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해결'을 내세운 상담 솔루션이 공감을 얻으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의뢰인이 진심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진정성, 두 번째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인물이 그만한 자격과 통찰력을 갖췄는지 증명된 전문성에 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결여된 상담 솔루션 프로그램은 본말이 전도되어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 되기 쉽다.
 
5월 24일 방송된 채널S 토크쇼 <진격의 할매>에는 방송인 함소원이 출연했다. 중국인인 남편 진화-시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함소원은 최근 1년 공백기 사이 있었던 여러 가지 사연들을 고백했다. 당시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중이던 함소원은 '방송 조작-거짓말'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했고, 프로그램이 폐지될 정도로 후폭풍이 거셌다.
 
딸 혜정양을 키우고 있는 함소원은 지난해 두 번째 아이를 안타깝게 유산했다는 이야기를 깜짝 고백했다. 함소원은 "병원에서 유산 소식을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났다. 수술을 받기 싫었다. 끝까지 아이가 다시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과 병원의 설득으로 결국 수술을 받았다는 함소원은 "지난해는 저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47세의 함소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아내의 건강을 걱정한 남편이 극구 반대하고 있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채널S <진격의 할매>의 한 장면.

채널S <진격의 할매>의 한 장면. ⓒ 채널S

 
하지만 대중들은 함소원의 이야기에 그리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함소원의 개인적 불행은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작 그간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해명이나 사과없이 자신이 어렵고 힘든 부분만 부각시키며 감정에 호소하려는 듯한 태도에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 애초에 <진격의 할매>에 출연하여 또다시 개인사를 내세운 것부터가 이미지 개선을 통하여 방송 복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함소원은 <진격의 할매>에서 이번에도 자신을 향한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그저 "대처가 미숙했다"고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설명이나 반성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함소원 이야기는 아이 유산과 임신 문제를 내세워 자신이 악성루머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호소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함소원의 이미지가 악화된 것은 본인이 자초한 측면이 컸다. 심지어 조작논란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사실상 방송가에서 잠정 퇴출된 이후에도 눈썹 문신 시술, 욱일기 논란, 본인이 운영중인 쇼핑몰 환불 규정 등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동안 SNS 등을 통해 부정적인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한 활동과 행복한 모습을 부각시키며 '마이 웨이'로 일관하던 함소원이었기에, 시청자들은 이제와서 감성에 호소하려는 그 진정성을 공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작진과 프로그램의 방향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이른바 힐링(치유)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방송에서도 상담자의 사연을 듣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콘셉트의 상담 솔루션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진격의 할매>를 비롯하여 <금쪽상담소>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 <다시 뜨거워지고싶은 애로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상담 솔루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범람하면서, 어느새 상담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자극에 매몰된 방송과 어설픈 솔루션이 낳은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방송 출연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사연자의 자극적인 이야기에서부터,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변명이나 폭로에 가까운 주장까지도 그대로 내보내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격의 할매>만 해도 지난 4월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유명한 유튜버가 "유명 아이돌 연예인에게 위협운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이후 해당 연예인의 정체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성 루머가 일파만파로 번지기도 했다. 
  
또한 상담 솔루션의 특성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MC들의 역할과 자질이다. <진격의 할매>는 이른바 '국민 할매'로 불리우는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상담자로 등장하여 인생의 연륜을 바탕으로 의뢰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비슷한 구성의 <물어보살>은 방송인 서장훈과 이수근이 무엇이든 꿰뚫어보는 보살과 아기동자라는 무속 콘셉트로 등장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않고 의뢰인에게 반말로 각종 인생의 훈계를 늘어놓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담 전문가'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연예인에 불과하다. 오은영이 출연하는 <금쪽상담소>나 <애로부부> <고딩엄빠> 등 대부분의 상담 프로그램들이 MC나 패널로 최소한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들을 포함시키는 것과 가장 큰 차이다. 

아무리 풍부한 연륜과 통찰력을 지녔다고 해도,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만으로 다양한 사연과 상황에 놓여있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올바른 조언을 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할매와 보살들은 출연자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들어주는 역할에 그치거나, 본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저 형식적이나 뻔한 조언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채널S <진격의 할매>의 한 장면.

채널S <진격의 할매>의 한 장면. ⓒ 채널S

 
<진격의 할매> 24일 방송만 해도 함소원 외에 결벽증, 팻 로스 증후군, 결혼 사기 피해자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실 연예인보다는 정신의학이나 법에 관련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과의 상담에 더 어울리던 사연들이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상담 전문가로 꼽히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이른바 어설픈 훈계를 일삼는 조언자들에게 날리는 일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은영은 지난 2021년 11월에 방송된 <금쪽상담소>에서 '상담 중독 스트레스'로 고민을 토로한 홍석천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것은 다 좋은 일일까?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상담을 하다가 잘못된 정보나 위험한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의사인 내가 세무상담을 하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전문적으로 좋은 공감에 대한 훈련을 받고 상대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상담자들은 두 개의 자아가 있다. 내담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자신과, 외부에서 상황을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정확히 구별한다"고 설명하며 "여기서 진정 올바른 상담은 해결책을 대신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지 성공한 유명인이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타인의 인생에 대하여 어설픈 훈계를 일삼는 '방구석 아마추어 상담가들'이나, 솔루션을 핑계로 무책임한 폭로전이 범람하는 최근의 상담 토크쇼 제작진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