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드 가이즈> 포스터

영화 <배드 가이즈> 포스터 ⓒ UPI 코리아

 
금고 비밀번호 푸는 선수 스네이크, 해킹 전문 기술자 타란툴라, 천의 얼굴을 가진 변장의 대가 샤크, 용감하고 씩씩한 천방지축 싸움꾼 피라냐, 그리고 작전 설계하는 리더 울프까지 자타공인 '나쁜 녀석들'이 은행에서 돈을 갈취한 후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들은 애초에 인기와는 거리가 먼 괴짜들인데 생긴 대로 살아가는 걸 즐기는 모양새다. 

아지트로 돌아와 TV를 보며 언론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얼마나 극악무도하다고 할지, 즉 얼마나 '칭송'할지 지켜 보는데 폭스 주지사가 나와선 나쁜 녀석들이 한물 간 2류 범죄자일 뿐이라 딱하다고 말한다. 이에 울프는 발끈한 듯 또 다른 범죄를 설계하려 한다. 모두 탐탁치 않아 하는 가운데, 올해의 착한 사마리아인에 기니피그 마멀레이드 박사가 뽑혔다는 걸 알게 된다.

울프와 친구들은 착한 사마리아인 시상식이 있는 미술관으로 향하며 무대 커튼 뒤에 있는 황금 돌고래를 갈취하는 작전을 세운다. 삼엄하기 이를 데 없는 보안을 뚫고 황금 돌고래를 갈취하는 나쁜 녀석들, 하지만 탈출 직전에 울프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경찰에 잡히고 만다. 그때 마멀레이드 박사가 도시의 안전을 담보로 실험을 감행한다. 나쁜 녀석들을 착하게 바꿔 보겠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울프도 교묘하게 거드니 울프 주지사는 결국 승낙한다. 그렇게 시작된 나쁜 녀석들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과연 어떻게 될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부활

한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픽사와 양분하며 명성을 떨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미> <이집트 왕자>에서 시작해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신작에서 대대적으로 난항을 겪으며 내리막을 걸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속편을 내놓아도 신작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유니버셜에 인수되는 부침을 겪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까지 들이닥쳐 큰 위기를 겪으면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더욱 잊혀 갔다. 한때 최강자의 쓸쓸한 말로를 지켜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앞섰다. 

코로나19가 크게 한 풀 꺾인 시점에 드디어 드림웍스다운 신작 애니메이션이 찾아왔다. 호주 아동작가 애런 블레이비의 동명 아동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배드 가이즈>가 주인공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역동적인 액션을 앞세워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전하는 데 성공했다. 누가 봐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알게 해 줬다는 것과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나쁜 녀석들의 실체

<배드 가이즈>의 다섯 '나쁜 녀석들'을 보면 늑대, 뱀, 거미, 상어, 피라냐인데 그야말로 '나쁜 동물'의 대명사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쁜 이미지의 동물'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극중에서 울프가 스스로를 두고 악역 전담이라느니, 괴물 취급을 받는다느니, 나쁜 녀석들이라느니 하며 체념한 듯 비꼬는 듯한 말을 하는 반면 스스로를 두고 '나쁘다'고 말하고 있진 않다. 

세상이 씌운 나쁜 이미지에 맞게 살아가는 게 편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은연중에 내비치는 울프,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모사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말의 연상선상에 있다 하겠다. 나쁜 녀석들에게 덧씌어진 이미지가 나쁜 녀석들의 실체를 대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쁜 녀석들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극중에서도 나오는데, 울프와 친구들은 좋은 일을 하거나 칭찬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온몸으로 기분 좋은 짜릿함을 느낀다. 범죄를 저지르곤 경찰의 추격을 따돌릴 때 느끼는 짜릿함과는 본질은 전혀 다른 성질일 것이다.  

나쁜 녀석들의 개과천선

나쁜 녀석들을 개과천선시킨다는 마멀레이드 박사의 주장에는 또 다른 철학자의 이론이 담겨 있다. 극중에서 그는 나쁜 녀석들을 두고 "남들 눈엔 너희는 악당이지, 하지만 가 슴속엔 선량함의 꽃이 있어"라고 말한다.  

과연 나쁜 녀석들은 개과천선해서 착한 녀석들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들의 행동은 고쳐질 수 없다는 것과 고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크고 험악하고 징그러운 외모에 하나같이 육식을 하며 포악하다는 말로 정형화된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태어난 대로 살아갈 뿐이다. 거기에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댄 건 세상이 아닌가. 

<배드 가이즈>는 더 철학적으로, 무겁게,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를 가볍지만 치우치지 않게 다루고 있다. 그저 액션 애니메이션으로만 즐겨도 충분히 재밌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나름의 감상포인트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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