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 MBC

 
'꿈이 있다면 힘들게 일만 하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상상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게으른 이들의 망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그 꿈을 실제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하여 현실이 된다. 당당한 MZ세대들은 발상의 전환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6월 1일 방송된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에서는 '어른들은 잘 모르는 신(新) JOB 것들'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놀라운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요상이들이 등장했다. 방구석에서 억대연봉을 번다는 이모티콘 작가 김나무, 덕질(취미생활)로 먹고사는 식물 집사 김강호가 이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김나무는 아침에 일어나자 침실에서 나와 간단한 안마를 마친 후 사무실로 쓰는 방으로 출근했다. 컴퓨터 앞에 앉은 김나무는 "여기가 제 작업실 겸 회사다"라고 소개했다.

김나무의 직업인 6년차 이모티콘 작가였다. 휴대폰과 문자를 통한 소통이 일상이 된 시대, 이모티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통의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대중들이 매달 주고받는 이모티콘은 20억 회, 총 시장규모는 7000억에 이른다. 현재 활동중인 이모티콘 작가만 10000명을 넘어섰고 그중 80% 이상이 '요즘 것들'로 불리우는 MZ세대들이다.
 
김나무는 카카오가 선정한 2022 인기 이모티콘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그녀가 제작하여 출시된 이모티콘만 5천여 개 총 60여 세트, 평균 연 매출은 5억 원에 이른다고. 6년 전에 처음 출시했던 데뷔작인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은 기존 이모티콘의 사각형 틀을 갠 색다른 아이디어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첫달 수입만 1억 2천에 이르렀다.
 
김나무의 작품들은 화려한 그림실력보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공감대로 승부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나무는 자신의 작업 노하우를 공개하며 메시지나 캐릭터의 동작을 먼저 그리고 그위에 깔끔하게 문구와 캐릭터를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김나무의 특이한 루틴은 작업을 하면서 공포 라디오를 청취한다는 것. 김나무는 "한 공간에서 작업을 계속 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집에서 일하다보니 삶에 자극도 많이 없다. 그런 부분을 공포 라디오를 들으면서 많이 채운다"고 설명했다. 귀염뽀짝한 이모티콘 그림과 대조되는 공포 라디오의 음산한 사운드 사이의 이질감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 매출 5억, 이모티콘 작가의 일상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 MBC

 
김나무의 이전 직업은 화장품 회사의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시키는 일만 해야하는 회사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낀 김나무는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한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이모티콘 작업에 뛰어들면서 인생역전의 전환점으로 이어졌다.
 
이모티콘 시장은 매일 새로운 작품이 쏟아지고 경쟁이 치열하다. 김나무도 처음에는 잘된다는 보장이 없기에 반신반의했으나 두 번째 작업한 이모티콘이 대박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에 뛰어들게 됐다. 처음에 갑자기 억대 수입이 들어왔을 때는 본인도 믿기지가 않았다고. 김나무는 부모님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비용을 보태드렸다는 사실을 밝히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나무는 한 회사의 대표이기도 했다. 각자 일하는 그림 작업의 특성상, 직원은 단 2명이고 사무실도 없어서 모임이 있을 때는 스터디룸이나 카페를 대여하여 회의를 해야 했다. 직원과는 업무상 메신저로 주로 소통하면서 3년간 실제로 만난 것은 불과 다섯 번 내외라고. 집순이인 김나무도 직원과의 미팅을 위하여 일주일 만에 외출해야했다.
 
김나무는 직원과 만나 미승인 이모티콘(메신저 회사가 작가의 그림을 승인하지 않아 출시가 거절된 작품)에 대한 분석 회의를 했다. 매주 3천 개 이상의 이모티콘이 신청되지만 승인을 받는 것은 20~25개 정도에 불과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 MBC

 
이모티콘은 특징과 콘셉트가 생명이다. 김나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이모티콘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한편으로 직원 역시 같은 MZ세대이다보니 상사인 대표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거나, 식사 권유를 단칼에 거절하는 등 할말은 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김나무를 당황하게 했다.

김나무는 특별한 소재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주변에서 작품의 영감을 찾는다고 밝혔다. 친구와 만난 김나무는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를 공개했다. 팔다리를 여러개 그려서 흔드는 모습을 표현하거나, 사랑에 빠진 모습을 아이스크림이 녹는 묘사로 표현하는 등 귀여우면서도 세밀한 감성의 디테일을 잡아내는 표현력이 돋보였다.
 
이경규, 홍진경, 정세운 3MC들은 모두 이모티콘 그리기에 도전했다. 애견가답게 버럭하는 개의 모습을 표현한 이경규의 이모티콘은 의외로 김나무에게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1등을 차지했다. 홍진경은 모녀간의 대화와 먹고싶은 음식들을 소재로 한 이모티콘 아이디어를 자신있게 제안했으나 번번이 김나무에게 "이미 기존에 다 있는 시리즈"라고 답변을 받고 충격에 빠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으로 일과 휴식의 뚜렷한 경계없이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것은 이모티콘 작가의 숙명이다. 홍진경은 "집에서 창작활동하는 게 자유롭고 편해보여도 항상 정신적으로 매여있는 것 같다"며 안스러워했다.
 
김나무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직업 만족도를 최상이라고 평했다. 그림 그리는 일을 오래 꿈꿔왔고, 집순이 성향이 강한 자신의 성격과도 잘맞기 때문이었다. 김나무는 본인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하여 "성공에 대한 세상의 기준보다 나 자신의 만족과 행복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고백했다. 10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때도 제 이모티콘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이모티콘 작업을 할 것이다. 아마도 그림 그리는 일은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파리 한 장에 200만 원, 우리가 몰랐던 세계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 MBC

 
두 번째로 식물 집사이자 덕후인 김강호의 일상이 공개됐다. 차량에 수상한 장비들을 가득 싣고 도착한 곳은 바로 김강호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였다. 자택 안에는 놀랍게도 정글이나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규모의 식물들로 가득차 있었다.
 
김강호는 집에서 200여 종의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 식집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 제라늄, 베고니아, 무늬극락조 등 생소한 각 식물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었다. 김강호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내가 키운 식물들이 잘자라는 것만 봐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밝혔다.
 
식집사가 키우는 식물들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 몬스테라의 경우에는 가격이 고작 1만~2만 원에 불과하지만, 희소성이 높은 옐로 몬스테라의 경우에는 이파리 한 장당 가격만 200만~250만 원선, 이파리 3개가 든 화분 하나의 가격이 700만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MC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식물이 같은 종이라도 무늬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김강호는 처음엔 본인이 좋아서 취미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반려식물들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용돈벌이를 넘어 '식테크(식물+재테크)'라는 신세계를 오픈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테크가 인기를 끌기 전 6만원에 구입했던 몬스테라 알바는 현재 거실 천장에 닿을만큼 성장하여 현재 분양가격은 이파리당 70만 원에 이르렀다.
 
또한 통째로 분양하는 게 아니라 식물 밑동을 남겨놓으면 1년 뒤에 새순이 올라와 잘만 키우면 다시 분양하는 것도 가능했다. 죽이지만 않으면 무한 번식이 가능한 식물의 특성상, 소장과 재테크를 병행가능하다는 것은 식테크의 최대 장점이었다. 김강호는 최근 식테크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물로는 몬스테라를 꼽았다.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MBC <요즘 것들이 수상해>의 한 장면. ⓒ MBC

 
이러한 김강호의 '본캐'는 놀랍게도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다 김강호는 연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최고의 엘리트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MC들은 또 한 번의 반전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이경규는 "꽃장사인 줄 알았다"는 격조높은 어휘로 다른 출연자들까지 부끄럽게 만들었다.
 
김강호는 식물을 대할 때의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과는 달리 본캐에서는 집요하고 꼼꼼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독일 유학시절을 함께한 '찐친' 음악 동료들은 "자기 마음이 안 들면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지긋지긋하다. 별명이 독사"라는 사실을 폭로하여 김강호를 당황하게 했다.
 
김강호는 유학 시절에도 쌈채소용으로 직접 깻잎을 재배하는 등 남다른 식집사의 면모를 드러냈다고. 동료들은 죽어가던 호접란을 되살려낸 일화를 언급하면서 아무리 아픈 식물도 김강호에게 맡기면 지극정성으로 어떻게든 살려냈다며 감탄했다. 김강호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애착이 컸던 일부 식물들을 함께 데려와 지금까지도 키우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금은 이 식물들이 없다는 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큰 존재가 됐다"고 두터운 애정을 고백했다.
 
식테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에게는 새로운 SNS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곳이 바로 식물 플리마켓이었다. 김강호는 중고거래나 택배로 식물을 사다보면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도 다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식물 애호가들이 직접 연대하여 플리마켓을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플리마켓에는 비싼 희귀식물에서부터 초보 입문자를 위한 귀여운 식물까지 다양한 반려식물들이 한자리에 있었다. 가격대도 최대 수백만원에 이를 만큼 다양했다. 실제 플리마켓에 참여한 이들도 희귀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에 대하여 '취미 겸 재테크'라고 밝혔다. 250만 원짜리 몬스테라 딜라체라타를 구입한 참가자는 "큰 돈을 쓰지만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싸지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강호는 자신의 식물 관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식물 채널을 오픈하여 '식물의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스튜디오에서는 시들어가는 행운목과 호접란, 카네이션 등 다양한 상태의 식물들을 가져와 김강호에게 회생을 의뢰했다.

상태를 점검한 김강호는 "생육 상태가 다른 식물인 호접란과 행운목을 한곳에 심으면 안된다", "호접란은 착색란(화분밖으로 뿌리가 나와 어딘가에 붙어서 살아가는 식물)이기 때문에 뿌리가 밖으로 나온 것은 정상", "카네이션은 땡볕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이라는 등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들을 전수하며 식물 전문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강호는 "아픈 식물을 구해내며 행복을 나누는 데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하며 "지금은 글과 영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식물병원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고백했다. 식물 거래시에 주의할 사항으로는 "꼭 실제로 보고 살 것"을 당부하며 "뿌리와 새순이 있는 개체만 거래해야 한다. 식물을 자르자마자 분양받으면 가격은 싸지만 데려와서 키우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집에서 일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는 것은 겉보기에는 편해보이고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분야이든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깊이 이해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요상이들이 남긴 진정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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