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부일체> 김영하 작가.

<집사부일체> 김영하 작가. ⓒ SBS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언어화된 이야기로 만드는 비결과 그 효과는 무엇일까. 5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일일 사부로 등장한 '이야기일체' 1편을 통하여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다뤘다.
 
김영하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며 문학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외신에게도 극찬을 받은 세계적인 이야기꾼으로 꼽힌다.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은지원과 일일 제자 오마이걸 효정은 부산의 바닷가에서 김영하 작가를 만났다.
 
전체적으로 독서와 거리가 먼 멤버들을 보면서 김영하는 "여러분이 글을 얼마나 읽는지 상관없이 누구나 이야기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격려하며 "오늘 여러분 속에 잠자고 있는 이야기꾼의 영혼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김영하는 멤버들이 여기까지 오는 길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냄새를 느꼈는지 질문했다. 김영하는 이야기꾼의 첫 단계가 상상력보다도 오감을 전부 활용하여 잘보고 잘느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부와 멤버들이 모인 바닷가 어촌 주변에도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 격투기 선수출신인 김동현이 선수시절 케이지에서 다른 선수의 피비린내를 느낀 경험을 이야기 했고, 김영하는 즉석에서 이를 활용하여 진짜 소설의 한 장면같은 문장을 바로 완성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김영하는 이야기를 쓰는 도구로 세밀한 관찰력과 정확한 단어를 꼽았다. 글을 잘쓰는 사람일수록 주변의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이름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첫 번째는 미각을 통하여 표현력을 기르는 훈련이었다. 멤버들은 식당으로 이동하며 제철생선을 먹으며 미각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 양세형은 농반진반으로 "이런 관찰력이 잘풀려서 작가지, 안풀리면 좀도둑이 된다."는 드립을 던지자, 김영하는 의외로 진지하게 인정하며 선배 작가 황석영 작가의 일화를 언급했다.

황석영이 감옥에 수감되었던 시절, 유명인사 수감자를 돌봐주는 일을 하는 소지 역할을 유독 절도범에게 계속 맡긴 데 의구심을 제기하자, 교도소측에서는 절도범이 일반 범죄자들에 비하여 훨씬 눈썰미가 좋고 성실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음식의 맛을 표현했다. 김동현은 격투기 선수 출신답게 해삼의 단단한 식감을 "마치 운동을 많이한 선수의 근육"에 비유했다. 이승기는 "남의 잇몸을 씹는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2가 나온다면 주인공감이다.'라고 이승기의 남다른 표현력에 감탄했다.
 
김영하는 좋은 표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것을 당부했다. "소설 한권에 한두번 정도 참신한 표현이 있으면 되지, 너무 많으면 MSG가 가득한 음식처럼 금새 질린다."고 지적하면서 "문학은 흔히 멋진 표현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부담없이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해보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김영하는 부산 말의 특징이 짧고 함축적이고 시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어두운 골목에 설치된 스마트 보안등인 '마라이트'를 도입했다. 부산사투리로 '마'는 상대를 낮춰부르는 호칭이나 추임새의 준말이다. 김영하는 오직 한글자로 경고의 의미를 담아내는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하며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선보인 짧고 굵은 시적인 표현들도 주로 부산 사투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멤버들을 비롯하여 현대인들에게도 글로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김영하는 "이전 세대는 영상이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 사람들이 글을 잘 안쓰고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인류역사상 글쓰기로 가장 고통받고있는 시대다."라고 주장했다. SNS-블로그 등 디지털 소통이 활발해지며 글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 영상보다 글의 장점으로는 더 깊은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김영하가 제시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꿀팁은 '타깃 독자'를 명확하게 하라는 것. 예를 들어 연애편지는 한 사람을 위한 글이다. 첫 글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싶다는 것은 걷기도 전에 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멤버들은 타깃 독자 연습을 위하여 홍일점인 효정의 '썸남'이라는 설정하에 고백글을 문자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누가 썼는지는 익명으로 어떤 이모티콘도 없이 오직 글로만 효정의 마음을 움직여야했다. 김영하는 이렇게 가정으로 다른 상황에 몰입해보는 것도 소설가가 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고백을 전했다. 달콤하고 간질간질한 감성이 넘쳐나는 고백 퍼레이드가 하나씩 공개될때마다 출연자들은 모두 오글거림을 참지못하여 비명을 질렀다. 시작부터 유난히 자신만만했던 양세형이 1위로 등극하여 효정의 전화를 받는 데 성공했다.
 
양세형은 꽃과 식물을 소재로 한 정원사 감성의 장문 고백으로 효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세형은 "방송이라서 했는데 진짜로 효정의 마음을 흔들었을까봐 걱정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효정은 대상이 양세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으나 "'너는 나에게 쑥쓰러움을 용기로 바꿔주는 것 같아.'라는 문구가 심쿵했다."고 밝혔다. 고백도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자신이 그 정도로 용기를 내게 해준 존재라는 고백이 마음에 와닿았다는 것.

2등은 의외로 '효정아, 전화좀'이라는 한 문장으로 끝난 은지원이었다. 효정은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반면 최악의 고백남으로는 놀랍게도 이승기가 선정됐다. 무난했던 전반부에 비하여 뜬금없이 '바다로 뛰어들자'라는 후반부와 이모티콘을 대신한 '캬하하'라는 웃음이 진심이 없이 장난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김영하는 고백문자로 살펴본 멤버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이승기와 양세형에 대해서는 "가상이라도 자기 감정을 깊숙이 드러내는걸 저항하고 경계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두 사람 모두 초반에는 진지하게 전개되다가 뒤로 갈수록 과장된 농담조의 표현들이 두드러지며 구조상 비슷한 느낌을 줬다. 김영하는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잘지내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잘 돌보고 있지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하는 일상에 쌓이는 다양한 감정을 글쓰기로 분출해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난 일을 글로 써보고 찢어보는 일을 반복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 글은 남겨놓고 싶은데?'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만큼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을 담든 절제된 양식이 있고,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내려다보게 되고 서서히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하여 감정을 해방시키는 방식이다.
 
양세형은 정말 최악인 날에만 일기를 쓴다고 고백했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내서 보면 악마같은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힘든 날에 일기를 쓰려다가 예전썼던 내용을 돌아보면 오늘 겪은 일은 아무 것도 아닌듯한 생각이 들어 일기를 다시 덮은 적도 있다고.
 
이에 김영하는 "양세형이 말한 게 사람들이 소설이나 드라마를 즐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설이나 드라마속 가상인물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내가 겪은 비슷한 고통들을 언어로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 감정을 돌아보고 추스를 수 있게 된다.
 
사람은 글쓰기를 통하여 과거의 내가 겪은 고통을 언어로 기록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그 글을 다시보면서 '내가 이런 고통도 이겨냈는데'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언어화된 감정들을 확인하며 '지금의 고통도 그때 겪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 고통을 이겨낼 용기도 생긴다.

여기서 김영하는 마냥 행복하기만 주인공을 보면 매력없고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하여 "시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파이더맨>의 서사를 예로 들며 김영하는 대중은 주인공이 단순히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행복을 쟁취하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시련'의 과정을 거쳐 '성장'한 주인공들을 통하여 바라보는 이들이 '공감'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김영하는 "누구나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인생의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모든 사람의 인생은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아우구스토 몬테르소가 쓴 <공룡>의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공룡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단 한줄의 이야기만으로도 수많은 상상을 불러올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만일 경험할 수 없는 소재가 있을 때 작가는 어떻게 쓸까. 김영하는 본인이 쓴 <살인자의 기억법>을 예로 들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아는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 살인자는 보통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상상의 영역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존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보다, 우주공간을 다룬 판타지 등은 상상력에 기반하여 더 개방적으로 유연한 묘사가 가능하다.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온다. 김영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더 자세하게 써야한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뻔하지않은 글의 표현을 고민하는 초보들에게 순서만 바꿔도 문장이 매력적으로 보일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하와 멤버들은 바다요트 체험을 통하여 본인들의 인생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오감만족 소설쓰기에 도전하는 2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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