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남산 문학의집에서 열린 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27일 오후 남산 문학의집에서 열린 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 성하훈


저예산 독립영화에 대한 격려였지만 내용은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였고 소수자들에 대한 응원이었다. 그리고 블랙리스트로 독립영화를 탄압한 세력에 대한 점잖은 경고였다.   

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지난 26일 오후 남산 문학의집에서 개최됐다. 화창한 날씨 속에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야외에서 열린 첫 영화상 시상식은 인원 제한을 두기는 했으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들꽃영화상은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기생충> 등 한국영화 번역과 평론가로 활동 중인 달시 파켓이 의기 투합해 2014년 만들어졌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재조명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독립영화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시상식인데, 26일 시상식에는 그 의미가 도드라졌다. 여러 수상자들이 감격의 눈시울을 붉히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예산 장르영화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이밍> 김혜미 감독은 첫 수상에 대한 감동이 큰 탓인지 애써 눈물을 가리며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갈매기> 정애화 배우는 "개근상도 못받아봤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수상자들의 감격과 눈물은 저예산으로 제작돼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없는 독립영화 현실에서 작품의 의미를 평가받은 데 대한 고마움과 보람이 섞여 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극영화 감독상을 받은 <휴가> 이란희 감독

극영화 감독상을 받은 <휴가> 이란희 감독 ⓒ 성하훈

 
 9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9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 성하훈


영예의 대상은 김정영 이혁래 감독의 <미싱타는 여자들>이 수상했다. 이혁래 감독은 "청계피복 노조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전태일의 누이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정영 감독은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데 영진위 등의 지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지원제도가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장소인 문학의집을 착각해 충무로 한국의집으로 갔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영화 감독상을 수상한 <휴가> 이란희 감독도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독립영화는 자본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고 누군가 도와줘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지원을 강조한 것은 블랙리스트로 독립영화를 탄압한 세력이 다시 권력을 차지한 데 대한 우려와 경계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이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보수정권 등장 이후 더 늘어나야할 지원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하는 분위기였다.  

이란희 감독은 또한 "<휴가>의 수상은 재복이란 인물에 대한 응원"이라며, 이름없이 싸우는 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한 뒤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으면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에 주는 민들레상을 수상한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도 차별금지법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현안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들꽃영화상의 의미가 수상에 담겨 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상은 <그림자꽃> 이승준 감독이 받았다. 특히 최근 개봉한 <그대가 조국>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 수상이었다. 이승준 감독은 "들꽃영화상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우주연상은 <좋은 사람> 김태훈 배우가, 조연상은 <액션 히어로> 김재화 배우가 수상하는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 역시 저예산 독립영화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았다. 신인배우상은 기주봉 배우의 딸인 기도영 배우가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신인감독상을수상한 <갈매기> 김미조 감독은 울먹이면서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응원하러 왔는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후, 내빈으로 참석한 박기용 영진위원장을 향해서도 가르침을 받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훈훈함을 나타냈다.
 
 들꽃영화상 신인감독상 <갈매기> 김미조 감독, 조연상 <액션히어로> 김재화 배우

들꽃영화상 신인감독상 <갈매기> 김미조 감독, 조연상 <액션히어로> 김재화 배우 ⓒ 성하훈


다음은 9회 들꽃영화상 수상작 명단이다.  

*대상 / <미싱타는 여자들> 김정영 이혁래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상 / <그림자꽃> 이승준 감독
*주목할만한 다큐-민들레상 /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극영화 감독상 / <휴가> 이란희 감독
*남우주연상 / <좋은 사람> 김태훈 배우
*여우주연상 / <갈매기> 정애화 배우
*각본상 /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촬영상 / <밤빛> 김보람 촬영감독
*신인감독상 / <갈매기> 김미조 감독
*신인배우상 / <정말 먼 곳> 기도영 배우
*저예산 장르영화상 / <클라이밍> 김혜미 감독
*MPA 프로듀서상 / <파이터> 모성진 프로듀서
*조연상 / <액션히어로> 김재화 배우
*스태프 부문 음향상 / <최선의 삶> 박용기
*공로상 / 트리플픽쳐스 강기명 대표
들꽃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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