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한국 기자단과 티타임을 가졌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한국 기자단과 티타임을 가졌다. ⓒ CJ ENM

  
칸영화제를 네 번이나 찾은 한국 명장에 대한 관심이었을까. 24일 오전 팔레 데 페스티벌 내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국내외 외신들의 치열한 질문 경쟁이 있었다.
 
<헤어질 결심>은 남편이 사망하면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중국인 송서래(탕웨이)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장해준(박해일) 사이의 이야기다. 묘한 감정 기류가 흐르다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나아가 관계가 전복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가씨> 이후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보인 신작 영화이기도 하다.
 
간담회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 그리고 박 감독과 공동 시나리오를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참석했다. 기자석 전체가 거의 찰 정도로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는데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진 못했지만 자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만큼 중국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상당했다. 
 
프랑스 영화 기자인 캐롤라인 비에(Caroline Vié)의 진행으로 시작된 해당 콘퍼런스에선 그간 박찬욱 감독이 펼쳐온 장르적 미학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이번 영화에 대한 질문이 주였다.

영국 <인디펜던트> 기자는 "사랑 이야기를 상당히 낯설게 표현했다"라고 평하며 박찬욱 감독에게 "사랑이 뭐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일부 기자들의 환호성을 보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전 개인 생활이나 제 삶의 어떤 경험을 영화 소재로 사용하는 감독이 아니다"라며 "정서경 작가와 앉아서 함께 꾸며낸 이야긴데 사랑이 뭐냐고 묻는 말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인물 사이에 맺을 수 있는 여러 관계 중 인간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관계 유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한 이탈리안 기자는 일본의 마쓰무라 야스조 감독의 <아내는 고백한다> 등을 언급하며 참고 여부를 물었다. '아내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알려진 해당 영화는 산에서 아내가 어떤 일을 벌인다는 설정이 있어서 <헤어질 결심>의 플롯과 비교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에 박 감독은 "좋아하는 감독이고 좋아하는 영화인 건 분명한데 이 영화를 쓸 때 생각해 보진 않았다"라며 "(프리미어 상영이 있었던) 어제 히치콕 감독의 <버티고>라는 영화와의 유사성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아서 왜 그리 생각하는지 되물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액션은 인물의 감정 표현하는 수단"
 
 24일 오후 진행된 영화 <헤어질 결심> 공식 기자 간담회.

24일 오후 진행된 영화 <헤어질 결심> 공식 기자 간담회. ⓒ 이선필

 
또다른 프랑스 취재진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들며 <헤어질 결심>에 담긴 액션의 새로움을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 영화 때문에 제가 액션 연출 전문가처럼 알려졌다는 말을 우리 무술감독이 들으면 코웃음 칠 것"이라며 "전 액션 연출에 관심 많은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건데 이왕이면 잘해보려 하는 것이다. 정밀하게 힘이 느껴지게 액션을 찍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고민했다"고 답했다.
 
한 국내 취재진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그간 담겨 온 강렬한 정사, 폭력 장면을 들며 이번 영화엔 그런 게 안 담긴 이유를 물었다. 이 질문에 박 감독은 웃으면서 "저한테 왜 이러시나. 뭐가 담겨 있으면 왜 있는지 질문해야 하는데 뭐가 없다고 질문하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제도 여러 나라 배급사 관계자분들을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관계자가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다고 표현하겠다고 해서 다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라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진화했다고 표현하면 정말 그런지 사람들이 기대할 것 아닌가. 감독 이름을 바꾸든지, 다르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장면은 필요하지 않아서 안 한 것이다. 제가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이번엔 어른을 위한 어른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하니 누군가가 '엄청난 섹스 장면이 나오나봐요'라며 기대하길래 아예 (기대와)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웃음)."(박찬욱 감독)
 
간담회 말미 일부 기자들이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에게 몰려가 사인 및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콘퍼런스 말미에 벌어지는 흔한 풍경이다. 행사장을 나가는 한 중국 취재진은 기자에게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기에 취재를 오게 됐다"라며 "중국에선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령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영화에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기자는 "유일하게 내가 표를 어렵게 구해서 봤는데 정말 대단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수상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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