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 tvN


2002년의 축구 영웅들이 군대축구 도장깨기를 위하여 다시 뭉쳤다. 5월 23일 첫 방송된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맞아 시작되는 '어게인 2002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월드컵 레전드 선수들과 혈기 왕성한 현역 강철 군인들간의 진검 승부를 담은 리얼리티 축구예능이다.
 
2002년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이 기록은 20년째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2002 월드컵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배우 최수종과 성악가 조수미, 해설위원 신문선이 출연하여 20년 전 당시의 영광스러웠던 추억을 회상했다.
 
최수종은 "과연 우리가 예선전을 통과할 수 있을까?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라고 운을 뗐다. 조수미는 "그 당시에는 우리 모두 축구라는 스포츠에 매료가 되어 있었다. 2002 월드컵을 함께하신 분들은 영원히 잊지 못 할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신문선은 "제 인생의 한바탕 멋진 꿈이고 누구도 예상 못한 각본없는 드라마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한자리에 모인 2002 레전드들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 tvN

 
당시의 영광을 이끌었던 2002 레전드들은 이제 모두 은퇴했지만 이들은 <군대스리가>를 통하여 20년 만에 다시 모여 정식 경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수종은 "나이가 들었지만, 어떤 기술력과 정신력으로 풀어나갈까? 굉장히 궁금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세호는 어게인2002 프로젝트 서포터즈의 단장 역할을 맡았다. 조세호는 "2002년 당시 21살이었는데 그때 뭐 술에 취해서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며 단장이 된 소감을 밝혔다. 조세호의 <군대스리가> 출연소식에 대한 절친한 선배인 '국민 MC' 유재석의 반응은 "프로그램에 대한 취지는 너무 좋은데 네가 하기에는 조금 큰 프로그램이 아니냐'. 감독님(PD)과의 관계를 굉장히 좀 의아해하더라"고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출연자 섭외를 위하여 2002 멤버였던 '악동' 이천수와 '을용타' 이을용이 등장했다. 이천수는 이을용에 대하여 "누가 외모로 비교할 때 제가 항상 밑에 깔고 갔던 분"이라고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을용은 "은퇴하고 나서 축구를 한 번도 안 해봤다"고 고백하여 조세호를 당황하게 했다. 은퇴선수들을 모아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나, 대결할 상대가 혈기왕성한 현역 군인들이라는 소식에 이을용은 "안 될 것 같다"며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못했다.
 
며칠 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어게인 2002팀의 정식창단식이 열렸다. 조세호에 이어 쇼트트랙 스타 곽윤기와 아이돌 라붐의 솔빈이 서포터즈로 가세했다. 이천수와 이을용을 비롯하여 이운재,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현영민이 합류하며 총 7명의 2002 레전드가 모였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하여 김용대, 김두현, 정경호, 김형일이 등 2002멤버는 아니지만 역대 월드컵 멤버로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또다른 레전드들이 가세했다. 

어게인 2002 멤버들의 정식 팀명은 '레전드국대'로 정해졌다. 멤버들은 총 12번의 군대스리가 경기를 치러서 7번 이상을 승리할 시에 카타르월드컵을 직관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경기시간은 실제 정식 축구경기와 마찬가지로 90분이었다. 은퇴한 지 오래된 노장들은 체력부담에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레전드들은 첫 대면식부터 예상치 못한 입담과 유쾌한 폭로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김태영이 오랜만에 대면한 옛 동료들에게 "세월이 흘러도 다 예전 모습 그대로다"라며 예의상 덕담을 건네자 이운재는 곧바로 체중이 불어난 자신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 자진납세를 했다. 최진철은 김태영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 팀에서 많이 힘들구나. 제가 키가 더 크다보니 위에서 머리가 많이 빠진 게 보인다"고 폭로하며 김태영을 당황시켰다.
 
팀내에서 스스로의 경기력 순위를 묻는 질문에 이천수가 "당연히 제가 제일 잘뛴다. 제가 2002년에 막내였다. 체력은 나이와 비례한다"고 자신감을 보이자, 이을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싸가지 없는 걸로는 똑같다"는 돌직구를 날려 폭소를 자아냈다. 현영민이 "당돌하고 건방진 건 20년간 꾸준히 유지중이다"라고 하자, 이천수는 "사람이 변하면 안된다. 그러면 죽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용대는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웃픈 아이스크림 사건을 스스로 공개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당시 선수단에 아이스크림 금지령을 내렸는데, 당시 선배들의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히딩크에게 걸려서 독박을 썼다는 것. 이후 김용대는 대표팀에서 낙마하고 히딩크 감독이 떠날 때까지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용대는 "아직도 억울하다. 말이 20년이지 지금도 팬들에게 아이스크림 질문을 맨날 받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항서 감독 "이천수만 개인플레이 하지 않으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 tvN

 
2002 대표팀 코치를 지냈던 반가운 얼굴 박항서 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화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박 감독은 레전드 국대의 예상 성적을 묻는 질문에 "이천수만 개인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된다. 이천수가 개인플레이를 하면 패배 확률이 90% 이상"라며 디스하자 이천수도 차마 부정하지 못하고 폭소했다.

사실 박항서 감독과 이천수는 한일월드컵 이후 전남 드래곤시절 시절에는 각각 감독과 선수로 만나 깊은 '악연'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박 감독이 자신의 속을 썩인 악동이었던 옛 제자를 상대로 가벼운 농담을 던질 만큼 과거의 앙금이 풀린 듯한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 박 감독은 가장 잘할 것 같은 선수로는 김태형을, 가장 못할 것 같은 선수로는 이운재를 꼽으며 "몸무게가 100kg이 넘어가는 걸로 아는데 골키퍼 역할을 제대로 할지"라고 우려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박항서는 어게인2002 감독직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며 김태영을 추천했다. 어게인2002의 맏형인 김태영은 이로써 레전드 국대의 선수겸 감독을 맡게 됐다.
 
레전드국대팀은 2002년 당시의 축구대표팀 디자인 그대로 특수제작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천수는 "2002년에 출정식하는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게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을용은 "유니폼을 입으니 가슴에 끓는 게 있더라. 은퇴하고 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일대에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의 열정을 다시 떠올렸다.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 tvN

 
레전드 국대팀의 첫 상대는 해병대였다. 레전드 국대를 상대하기 위하여 해병대는 전국에서 선수출신을 차출하여 연합팀을 만들고 2주간의 특별 훈련까지 실시했다. 멤버중에는 프로선수나 국가대표 경력까지 보유한 선수들도 있었다. 긴장하는 멤버들에게 김태영은 "해병대는 귀신은 잡아도 우린 못 잡을 걸"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승부는 정식 국제경기 규격에 맞추어진 해병대 사령부의 축구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해병대는 만만찮은 피지컬과 관중석에는 응원단까지 갖추고 레전드 국대를 맞이했다. 정식 멤버가 11명에 불과한 레전드팀은 전력보강과 부상자 대비 차원에서 '와일드카드'로 역시 은퇴한 국가대표 출신 박재홍, 임유환, 김형범, 김근환을 보강했다.
 
수비에 현영민-최진철-김형일-김용대가 포진했다. 김용대는 주 포지션이 골키퍼지만 이운재가 수문장을 맡으면서 레전드팀에서는 필드플레이어인 측면 풀백을 맡게 됐다. 미드필더에는 송종국-김두현-이을용이, 공격에는 정경호-이천수-김형범이 스리톱으로 출격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김태영 감독은 "은퇴를 했다고 경기를 설렁설렁 뛰면서 소홀히 한다? 국민들과 축구팬들이 실망할 것이다. 저와 모든 선수들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병대는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레전드팀을 몰아붙였다. 연령대가 높은 레전드팀의 약점인 스피드 부족을 노리고 전진수비를 펼쳤다. 김태영 감독은 이에 맞서 라인을 끌어올린 해병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주문했다.

초반은 레전드팀이 해병대의 투지와 스피드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레전드들은 기술은 여전했지만 아무래도 체력과 경기감각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주포지션이 아닌 필드플레이어로 출전했던 김용대는 자신이 맡고 있는 측면 풀백 자리가 해병대의 집중공격 대상이 되는 굴욕을 당했다. 이운재는 비록 현역 시절에 비하여 몸이 많이 불었지만 여전히 날렵한 모습으로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박수를 받았다.
 
한동안 밀리던 레전드팀이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전반 21분 해병대 진영에서 레전드팀들의 순간적인 전방 압박에 둘러싸인 해병대가 우왕좌왕하다가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저질렀고, 공을 끊은 정경호가 드리블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날린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정경호는 "골을 넣고 돌아섰을 때 2002-2006 월드컵에 나섰던 형들의 해맑은 모습들이 보여서 너무 좋았다. 대표선수 생활할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음주에 방송될 후반에는 첫 실점에 독기를 품은 해병대의 거센 반격과 골키퍼 이운재의 활약상, 점점 경기에 몰입하는 예전의 승부욕을 되살리는 레전드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식상함' 극복이 관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tvN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 tvN

 
최근에 '은퇴한 추억의 스포츠 레전드들의 현역 귀환'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체육 예능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MBN <국대는 국대다> <백투더 그라운드>, JTBC <최강야구>(6월 방영예정) 등이 대표적이다. <군대스리가> 역시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2002 레전드들이 지금 현역으로 돌아와 생활축구에 도전한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까라는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런데 2002 한일월드컵은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조명된 컨텐츠다. 은퇴한 레전드들이 모여서 일반인들과 이벤트 경기를 벌이는 아이디어도 이미 유튜브 등에서 먼저 여러 차례 선보인바 있다.
 
최근에는 이천수를 비롯한 많은 축구스타들이 활발한 방송활동과 미디어 노출을 통하여 한일월드컵 뒷이야기와 선수들의 일화들이 다뤄지며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을 정도다. 또한 레전드 국대팀의 선수구성에서 2002 멤버의 비중은 일부일 뿐이고, 그나마도 박지성-안정환-이영표 등 정작 일반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핵심 멤버들이 다수 빠지며 2002년의 추억을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약해보인다.

한국축구 역사에 빛나는 순간이 2002년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일월드컵 이후로도 최초의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공월드컵, 올림픽 최초의 동메달을 획득한 2012년 런던대회 등이 있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 32년 만에 본선진출에 성공한 1986 멕시코월드컵이나, 스페인-독일과의 극적인 명승부로 기억되는 1994년 미국월드컵 등도 있다. '언제까지 2002년 이야기만 계속 우려먹을 거냐'는 식상함에 대한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굳이 프로그램의 제목과 대결 상대를 '군대스리가'로 정해야만 했던 당위성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프로그램 내에서 군대팀들은 단지 레전드 팀의 '도장깨기' 상대로서만 존재할뿐 내용상 다른 팀들로 대체해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축구는 국내에서 생활체육이 가장 폭넓게 발달한 종목이다. <뭉쳐야찬다> 시리즈에서 보듯 꼭 군팀이 아니더라도 레전드 국대팀과 좋은 상대가 될 만한 팀들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다. 차라리 <백투더그라운드>의 한일 레전드 올스타 매치, <청춘야구단>의 한일 독립리그 스페셜 매치처럼, 한국축구의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의 은퇴 스타들도 친선전을 벌이는 등의 아이디어였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또한 <군대스리가>에는 <골때녀>의 배성재나 <뭉찬>의 김성주처럼 진행에 능숙하고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진행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축구나 레전드 멤버들과 이렇다할 인연이 있다고도 보기 힘든 멤버들로 구성된 '서포터즈'의 역할이 대체 왜 필요한지도 불분명하다. 

2002년의 추억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정작 충분히 많이 다룬 한일월드컵 소재를 또 반복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군대축구와의 별다른 연결고리도 찾기 힘든 모호한 기획 취지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서사를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