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2주년이다. 42년이 지났지만, 누가 발포 명령을 했는지 중요한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발포 명령'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사진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까지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사라진 보도, 5.18 진실의 퍼즐'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통해 접촉한 공수부대원들의 증언과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동선을 파악해 기록으로 남지 않은 광주항쟁에서의 '사라진 시간'을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24일 '사라진 보도, 5.18 진실의 퍼즐' 편을 연출한 이조훈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오랫동안 사라진 네 시간을 찾으려 했으나 다 찾지는 못했잖아요. 그럼에도 그와 관련된 숨은 영상들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했잖아요. 나쁘지 않았다고 봐요."

- 작년에도 5.18 관련 방송을 하고 이번에도 준비하셨는데요. 계속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제가 2020년에 <광주 비디오:사라진 4시간>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개봉했는데 그때 제가 취재를 다 완성한 건 아니었어요. 계속 취재를 보강하면서 찾아내고 싶은 광주 비디오가 있다는 걸 미리 보여줬다고 보고요. 그 이후로 찾아야 할 것들을 조사위와 함께 조사하면서 취재하다 보니까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매번 생겨요. 특히 5.18 시기가 다가왔을 때 하면 좋겠다 싶어서 매년 하고 있습니다."

- 5월 20일·21일 광주에서 일어난 집단 발포와 관련된 기록은 왜 발견되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여기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언론인들이 5.18 당시 현장에 굉장히 많이 계셨고 또 그들이 보도를 통해 기록으로 남긴 것들도 많이 있어요. 그런 기록을 참조해 봤을 때 충분히 현장에 있으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많아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료들이 나오지 않는 건 중간에 누가 개입해서 그것들을 감추고 있거나 일부러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돼요. 그걸 다시 한번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어요."

- (집단 발포 등에 대한) 기록이 아예 없나요?
"아예 없는 건 아니고요. 발포 순간을 제외한 부분의 시간대는 기록이 조금 있어요. 그런데 (발포 순간 기록이 없거든요.)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가려진 상황이라면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 왜 그런 기록이 없다고 보세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계엄군이 이미 확인한 후에 숨겼거나 혹은 언론사에서 미리 자체로 검열했다가 숨겼을 가능성이요."

- 그 기록이 왜 중요할까요?
"일단 발포 현장을 기록한 사진이 있다면,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발포했다는 증거물이 되잖아요. 그건 반인륜적 살인죄 범주에 해당돼요. 그것 자체가 증거물로서 굉장히 큰 효력을 가지게 되거든요."

- 뭐부터 취재하셨나요?
"예전에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뒤져봤어요.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수많은 시간이 비어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됐고요. 그중에서도 발포와 관련된 기록물이 아예 비어 있다는 게 의문스러웠죠. 그 부분을 누가 찍었을지 동선 추적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발포 순간에 언론인들도 있었음에도 기록물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에 의혹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죠."

- 지금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안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분명히 누군가가 숨겨놓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범인들은 증거를 폐기하지는 않더라고요. 갖고 있으면서 그 증거를 토대로 왜곡된 걸 만들기 위해서라도 증거는 보존해 놓고 다른 식으로 왜곡해요. 가짜 뉴스를 생산해 자기들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거든요. 오히려 그런 것들은 어딘가에 보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21일 당시 시민들이 화염병을 던졌고, 장갑차가 그걸 피하려다 군인이 치여 숨지게 됐다. 그 이후 집단 발포가 이어졌단 주장이 있잖아요. 
"일단 현장에 있었던 공수부대의 증언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한 명만 내세웠지만, 복수가 장갑차 이후 바로 뒤따른 발포라고 증언하고 있죠. 그래서 그 장갑차가 누구의 소유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려고 노력했으나 안 됐죠. 어찌 됐든 장갑차의 후진으로 공수부대원이 죽는 것 자체가 발포를 유발한 사건으로서는 분명히 개연성이 있어 보여요."

- 실탄 지급 후에 발포 명령이 이루어지잖아요. 광주가 이례적이었나요?
"계엄이 전국으로 확대가 된 상황에서 작전 단계가 진돗개 하나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경계용 실탄을 포함해서 실탄들은 굉장히 많이 준비되어서 현장에 존재했고요. 현장 발포를 위해서 언제 실탄이 지급됐는지 저희가 조사하고 있었어요. 이번 방송에서는 일부러 밝히지는 않았는데 장갑차에 탄 박스를 올리는 장면이 확인됐어요. 이를 통해서 보더라도 오후 1시 집단 발포 이전에 실탄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사격 대원들에게 분배됐을 거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오후 1시에 발포가 우발적으로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작전의 일부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근거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 신문이나 방송에 쓰이지 않은 영상과 사진이 외신에서 나왔는데요. 언론사에서 유출된 걸까요?
"엄밀히 말하면 당시 문화공보부(문공부)가 외신들에 뿌릴 외신용 보도 자료 영상 영화 <광주의 반란>를 만들었어요. 근데 그 필름에 들어간 소스를 분석한 결과, TBC 김창훈 기자가 찍은 것과 동일한 거예요. 중앙일보 이창성 기자가 찍은 사진도 들어갔고요. 그 외에 문공부 자체적으로 촬영한 필름들이 포함돼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번에 발견한 중요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당시 해당 기자나 해당 언론사가 검열에 걸릴 것을 우려하여 숨겨두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5.18이 끝나자마자 그것이 영화 속에 포함돼서 만들어졌죠. 기자들의 말을 토대로 보자면, 기자들이 아닌 언론사 간부가 보안사나 그 정권에 (자료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죠."

- 사라진 영상이나 사진은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제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죠. 신군부 자체가 이미 언론 통제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고요. 그것들이 어떻게 증거 효력 갖게 될지도 알고 있었기에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자신들의 안위를 보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죠. 이미 오래전부터 K-공작 계획도 수립했고 보안사 검열 시스템을 굉장히 하드하게 가동하면서 민간에 의해서 중요한 기록물들이 유출되거나 민간이 주체적으로 보도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거죠."

- '편의 공작대'도 다루셨던데요. 설명 좀 해주세요.
"일부 공수 대원들 혹은 공수 대원이 아닌 보안사 요원들에게도 사복을 입혀서 시민들 속에 침투시키고 시민들의 시위 주동자를 색출하는 일 등을 한 거예요. 발포의 명분을 만드는 등 자신들이 이미 기획했던 작전에 유리하도록 시민들을 선동하고 시민의 조직을 와해시키는 목적으로 투입했던 특수한 부대가 편의 공작대였다고 볼 수 있죠."

- '편의 공작대'는 광주 시민 중에 포섭한 게 아니고 외부에서 차출한 건가요?
"공수부대 요원·보안사 요원 등을 시민으로 위장해 교육시킨 다음 침투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웠던 점은.
"안 만나주는 거죠. 의혹이 있는 언론인들은 더 많이 있습니다. 동선이나 기록으로 보면 발포 장면을 안전한 위치에서 봤음에도 인터뷰를 안 해주는 거예요. 그것에 관한 자료들이 존재하는지 확인해 주지도 않고요. 자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협조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직권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라도 소환해서 명백히 할 필요가 있죠.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계속 뚫고 가는 게 조사위가 할 일이고 언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저는 점점 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방송에서 다룬 것들을 명백히 밝히는 날까지 이런 작업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죠. 당시 언론인이나 지금의 언론인 모두 동참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