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1980년, 2002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자유분방, 자신감, 도전, 개인주의 등은 MZ세대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그런데 세상의 기성세대들은 항상 "요즘 애들, 왜 저러지?"라고 자신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최고의 학력을 쌓고 누구보다 많이 일해도 돈은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속에서 현재의 무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짓눌리며 번아웃에 빠져있는 안타까운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연 요즘 애들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22일 방송된 tvN 스토리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는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을 주제로 신재용 서울대학교 경양학과 교수가 오늘의 '독썰가'로 나섰다.

'라떼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등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행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기원전 1700년경의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 쓰인 글귀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세대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 나온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역사 이래 인류가 가장 고민해온 숙제다. 하지만 요즘에는 무조건 젊은 세대를 탐탁지않게 바라보는 것보다 그들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존중하고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의 MZ세대에게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공정성'이다. MZ세대 직장인이 용감하게도 회사에 성과급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로 그 절차와 지급에 있어서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일화에서 보듯, 오늘날의 MZ세대 회사원들에게는 자신이 노력한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한다는 개념이 중시된다.
 
요즘 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MZ세대와 구분되는 기성세대는 이른바 산업화 세대-베이비부머 세대-86세대-X세대 등을 거쳐 MZ세대에 이르렀다.
 
MZ세대는 한국 통계청 기준으로 2019년 약 1700만 명, 국내 인구의 3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 인구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득과 자산, 부채와 소비 등 경제 항목 면에서 이전 세대보다 크게 취약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고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밀레니얼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본문에는 "생애 주기상 소득이 정점을 찍어야 하는 시기에 다가서야 하는 지금 우리는, 대침체보다 더 심한 경제적 대재앙에 직면하여 현대 미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살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최고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고 자조하며 아무리 해도 안되는 구조적인 현실에 항변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런 젊은 세대의 불만을 곱게 보지 않는다. 그들은 젊은 세대가 노력을 안하고 참을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MZ세대는 이러한 기성세대에 공감하지 못한다. 본문에서 '현재 밀레니얼에게 부머는 점점 위선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자신들이 얼마나 쉽게 모든 걸 손에 넣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고 지적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 MZ세대가 지금의 86세대나 부머세대와 겪는 세대 갈등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기성세대가 과연 요즘의 젊은 세대보다 더 힘들었다는 생각은 진실일까. 201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서 의뢰한 연구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순자산은 같은 나이 때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0%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부머세대와 X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활동을 시작할 시기인 1970-1990년대는 높고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최소한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였다.

한국은 86세대 이후로는 더 이상 배고픔을 걱정하던 시대는 벗어났다. 하지만 MZ세대의 선두인 1980년대 출생자가 대학을 졸업한 2008년 이후 한국의 GDP 성장률은 평균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근로 소득 가치는 급하락했고 억대 연봉자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게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벼락거지, 하우스 푸어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면서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정서가 득세했다.경제 성장기가 끝나고 정체기에 접어들며 일자리는 감소했고 소득증가는 멈춘 뉴노멀의 시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MZ세대는 직업을 갖지 못할까봐, 혹은 얻은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 불안감에 끊임없이 노동을 계속한다. 저자인 피터슨은 그 결과로 미국의 밀레니얼들이 '번아웃'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번아웃은 과로의 결과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붕괴상태를 의미한다. 계급, 부모의 기대, 지역이나 문화적 공동체 등 각기 다른 배경에서 기인할수 있다. 저자는 오늘날 밀레니얼들의 번아웃이 강도와 만연함의 차이에서 이전과 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왜 열심히 사는데도 이렇게 힘든지' 그 이유를 정작 깊이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즘 세대의 번아웃은 바로 부모 세대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모 세대는 자신의 재산이자 지위를 자녀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교육에 투자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아네트 라루는 이러한 미국 중산층의 자녀교육 방식을 '집중양육(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는 양육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자녀를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가도록 열심히 교육시켰지만, 반면 자유롭게 놀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밀레니얼 세대는 호기심-독립성 부족, 교우관계와 단체생활의 결핍으로 인하여 자아감이 부족한 어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부터 높은 교육수준과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취업'이다. 그 영향으로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을 걸어다니는 이력서'로 개념화한 최초의 세대로 꼽힌다. 저자는 부모세대의 이러한 '성취지향적 육아' 방식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성장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성공에 집착하는 번아웃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한다.
 
미국 중산층의 집중양육이 '내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가깝다면,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한 한국은 '더 올라가기 위해'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한국의 1990년대생들은 최근 K팝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에서 보듯,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더 빨리 시작하여(조기교육), 더많은 투자(선행학습)을 강조하는 경쟁 사회에 익숙해져있다.

2021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약 23조 4천억 규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매년 가계 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나날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교육열이 지속적이고 가파르게 뜨거워진다는 것을 알수 있다.

MZ세대는 유치원때부터 대학입시까지 성장 과정 내내 각 단계별로 격렬한 경쟁과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평가를 받는 교육경쟁을 거친다. 기성세대가 학력고사나 수능으로 명문대에 입학하여 '인생은 한방'이 가능했다면, 요즘 세대는 반복되는 '적자생존'의 토너먼트에 가깝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방법은, 여러분 스스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뒤의 노동이 사라질 뿐 아니라 그 덕분에 일하는 사람의 능력, 행복, 성공, 부가 모두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서사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 '좋아하는 일'이란, 행복과 재정적 보상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그럴만한 일은 한정되고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언제든 나만큼의 열정과 능력을 지닌 대체자들은 넘쳐난다. 너무나 적은 자리를 두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경쟁하는 상황속에서 보상 기준이 낮아져도 별다른 여파가 없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지난 80년을 통틀어 사상 최악의 취업시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않았다. 취업시장에서 기업들은 공채 모집을 줄이고 검증된 경력직에 유리한 수시 채용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인턴십 자리 하나를 얻는 게 대학 입시보다 더 힘든 기현상이 벌어진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취준생들은 '좋아하는 일'보다 '일할 기회' 자체를 얻는데 다급해지고, 기업과 사회는 그들의 '열정'을 핑계로 이용한다. 열정이 사회에서 일할 동기로 받아들여질 때 임금이나 근무환경같은 대한 문제제기는 차마 꺼내기 힘든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린다.
 
또한 미국 기업들은 1970년대부터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윌스트리트 방식의 구조조정 방식인 다운사이징을 감행하여 불필요한 인력을 쉽게 해고하고 최소한의 필수인력만 기용하면서 채용을 점점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구글같은 일류 대기업들도 정직원(약 10만)보다 임시직원(12만, 하청인력)의 비중이 더 높을 정도다. 임시직원들은 동등한 노동을 감수하면서도 불안정한 지위와 형편없는 근로조건을 묵묵히 감수해야한다.
 
회사의 업무시스템과 분위기는 과로를 능력으로 포장하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유도한다. 수많은 기업들, 시중에 넘쳐나는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은 '과로의 이데올로기'화를 통하여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개인의 노력과 책임의 문제로 전가한다.

중국 기업가 마윈의 "젊었을 때가 아니면 언제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을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나"라는 발언으로 '996 논란'에 휩싸였던 사례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엄청난 반발을 자아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밀레니얼은 더 이상 '근무시간이 곧 열정'이라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더 이상 수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본문에서 "열정을 때려치우고 돈이나 주쇼"라는 대목을 통하여, 오늘날 '좋은 직업'이란, '당신을 착취하지 않으며 당신이 싫어하지 않는 업무'라고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한국에 있어서 MZ세대의 화두는 '경제적 자유'다. 젊은 세대는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 투자하며 직업상의 근로보다 재테크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한다. 이는 기존의 한국 사회에서 근로소득을 결정하던 시험기반 능력주의를 돌파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이른바 MZ세대의 반란으로 꼽힌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SNS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드러나는 인정욕구는, 곧 정보화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MZ세대의 심리적 압박을 드러내는 증거로 거론된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한국의 MZ세대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삶의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세대라는 안타까운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쟁취하기에 너무나 치열해진 경쟁사회는 구조적 불평등이 너무 커져버린 현실에 직면해있다.
 
저자는 본문에서 '밀레니얼들은 폄하 당했고 오해 받았으며 애초에 실패하게끔 설계된 상황에서 애를 쓴다고 비난 받았다'며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우리가 이만큼이나 우리 자신을 혹사시킬 인내심과 적성과 자원이 있다면 싸울 힘도 있을 것이다"라며 격려한다.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은 존재만으로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밀레니얼과 MZ세대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초래한 번아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진짜 자아와 마주하고 그 자체만으로 소중히 여기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고통과 현실을 좀 더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지탱해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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