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의 출연 배우들.

영화 <브로커>에서 소영 역을 맡은 배우 이지은. ⓒ CJ ENM


오래 전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보고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있었다.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서 감독의 팬임을 자처하던 무렵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수년이 지나 이 감독의 신작에 출연하게 될 줄, 더욱이 이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까지 오게 될 줄 말이다.
 
지난 27일 팔레 데 페스티벌 인근 호텔에서 이지은을 만났다. 26일 프리미어 상영 직후 눈물을 글썽였다고 보도가 나간 것에 그는 "감정이 벅차오른 건 맞는데 눈물이 나진 않았다"며 웃으며 해명부터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서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버리려다 브로커 일당과 함께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되는 소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미혼모, 그리고 무책임한 엄마의 표상인 듯 무뚝뚝한 태도를 지니던 그는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브로커 상현(송강호 분), 동수(강동원 분) 일행에 모종의 유대감을 느낀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지은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제안으로 출연하게 됐다. "감독님이 그 드라마에서 소영의 모습을 봤겠구나 싶어 그렇게 준비했는데 현장에 나가 보니 소영과 지안의 차이점도 명확했다"고 이지은은 당시 기억을 소환했다.
 
"저는 첫 상업영환데 다른 선배님들 제작진분들은 모두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들이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게 대단한 기회였다. 즐겁기도 했고, 스스로 위축됐던 순간도 당연히 있었지만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지은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동행하며 유대감을 갖기 시작하고 공생하는 게 마치 작은 사회라고 느껴졌다"며 "영화에 나오는 세 사람 모두 버림받은 전적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사람들이 행복해졌다는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좋았다"고 제법 분명하게 자신이 이해한 영화의 주제를 전했다.
 
"뭐가 확 하고 바뀌어서 이 사람들이 윤리적인 인간이 되었다를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거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해내는 과정, 공감하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 사실 (캐릭터를 소개하는 감독의 손편지를 읽은 뒤) 소영은 되게 피곤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지인이라면 참 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너무 어릴 때부터 많은 일을 겪은 캐릭터라 어떻게 접근할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감독님께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다."
 

일부의 모습에선 이지은과 소영이라는 캐릭터의 유사점도 보일 법하다. 일찌감치 가수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그는 국내 가요계에선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입지전적 업적을 이뤄냈고, 이뤄내는 중이다. 그리고 <페르소나>나 <아무도 없는 곳> 같은 독립영화는 물론이고 <프로듀사> <호텔 델루나>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활발한 연기 활동도 병행 중이다.
 
"저는 뭐 연기하는 거 너무 좋아하고, 어려워하면서도 너무 하거 싶은 마음이 크다.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가수로 데뷔했고, 활동량이 많았기에 연기자 이지은이라고 하면 여전히 어색해하는 분들이 있는 건 알고 있다. 조금씩 그분들에게도 연기자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
 
뭔가 이루고 싶다는 큰 목표는 없다. 다만 계속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진지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영화도 사실 어떤 전환점이기 보다는 그저 방해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칸에 와 있는 이 순간도 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영화 <브로커>의 출연 배우들.

"즐겁기도 했고, 스스로 위축됐던 순간도 당연히 있었지만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다." ⓒ CJ ENM

 
왕성한 활동, 큰 인기와 비례할 정도로 이지은은 평소 기부 등의 사회 공헌 활동도 적극 하고 있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겸연쩍은 듯 "<브로커>를 찍으면서 부끄럽지만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내 삶만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나만 힘든 줄 알고 살았다며 반성도 좀 했다. 개인적으론 미혼모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선입견이 있다는 걸 느낀다.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인데 말이다. 여러 형태의 (대안)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나부터라도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을 보려고 해야겠다. 이제 30대인데 너무 갇혀만 살았다."
 
담담한 어투였지만, 힘이 있는 말이었다. 칸영화제 홍보 일정을 마친 후 이지은은 28일 칸영화제 공식 폐막식을 끝으로 다시 국내에 돌아온다. 영화는 오는 6월 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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