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시오페아> 신연식 감독 인터뷰 이미지

ⓒ 트리플 픽쳐스


"신파로 보일까봐 걱정하진 않았다. 그런 계산 없이 주어, 동사, 목적어만 있는 단순한 문장으로 영화를 채우고 싶었다."

신연식 감독의 말대로 영화 <카시오페아>는 알츠하이머 설정, 부성애와 모성애 키워드 등 신파를 떠올리게 할 만한 여러 요소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담담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다. 6월 1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이혼 후 변호사로서도, 엄마로서도 완벽하고 싶었던 수진(서현진 분)이 갑자기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아버지 인우(안성기 분)와의 애틋한 동행을 그린다. 25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신연식 감독을 만났다.

신연식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아마 개봉날이 다가오면 세상의 모든 감독들이 덕을 쌓고 싶어질 것"이라며 "건방지고 교만한 감독이라고 해도 대부분 개봉을 앞두면 겸손해진다. 저 역시 겸허히 기다리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게 이 작품을 만든 목적이고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사회에서도 신 감독은 이번 영화의 시작이 배우 안성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0년 <페어 러브>를 통해 작업을 함께한 안성기에게 "부와 명예는 못 드리더라도 좋은 작품은 다시 한번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이어 신연식 감독은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때의 방향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털어놨다.

"선배님께도 말씀 안 드렸었던 얘기다. 처음엔 영화 <허공의 질주>처럼 사상범이어서 도망만 다니느라 자식이 크는 걸 함께하지 못하고 멀리서만 지켜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구상했었다. 시나리오로 쓰진 않았는데 늘 그런 작품으로 선배님을 모시고 싶었다. 그러다가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를 보면서 안성기 선배와 내일 당장 저렇게 찍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 사이에 딸이 생겼고 부모 자식의 관계, 가족관계, 인간관계 등을 통칭하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

영화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수진이 아버지와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그런 만큼 영화의 대부분은 수진의 변호사 사무실과 집, 요양원, 공원 등 한정적인 배경 내에서 전개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영화를 비틀즈의 '노르웨이안 우드(Norwegian wood)'에 비유했다.

"비틀즈 노래로 따지면 저는 이 작품이 '예스터데이'나 '노르웨이안 우드'처럼 짧고 간결한 노래들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간결한 주제와 단순한 구조 안에 다양한 레이어가 유추될 수 있는 작품. 노르웨이안 우드는 가사에 꾸밈말이 거의 없고 주어, 동사, 목적어 위주로 쓰여있다. 러그 위에 앉아있고 시간을 떼우고 있고 불을 밝히고. 아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묘사다. 그럼에도 심상이 다양한 레이어로 느껴지더라. 이 영화의 형식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배우 두 명이 집에서 러닝타임의 50% 이상을 끌고가는 게 감독이나 배우한테는 엄청난 모험이다. 이 구조는 굉장히 큰 리스크이고 작은 것 하나 잘못하더라도 크게 망할 수 있는 형식이다. 인우는 딸의 방에도 잘 안 들어간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의 의미, 문 앞에서 하는 행동 등 단순한 동선과 단순한 시선에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알츠하이머 묘사 조심스러웠다"
 
 영화 <카시오페아> 신연식 감독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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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중심에 있는 소재는 알츠하이머다. 극 중에서 수진은 처음에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막말을 일삼으며 분노하지만, 결국 자신도 점점 그런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영화 속 환자들은 종이를 입에 마구잡이로 넣기도 하고 대소변을 참지 못하기도 한다.

신연식 감독은 "알츠하이머 증세는 굉장히 다양한데 영화에 묘사된 것은 대개 일반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알츠하이머 증세가 다양하다고 해도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 신연식 감독 역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고.

"다양한 환자들이 있고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 어떤 묘사를 했을 때 환자들에게 혹시 상처가 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서현진씨와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런 묘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워낙 다양한 형태의 환자가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런 걸 많이 신경썼다. 수진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칫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묘사일까봐 걱정이 되더라. 찍으면서 (이건 괜찮다는) 100% 확신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정신을 바짝차리면서 찍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실제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 가족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신연식 감독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했다고. 신 감독은 "환자 가족분들이 (시사회에서 보고) 위로가 됐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그것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 그런 고민을 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두 시간을 날리는 건 아닌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번에도 인간적인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런 말씀이 위로가 됐다"라고 전했다.

또한 영화에는 알츠하이머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극 중에서 환자인 어머니를 10여 년간 모신 준일(김다흰 분)은 "점점 누가 환자인지도 잘 모르겠다, 나도 미쳐가는 것 같다"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그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삐뚤어지기도 한다. 신연식 감독은 "준일 캐릭터에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내 마음이 녹아 내린다'는 대사는 실제로 환자 가족들에게 들은 표현 그대로다. 두 가지 감정인 것 같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내 삶을 뺏겼다는 상실감과 내가 잘 대하지 못해서라는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어떤 환자 가족들이든 이 감정에서 자유로운 분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는 그 결핍을 보상 받고 싶어하는 심리도 생기고 그게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저는 심정적으로는 준일의 심리에 공감이 된다. 하지만 준일이 묘사되는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실제로 저 캐릭터 때문에 상처 받는 환자 가족분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환자 가족분들이 너무 많은 공감과 위로를 주시더라. 작품을 만들면서 고민하고 갈등했던 부분이나 저의 죄의식을 조금 가볍게 해주셨던 것 같다."

한편 신연식 감독은 올해 안에 영화 < 1승 >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지난 2월 크랭크업까지 모두 마친 < 1승 >은 인생에서 한번도 성공을 맛본 적 없는 배구 감독이 1승만 하면 되는 배구단을 만나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배우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가 출연하는 등 올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신연식 감독은 과거 < 1승 >에 대해 "지독한 상업영화"라고 귀띔했던 인터뷰에 대해 "함부로 입방정을 떨었다"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저는 정말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강호 캐스팅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살짝 공개했다.

"원래 < 1승 >은 젊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송강호 선배와 사석에서 만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작품을 송강호 선배와 하게 될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이었다. 문득 송강호 선배가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를 듣다가 '그 작품은 젊은 배우보다 내가 하는 게 좋지' 하더라. 그 순간 나도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고쳐서 선배님께 드렸고 그게 곧 나올 < 1승 >이다. 처음부터 송강호 선배로 상상하고 썼던 건 아닌데, 우연히 다른 방향으로 작품을 틀게 된 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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