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수미의 정규 3집 < The Last Thing Left >

세이수미의 정규 3집 < The Last Thing Left > ⓒ 비치타운뮤직

 
부산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산'이 무엇으로 기억될까? 부산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 사는 나에게는 롯데 자이언츠, 부산 국제 영화제, 광안대교, 회센터, 해수욕장, 돼지국밥 등이 먼저 떠오른다. '경기도 촌놈'의 한계랄까. 전형적이기 그지 없다.

그런데 요즘 부산 하면 밴드 음악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수년간 한국 인디신을 논할 때, 부산은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도시였다. 최근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앨범과 노래상을 수상한 록밴드 소음발광, 해서웨이, 보수동쿨러, 검은잎들 등, '부산 인디 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한 뮤지션들이 있다. 그 중심에 밴드 세이수미가 있다.

2012년, 부산 광안리에서 보컬 최수미를 중심으로 결성된 세이수미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인디 밴드다. 세이수미의 음악은 향수를 자극한다. 이들의 기타 사운드는 비치보이스(Beach Boys)가 서프 록을 부르던 1960년대, 페이브먼트(Pavement)의 1980~1990년대 등 다양한 시대와 맞닿아 있으며, 고향인 부산과도 닿아 있다.

세이수미는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고향에 대한 감정을 그린 대표곡 'Old Town'이 대표적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말자'의 기타 리버브는 바다가 일상적인 고장의 청춘 일기처럼 들린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사운드 앞에 대중 음악의 거인들 역시 무장 해제 상태가 되었다. 팝의 거장 엘튼 존(Elton John)은 자신이 진행하는 애플 뮤직 라디오에서 세이수미의 'Old Town'을 추천했다. 펑크 록의 대부 격인 이기 팝(Iggy Pop) 역시 이들의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

Everyone left this old town Only I'm getting old with this town.
모두가 이 오래된 동네를 떠났어. 오직 나만 이 동네와 함께 나이 들어 가네.

- 'Old Town'


재미없는 시간의 연속, 그래도 '사랑'이 있다
 

▲ [MV] 세이수미 (Say Sue Me) - Around You / Official Music Video ⓒ 세이수미

 
지난 5월 13일, 세이수미가 세번째 정규 앨범 < The Last Thing Left >를 발표했다. '광안리의 밤(2014)'처럼 이완의 분위기를 만드는 연주곡 '그때의 기억'이 문을 연다. 세이수미는 밴드 고유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감성의 결을 전달하고자 한다. 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는 'No Real Place'의 기타 리프와 빠른 드럼 뒤에는 무력감과 그리움이 동시에 실려 있다. 슬로다이브(Slowdive) 같은 슈게이징 밴드를 소환하는 '꿈에'에서는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연주가 더해지면서, 달콤하고도 아련한 환각의 세계를 구현한다.

세이수미의 해외 소속사인 댐나블리 레코즈의 공동 경영자 부부의 결혼을 축하하는 곡으로 쓰인 'George & Janice'는 세이수미의 음악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사랑스럽다. 짧은 박자로 끊어 치는 드럼과 캐치한 키보드가 발랄하다. 'Around You'는 팬데믹 시대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안긴 고립감과 무력감을 고백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세이수미의 멤버들은 무기력하게 방 안에 누워 있고, 부산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던 시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승자는 사랑이다. 세이수미는 사랑이 이 모든 권태를 극복한다는 상쾌함을 남긴다. 최수미 특유의 담담한 창법은 오히려 감정의 진폭을 더 크게 한다.

But I know something that makes me think about something else.
Something better is waiting for me outside.
I could find I could find find find find find it around you.

"그런데 왠지 내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왠지 더 나은 게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나는 너에게서 그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Around You' 중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정준(김우빈 분)은 영옥(한지민 분)에게 "우리가 애도 아니고 재미있는 게 뭐가 중요해요? 살다 보면 안 재밌을 수도 있지. 오늘처럼 심각해질 수도 있지.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예요?"라고 말한다. 슬프게도 모든 것이 재미있을 수만은 없다. 이 앨범 속에서 세이수미는 '재미없는'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네 삶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하지만 'The Last Thing Left'라는 제목처럼,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희망을 남긴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사랑이 믿고 싶어진다.

세이수미가 동경했던 미국 밴드 욜라텡고(Yo La Tengo)의 멤버 제임스 맥뉴(James McNew)는 이번 앨범의 추천사를 직접 썼다. 이 글에서 "그들의 음악은 재미있고 신나지만, 사랑과 상실로 가득 차 있는 부드러움도 있다. 그게 바로 그들이다. 지체하지 말고 오늘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라고 했다. 세이수미의 음악에는 여전히 광안리의 밤바다, 시원한 맥주 한잔,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담겨 있다. 세이수미의 음악은 갈수록 많은 이국에서 울려 퍼질 것이지만, 이들의 음악 속 풍경은 그대로다.

"I'm gonna see the last thing left. I love you and me and you.
Love will be left Love will be left Love will be left in the end."

마지막에 남은 것이 무언지 봐야겠어. 나는 너와 나를 사랑하고, 또 너를 사랑해.
사랑이 남을 거야. 사랑이 남을 거야. 결국 사랑이 남을 거야.

- 'The Last Thing Left'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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