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CJ ENM

 
총 8번을 방문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칸영화제는 여전히 긴장되는 축제의 장이다. 이 중 여섯 번이 경쟁 부문 진출이었고, 세 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타율로 치면 5할대인 셈. "그래도 여전히 칸영화제는 긴장됩니다"리며 지난 27일 오후(현지 시각)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감독이 소회부터 밝혔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맡기는 공간인 베이비 박스, 그곳에 우연히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가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려는 브로커 일당, 그리고 그 아이의 친모가 엮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브로커>. 영화는 지난 26일 프리미어 상영 후 다양한 반응을 얻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꾸준히 파고든 대안가족, 유사가족의 가능성을 여전히 엿보이고 있지만, 정작 감독은 "생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이고, 그 생명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고 정의한 바 있다.
 
아이디어의 기원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한국 배우와 협업을 꾸준히 원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촬영 때 한참 일본의 입양 제도에 대해 공부 중이었고, 아기 우편함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러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베이비 박스라는 게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게 계기였다"고 운을 뗐다.
 
"일본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교회에서 운영한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근데 일본보다 10배가 넘는 아이들이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다는 사실에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면 어떨지 생각하게 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한국배우로 강동원 등을 언급해 왔다. 해당 사실이 기사화됐고, 이를 본 강동원이 감독에게 먼저 연락하면서 기획이 급물살을 탔다. 한국 제작사와 한국 자본이 들어간 형태로 지금의 영화가 제작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칸영화제에서 <브로커>는 한국영화로 분류되어 심사 대상에 올라 있다.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이 크고 작은 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를 내다버리고 파는 행위에 대한 낯섦으로 일부 외신은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 또한 "범죄 드라마를 다소 천박하게 묘사했다"며 혹평했다. 이 비판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 CJ ENM

 
"사실 <어느 가족> 때도 그런 비평을 많이 받았다. 일본 내에서도 소매치기를 긍정하는 것인가 그런 의견이 많았다. <브로커>를 보고 (일부 관객이) 범죄자를 동정한다는 인상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전 범죄를 긍정하진 않는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사회에서 베이비 박스에 대해 생소할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제가 공부하면서 일본 아기 우편함이나 베이비 박스의 유래가 중세 유럽 교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교회는 가난하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처지의 부모를 위해 교회에서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시설이 없다고 해도 이 시설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를 돈으로 바꾸고 싶은 남자들, 아이를 버린 여자, 그리고 이들을 쫓는 형사가 나오지만 결국 마지막은 아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하게 된다"며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좀 더 큰 공동체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주제의식이 있었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긴 시간 동안 꼼꼼하게 취재 과정을 가졌다. 베이비 박스 관계자는 물론이고, 실제 브로커를 추적한 형사, 미혼모 쉼터, 이들의 가족을 만나며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혹자는 감독에게 임신 중지(소위 낙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을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도 아이의 엄마 소영(이지은 분)의 입을 통해 '낳아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 죽이는 게 죄가 더 가벼운가'라며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방금 전 다른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CJ ENM


"솔직히 말하면 태어난 생명에 대해서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스스로 꾸준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지 자문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들을 키워내야 하는 건 결국 사회가 아닐까."

칸영화제에서 뜨거운 토론 거리가 되었다는 건 나쁜 징후는 아니다. 그만큼 영화가 사람들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고, 충분한 논의 후에 각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가져가면 될 일이다. 그점에서 <브로커>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영화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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