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레알)가 티보 쿠르투아의 엄청난 선방쇼에 힘입어 통산 14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이 29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1-2022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통산 14번째 UCL 우승을 차지한 레알은 올시즌 더블(리그, UCL)을 차지하며 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승리 속에 빛난 쿠르투아의 선방쇼

 
 9차례의 세이브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티보 쿠르투아. 이날 쿠르투아는 경기 MVP로 선정됐다.

9차례의 세이브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티보 쿠르투아. 이날 쿠르투아는 경기 MVP로 선정됐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트위터 캡쳐

 
리버풀의 일방적인 경기흐름이었다. 볼 점유율은 50대 50이었지만 슈팅 수 24대 4, 유효슈팅 9대 2등 공격지표에서 리버풀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실제 예상 스코어(xG)도 2.14(리버풀)대 0.88(레알)로 리버풀이 2대 1로 승리했을 경기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경기결과 중심에는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쇼가 있었다. 쿠트루아는 90분 동안 무려 9차례의 세이브를 과시하며 레알의 승리를 지켜냈다.

쿠르투아는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알렉산더 아놀드의 크로스를 받은 모하메드 살라가 뒷 발로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자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이를 막아냈다. 전반 21분 사디오 마네의 슈팅을 손 끝으로 막아내며 또 한번 실점위기를 넘기는 등 전반 20분 동안 3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선방했다. 

위기를 넘기자 레알의 실리적인 경기운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빌드업이 차츰 안정되며 경기를 원활히 풀어나간 레알은 전반 43분 후방에서 길게 넘긴 패스를 통한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었고 이것을 카림 벤제마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비록 VAR 판독을 통해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후반 14분 결승골로 이어졌다. 오른쪽에서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올린 크로스를 수비 뒤에서 침투하던 비니시우스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한 것.

선제골을 허용한 리버풀은 후반 20분 디오구 조타를 투입한 데 이어 나비 케이타,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투입해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레알의 엄청난 수비 집중력 속에 리버풀 선수들은 잔실수를 연발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번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쇼가 빛났다. 후반 18분 오른쪽에서 반대편 포스트를 노리고 시도한 살라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낸 데 이어 23분엔 조던 핸더슨의 패스를 받은 살라의 슛역시 발로 막아내며 리버풀의 동점골 기회를 무산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34분 페널티박스에서 살라가 시도한 슈팅이 디오구 조타 맞고 굴절되어 골문으로 향하자 몸을 날려 막아내 또 한번 위기를 넘긴 쿠르투아는 후반 36분 살라와의 1대1 상황에서 살라의 슈팅마저 막아내며 리버풀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쿠르투아의 활약 속에 레알은 비니시우스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 우승을 차지했다.

14번째 UCL 우승 레알, 오랜만에 발휘된 챔스 DNA
 
 리버풀을 꺾고 통산 14번째 UCL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을 꺾고 통산 14번째 UCL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트위터 캡쳐

 
이날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이 4년 만에 결승전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였다. 2018년 5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모하메드 살라의 부상과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책으로 인해 경기가 기울면서 결국 레알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경기는 리버풀의 설욕 여부가 큰 관심이었다. 특히 살라는 4년 전 결승전에서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아웃된 것이 축구인생 최악의 날이라 할 정도로 이 경기에 대한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레알은 리버풀에게 4년 전의 아픔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줬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레알만의 '챔스 DNA'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사실 레알은 조별예선을 5승 1패로 마무리했지만 조 최약체로 손꼽힌 FC셰리프(몰도바)에게 홈에서 1대 2로 패해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셰리프는 클럽랭킹도 108위에 불과했던 팀이었다(레알은 2위) 셰리프 구단 역사상 최초의 UCL 원정 승리였다는 점에서 레알의 자존심은 크게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에스파뇰전 패배 이후 공식경기 10연승을 포함해 15경기 13승 2무의 상승세를 탄 레알은 그 해 연말 16강 진출과 리그 선두로 올라서며 팀이 차츰 안정화됐다.

그리고 UCL 토너먼트에서 레알의 숨어있던 '챔스 DNA'가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파리 생제르맹(PSG)-첼시-맨체스터 시티와 이어진 토너먼트 일전에서 레알은 합산 스코어가 뒤져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뒷심으로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PSG(16강), 맨시티(준결승)전이었다. 두 경기 모두 1차전 패배에 이어 2차전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던 레알은 후반전 몰아치기 능력을 발휘해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고 결국 역전에 성공하며 한 단계씩 올라오게 됐다.

결승전에서도 후반전에 강한 레알의 저력이 발휘됐다. 슈팅수 24대 4로 철저히 밀렸지만 후반 14분 역습 한방으로 결승골을 넣은 데 이어 경기 내내 빛난 쿠르투아의 선방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레알은 8강부터 결승까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Top 3(맨시티-리버풀-첼시)를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해 그 의미가 상당히 컸다.

올시즌 레알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재부임한 가운데 주전들의 노쇠화와 기량저하로 전력 안정감이 떨어졌다. 여기에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핵심이었던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의 이적 역시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리그, UCL 득점왕을 차지한 카림 벤제마와 기량이 급성장한 비니시우스의 활약, 다비드 알라바와 에데르 밀리탕이 구축한 수비진, '크카모'로 구성된 중원이 조화를 이루면서 노련미와 안정감을 선보였다. 

결국 레알은 올시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리그와 UCL 우승을 통해 '더블'을 이룩하게 됐다. 레알의 올시즌은 그야말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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