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각질>을 연출한 문수진 감독.

애니메이션 <각질>을 연출한 문수진 감독. ⓒ 문수진

 
 
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을 벌이는 9편의 단편 영화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각질>은 문수진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였다. 출품된 3500여 편 중 9편 안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이라는 방증아닐까. 봉준호 감독의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지난 26일 팔레 드 페스트벌 인근에서 만난 문 감독은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27일 공식 상영에 앞선 기술 시사를 마치고 온 그는 "사실 오기 전까진 걱정이 많았는데 큰 화면으로 제 작품을 보니까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어 보였다.
 
약 7분 분량의 작품엔 무표정한 주인공이 자신의 껍데기를 빨고 손질하는 장면, 그 껍데기를 입고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귀가했을 땐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이 아마도 제 개인적 이야기를 담는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서 더 이번 작품에 많이 준비하려 했다"고 문 감독이 말을 이었다.
 
"그만큼 의미가 컸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나와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과로 진학했는데 제 경우엔 학교를 좀 오래 다녔다. 7년을 다녔는데 여러 상황이 안 좋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날 생각하는 모습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모습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고 느끼던 중이었는데 무엇이 진짜 나인지, 진짜 나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그런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였다."

 
그렇기에 칸영화제 초청 자체보단 이 작품을 세상에 냈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겐 의미가 커 보였다. "출품 결과가 어떻게 됐건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전 세계 관객분들에게 보인디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라며 문수진 감독이 말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싶다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근데 코어랄까? 일종의 자기 중심이 저 스스로는 없다고 생각해서 고민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애니메이션 <각질>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각질>의 한 장면., ⓒ 문수진



제목인 각질은 사전적으로 보면 표피 부분의 경단백질, 혹은 죽은 세포로 이뤄진 피부 껍데기를 말한다. 직관적으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제목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감독에게 자세한 유래를 물었다.
 
"피부에 일어난 죽은 껍데기지만 아직 피부에 붙어있고, 제 온몸을 마치 한 겹의 막처럼 감싸고 있는 거잖나. 하지만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그런 건데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붙이게 됐다. 원래 제목은 '몽중몽'이었다. 생각해보면 별로였다(웃음)."
 
중학교 2학년 때 취미로 다니기 시작했던 미술학원이 입시로 이어져 지금의 진로가 됐다고 한다. 문수진 감독 또한 "스스로도 이 길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인지 의심을 많이 했다"며 "물론 갑자기 생긴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프로를 많이 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칸영화제 일정 후에도 문수진 감독은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와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연이어 참여한다. 약 보름 넘는 기간 동안 뜻하지 않게 유럽 일대를 다니게 된 셈이다. "집순이고 사실 해외여행이 두 번밖에 없어서 처음엔 나오는 게 무서웠는데 아무래도 와서 이런 경험을 하니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와닿는 느낌이 있다"며 앞으로 계획을 언급했다.
 
"예전 같으면 작업한 걸 학교 내에서 상영하면 폴더에 넣어두고 그랬는데 이렇게 어떤 형태로 돌아오니 뭔가 일어났긴 했다 싶다. 사실 언젠가 장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은 있는데 지금 제 상황에선 무리가 있고, 언젠가 기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 중인 작품은 따로 있다.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처음과 결말은 나왔고, 중반 부분을 구상 중이다. 올해 후반부터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제 생각이나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못하는 편이다. 그 생각에 얽혀 힘들어하곤 하는데 작업을 하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고, 감정을 느꼈는지 파악하게 된다. 그러면 흘려보낼 수 있게 되더라. <각질>이 좀 더 특별한 건 내 경험 그대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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