도를 통해 중요한 건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9회 "우리 애들이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지켜주자는데 합의한다. 이렇게 합의하면서 호식과 인권은 서로 지녔던 오래된 미움을 풀어내고 다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이처럼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때, 다른 이들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존중의 태도들은 또 다른 연결을 낳는다.
 
 영주와 현은 엄마 아빠가 되기로 한 자신들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존중하고, 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주와 현은 엄마 아빠가 되기로 한 자신들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존중하고, 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 tvN

   
사랑한단 말도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 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20회, 동석)

마지막 회 동석은 어머니 옥동을 끌어안고 이렇게 독백한다. 아마도 우리가 평생 바라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미워하는 마음은 '더 사랑하고 화해하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또한, 외면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들은 그만큼 더 간절히 알아봐 주고 다독여줘야 하는 마음들일 테다. 이 마음들과 연결되는 방법을 <우리들의 블루스>는 보여주었다.
 
짐작해서 판단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물어봐 주며, 어두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스스로가 삶의 주체임을 잊지 않을 때 우린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각자의 오롯한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함께 어울려 '블루스'를 추며 온기와 생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연결시킨 마음들의 여운이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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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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