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가대표 감독 시절 A 매치 경기를 앞두고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중인 이태훈 감독

캄보디아 국가대표 감독 시절 A 매치 경기를 앞두고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중인 이태훈 감독 ⓒ 박정연

 
동남아 축구전문가 이태훈 감독이 결국 경질되었다.

캄보디아 1부 프로리그 비사카 구단(영문명 : Visakha FC)은 지난 5월 12일(현지시각)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감독과 결별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감독은 2012년 잠시 감독직에서 물러난 것을 빼고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캄보디아 축구국가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캄보디아 국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8년 말 베트남 1부 리그 '호앙 안 지아 라이'(HAGL FC)팀으로 옮겨, 기술 이사직과 감독직을 맡으며 팀의 상위권 도약과 팀 재건에 기여, 베트남에서도 동남아 축구전문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베트남 구단측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 2021년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온 이 감독은 같은 해 6월 캄보디아 프로리그 티피 아미 FC와 좋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감독의 귀환은 다시 그의 축구스타일를 기억하는 현지 축구팬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이 감독 공식 취임 기자회견이 열린 프놈펜 소피텔 회의장은 현지 언론매체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고, 이후 경기장을 찾은 현지 팬들도 박수로 이 감독의 캄보디아 복귀를 축하해주었다.

이 감독은 많은 팬들의 기대속에 지난 시즌을 시작했지만, 국대 시절 만큼 인상적인 경기를 축구팬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5연패의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결국 2021 시즌 마지막 남은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운이 남아 있었다. 같은 해 12월 또 다른 명문구단인 비사카 구단과 계약을 체결, 현지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이 감독이 지휘봉을 맡게 된 비사카 FC는 지난 시즌 총 19경기 가운데 단 1번의 패배만을 허용하며 리그 3위를 기록한 신흥 강호팀이었다. 당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감독은 새 팀에 대한 강한 기대감과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돌아왔을 때 사실 제일 먼저 감독직 제안을 해온 구단이 바로 비사카 FC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구단이었고, 실력도 우승을 넘 볼 정도로 좋은 선수들도 많다. 체력과 기술적인 약점을 보완하면, 다음 시즌 성적은 기대해볼 만할 것 같다."

이 감독은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2022 프로리그 시즌 앙코르 타이거와의 첫 경기를 3-1 승리로 장식했다. 다시 캄보디아국대감독 출신 감독으로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듯 싶었다. 지난 시즌 56골을 기록, 경기당 평균 3골의 놀라운 공격력을 그대로 유지, 팬들과 구단의 그에 거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운 좋게 이 구단에는 2016년 약체 송호대를 대학 왕중왕전 준우승에 올려놓은 바 있는 공격수 이재건 선수(전 충남아산FC)가 1년째 활약 중이었다. 이 감독은 자신 원하는 축구스타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금년 치러진 리그 7경기에서 3승 1무 3패 중위권 성적에 머무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현지 팬들도 실망하기 시작했다. 중국계 프린스그룹을 모회사로 한 비사카 구단은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하고 이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이 감독의 갑작스런 중도 퇴진 소식에 캄보디아 현지 축구팬들은 놀랍고 아쉽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한 축구팬은 비사카 공식 페이스북 계정 댓글을 통해 "구단이 조직력 강화와 팀 재건에 관심 없고, 오로지 단기 성적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 감독처럼 실력있는 외국인 감독들을 이런 식으로 쉽게 내치면, 과연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국가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구단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른 현지 축구팬들 역시 백여 개가 넘는 댓글을 통해 10년 넘게 캄보디아 축구 발전에 기여해온 한국출신 감독의 경질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며, 그가 낙후된 캄보디아 축구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간 쓴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현재 캄보디아국가대표팀은 일본의 축구스타 혼다 케이스케가 맡고 있다. FIFA 인정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대외적으로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구단 총괄매니저이다. 최근 하노이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경기대회에서 1승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결국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은 알려진 바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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