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리 앤 로키타>를 연출한 쟝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왼쪽)과 뤽 다르덴(luc dardenneluc).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특별상인 '75주년상'을 받았다.

영화 <토리 앤 로키타>를 연출한 쟝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왼쪽)과 뤽 다르덴(luc dardenneluc).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특별상인 '75주년상'을 받았다. ⓒ 이선필

 
벨기에 출신 거장 다르덴 형제가 스무 번째 작품을 들고 3년 만에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미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만 두 번이나 받은 두 사람은 더이상 수상에 있어선 큰 미련은 없어 보였다. 주최 측은 이 꾸준한 거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75주년 상을 신설해 이들에게 수여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옮겨 간 이들의 시선은 늘 현실의 어두움, 깊은 곳에 있었다. 소수자,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천착해 온 두 사람이 내놓은 <토리와 로키타>는 어쩌면 '이민자 4부작'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작들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졌다. <약속>(La Promesse, 1996), <로나의 침묵>(2008), <소년 아메드>(2019)까지. 20년이 훌쩍 넘도록 유럽 내 이민자 정책과 이들에 대한 정서를 다르덴 형제처럼 노련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이 또 어디 있을까.
 
칸영화제 기간 배급사 유니 프랑스 사무실에서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과 뤽 다르덴(luc dardenneluc)을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26일 만날 수 있었다. <소년 아메드> 이후 3년 만의 재회였다(관련 기사 : 칸영화제도 놀란 한 소년의 테러리즘, "종교가 사람을..." http://omn.kr/1jh5t). 종교적 신념으로 갈등하던 소년에게 투영되던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토리와 로키타라는 아이들에겐 적용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번 영화는 두 아이의 우정에 대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다방면에서 진행한 취재들
 
카메룬에서 온 난민 토리와 로키타는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지만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쉼터에서 만난 이후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가족에게 돈을 부치기 위해 대마초 배송 일을 하던 두 사람은 불심검문에 걸리거나 브로커에게 속아 돈을 날리기 일쑤다. 그러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로키타는 대마초 농장에서 일하게 되고, 교도소같은 생활을 하게 된 로키타를 만나러 토리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결국 로키타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 비극성과 현실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두 미성년자는 매우 적대적인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래서 우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 우정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기 마련인데 꿈과 현실 사이에 가느다란 선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두 사람은 어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간절히 살기를 원했지만 결국 로키타는 죽고 만다. 사실 그녀는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결백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그런 점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길 원했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우리는 그녀가 살아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들의 우정이 절대 배신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로키타는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셈이다." (뤽 다르덴)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Christine Plenus

  
영화 자체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채우고 있는 사건들은 실제 유럽을 떠도는 난민들이 처한 현실이다. 영화를 위해 치열하게 취재하는 걸로 유명한 다르덴 형제에게 취재 과정을 물었다. 분명, 이 영화엔 유럽 각국의 이민 정책 뿐 아니라 이민자에 대한 서로 다른 정서가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위해 정말 다양하게 연구했다. 우선 벨기에에 있는 미성년자 이민자 보호 센터를 10년 전부터 다녔다. 그 센터를 돌보는 사람들, 교육자 등을 꾸준히 만났다. 그곳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잡지는 물론이고, 여러 기사도 섭렵했다. 어떤 정신과 의사 인터뷰가 있었는데 이런 아이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건 외로움이라고 하더라.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는 대마초 재배였다. 리에주에(Liège)에 있는 마약 단속반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그가 온실 속에서 자라는 대마초 사진 및 자료를 제공했다. 영화 속 대마초 재배 공장을 재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불법 마약 거래의 대부분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에서 온 거라더라. 네덜란드에서 대마는 합법이지만, 음지로 불법 거래도 이뤄지고 불법 재배도 이뤄진다. 소위 정원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센터를 탈출하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거래한다. 그 아이들이 체류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단속에 걸려도 출신국에 추방되고 말기 때문이다." (장 피에르 다르덴)


"유럽 시민들의 힘, 이민자 정책 변화 만들어" 
 

두 사람은 작심한 듯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유럽 각국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좀 더 나은 생활 조건을 위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건 정당한 일이다. 벽을 쌓고 국경을 폐쇄하는 건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결국 어른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현재 통용되는 이민자 관련 법 외에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이민자들은 서류를 제대로 갖고 있지 않으면 강제 추방당한다. 그렇기에 그 아이들이 16살, 17살이 됐을 때에 꾸준히 하던 작은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비밀스러운 지하의 세계에 들어가는 걸 선택하기 십상인 것이다. 결국 미래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유럽 국가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고,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최근 희망적인 사례도 있었다. 2021년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일인데 아프가니스탄 보조 훈련생을 둔 제빵사가 해당 훈련생이 18세가 되어 추방 위기에 처하자 단식 투쟁을 했다. 그 일이 동네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결정에 항의하고 시위를 벌였고, 결국 그 아이는 남게 됐다. 이처럼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혐오를 심으려 해도 국민들의 행동은 결국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낸다." (장 피에르 다르덴)

 
<토리와 로키타>의 현실감 넘치는 분위기는 곧 두 캐릭터를 연기한 아역 배우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독들은 공개 오디션을 열었고, 결국 비전문 배우인 졸리(Joely)와 파블로(Pablo)를 캐스팅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약 두 달간 리허설을 진행했다고 한다.
 
영화는 국내 영화 수입사인 영화사 진진이 공식 계약을 따냈다. 꾸준히 다르덴 형제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 회사다. 한국에서도 다문화 가족, 이주 노동자 문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험 많은 거장의 이야기가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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