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 CJ ENM

 
제75회 칸영화제가 28일(현지 시각) 막을 내렸다. 각 부문별 수상자들의 감격 어린 모습과 세계 영화인들의 환호가 가득했던 뤼미에르 대극장과 팔레 데 페스티벌 일대는 29일 이른 아침부터 시설 철거 및 정리 작업으로 분주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칸영화제는 한국영화 103주년 역사에 새로 남을 유의미한 기록들로 채워지게 됐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한꺼번에 2개의 상을 석권한 첫 사례인 만큼 이번을 계기로 짚어봐야 할 몇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영화의 성과로만 규정하고 손뼉 치고 끝내기엔 뭔가 좀 아쉽다.
 
국경의 벽을 넘다

꽤 알려진 대로 <헤어질 결심>은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의 영화로 시작됐다. 22일 오후(현지시각) 국내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은 해당 작품이 <리틀 드러머 걸>(2018) 작업 무렵 짬을 내 정서경 작가와 다음 영화를 구상하던 중에 태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가족여행을 온 정서경 작가에게 박찬욱 감독이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지만 무해한 형사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고 이에 대뜸 정서경 작가가 "그럼 여자주인공은 중국인으로 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그래야 탕웨이를 섭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 CJ ENM

 
<브로커> 또한 일본인 감독에 한국 자본과 한국배우, 한일 양국 스태프가 합심한 결과물이다. 수년 전부터 한국 배우와 협업하고 싶어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을 썼고, 연출했다. CJ ENM이 메인 투자자로 나섰고, 제작사인 영화사 집이 참여했다. 역시 칸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아기 우편함보다 10배 이상의 아이가 한국의 베이비박스라는 곳에서 발견된다는 말에 한국에서 영화화를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칸영화제 홈페이지에 소개되는 여러 영화들 면면을 보면 한국처럼 단일 국가의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도 미국, 영국, 벨기에의 협력 결과물이다. 각본상을 받은 타릭 살레 감독의 <보이 프롬 헤븐>은 무려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등 4개국의 합작이다. 칸영화제 단골이자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다르덴 형제 또한 벨기에 출신이면서 프랑스 스태프들과도 늘 협력을 구한다. 수상작 중 절반 가량이 복수 이상의 국가가 참여한 것이다.
 
더 이상 한국영화도 우물 안 개구리일 순 없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국영화와 협력해 보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성사된 사례도 있고 조율 중인 프로젝트도 꽤 있다.

수상 직후 프레스룸에 있는 한국 기자단을 방문한 박찬욱 감독이 "예전부터 유럽의 많은 나라가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걸 봐 왔는데 (그 흐름에) 한국이 중심이 돼 뿌듯하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사고 보자"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마련된 CJ ENM 부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마련된 CJ ENM 부스. ⓒ 연합뉴스

 
수상 결과처럼 오프라인 마켓에서도 한국영화는 흥행의 중심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과 플랫폼 환경의 변화로 대면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한국영화 부스에서만큼은 각국 바이어들이 몰려와 눈치게임을 벌였다고 한다.
  
올해 한국영화 관련 업체는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판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스튜디오보난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K무비엔터테인먼트, 화인컷 등 총 8개였다. 공식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을 사려는 해외 배급사들의 경쟁이 그만큼 뜨거웠는데 우선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상영된 <헌트>는 일찌감치 프랑스 권역 배급사를 조커스필름로 확정했다. 미국권 배급 또한 네온이 유력하다. 두 곳 모두 <기생충>의 북미 배급, 프랑스 배급을 담당한 곳이다(관련기사 : 특별한 인사·10시간 인터뷰... 칸 흥행 중심에 한국 영화가 있다).
 
<헤어질 결심>은 북미 배급을 무비(Mubi)가, 프랑스 권역 배급은 바크 필름스(Bac Films)가 맡게 됐다. 국내엔 아직 생소한데, 자본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조커스필름이 <기생충>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헤어질 결심> 쪽에 매력적인 제안을 했지만, 막판에 바크 필름스가 그걸 상회하는 가격을 제시해 배급권을 가져갔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브로커>의 북미권 배급은 네온이, 프랑스권은 메트로폴리탄이 맡게 됐다.
 
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칸영화제에 부스를 차린 업체 규모는 평년에 비해 약 80프로 수준. 하지만 한국영화 거래액만큼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한 관계자는 "애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판권사가 원하는 가격)를 높게 불러도 주저하지 않고 사려는 분위기"라며 "대형 프로젝트 영화인 경우 0이 하나 더 붙어도 거래가 된다"라고 귀띔했다.
 
단순히 완성된 영화만 사고파는 게 아니라 거래 형태 또한 달라졌다. 기획개발 자체에 참여하려는 해외 자본이 늘기 시작한 것. 영화로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자본력이 되는 몇몇 업체는 자신들의 회사 로고를 한국영화에 넣기 위해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는 분위기가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업체들이 실제로 기획개발 단계에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만화나 소설 등 자국 IP를 한국영화와 합작하려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영화는 이제 세계 영화제의 손님이 아니다.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인 복수 수상의 기쁨은 누려야겠지만, 칸영화제가 올해 한국영화를 일종의 행사 흥행 카드로 삼았다는 사실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 축제의 손님이 아닌 주체가 되어 양질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런 영화인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 정비를 적극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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