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30대 중반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은 가부장적인 가풍을 가진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한국전쟁을 직접 겪었거나 전후 힘들었던 시대를 경험했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좀처럼 자식들에게 따뜻한 칭찬의 말을 잘 건네지 못했다. 따라서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와 자식들의 사이는 그리 가깝지 못했던 가정도 적지 않았다. 

이는 대중매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설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터프가이' 이대발(최민수 분)이 아버지 이병호(이순재 분)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농구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마지막 승부>에서도 반항아 윤철준(장동건 분)이 아버지 윤철식(장항선 분)의 말은 좀처럼 거역하지 못했다(물론 아버지 역시 생계수단인 트럭을 팔아 철준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정도로 아들 사랑이 끔찍한 인물이었다).

한국에서는 워낙 무뚝뚝한 아버지를 대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때로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버지를 부러워 하기도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아내와의 이혼으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게 된 아버지가 자식들을 보기 위해 할머니로 분장해 아이들이 있는 집에 가정부로 잠입하기도 했다. 고 로빈 윌리엄스의 열연을 통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였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콜럼버스 감독 작품 중 <해리포터>와 <나 홀로 집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콜럼버스 감독 작품 중 <해리포터>와 <나 홀로 집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나 홀로 집에>와 <해리포터>의 시작을 알린 감독

뉴욕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대학 기숙사 아파트에서 돌아다니는 쥐를 보며 상상력을 발휘해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가 바로 1980년대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올린 호러영화 <그렘린>이었다. 콜럼버스 감독은 <그렘린>을 시작으로 <구니스> <피라미드의 공포>의 각본을 쓰며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87년 엘리자베스 슈 주연의 <야행>을 만들며 감독으로 데뷔한 콜럼버스 감독은 1988년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사랑의 로큰롤>을 선보였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감독으로 한계를 보이는 듯했던 콜럼버스 감독은 1990년 자신의 4번째 장편영화를 통해 단숨에 흥행감독으로 등극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단골로 방영되는 영화 <나홀로 집에>였다.

1992년 <나 홀로 집에2 - 뉴욕을 헤매다>까지 연출을 맡은 콜럼버스 감독은 1993년 로빈 윌리엄스라는 대배우를 캐스팅해 또 한 편의 가족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연출했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세계적으로 4억 4100만 달러의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작가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가로 확실히 인정 받은 순간이었다.

콜럼버스 감독은 1990년대 중·후반 <나인 먼쓰>와 <스텝맘> <바이센테니얼 맨> 등을 차례로 만들며 자신의 작품색깔을 조금씩 넓혀 나갔다. 그리고 2001년 그 유명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연출하며 9억 7400만 달러라는 눈부신 흥행수익을 올렸다. 콜럼버스 감독은 2002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도 감독을 맡으며 <해리포터> 시리즈의 포문을 순조롭게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리포터> 이후 <판타스틱4>와 <박물관이 살아있다> <헬프> 등을 제작하며 제작자로 활동 범위를 넓힌 콜럼버스 감독은 2010년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을 흥행시키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5년 <픽셀>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긴 콜럼버스 감독은 인기 호러게임을 영화화한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차기작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작년 10월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식 위해 여장도 불사한 아빠의 정성과 사랑
 
 고 로빈 윌리엄스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골든글러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고 로빈 윌리엄스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골든글러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아동문학가 앤 파인이 1987년에 쓴 소설을 영화화한 가족 코미디로 로빈 윌리엄스의 실감나는 분장과 원맨쇼에 가까운 혼신의 코믹연기,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지며 큰 사랑을 받았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제51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분장상을 받으며 다방면에서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개봉했을 당시 로빈 윌리엄스는 <굿모닝 베트남>을 시작으로 <죽은 시인의 사회> <후크>,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토이즈> 등에 출연하며 절정의 인기를 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한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신뢰는 대단히 높았고 이는 서울 관객 46만이라는 높은 흥행성적으로 이어졌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사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다니엘 힐라드는 그리 좋은 가장이라고 보긴 힘들다. 괜한 고집으로 번번이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아내 혼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도 아내를 돕기는커녕 아내가 없는 틈을 타 아들의 생일파티를 핑계로 집안을 동물원으로 만든다. 우연히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분장을 하고 진행한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면서 재기에 성공하지만 만약 그 프로그램을 만나지 못했다면 다니엘은 그저 '실패한 가장'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할머니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다니엘의 정성과 사랑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실제로 처음 가정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간단한 요리조차 하지 못해 냄비를 태우고 배달요리로 저녁을 차리던 다웃파이어 여사는 독학으로 요리를 공부해 가족들에게 그럴 듯한 요리를 대접한다. 결국 다니엘은 이혼한 아내 미란다(샐리 필드 분)의 마음을 움직여 자식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제작비의 17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개봉 20년이 훌쩍 지난 2015년 개봉을 목표로 속편 제작 소식에 들어갔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속편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로빈 윌리엄스 등 전편 주역들의 참여가 결정되면서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4년 8월 로빈 윌리엄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속편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됐다(사실 로빈 윌리엄스가 빠진 <미세스 다웃파이어2>는 큰 의미가 없다).

메이 숙모를 유혹하는 제임스 본드?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세 아역배우는 성인이 된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가 되진 못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세 아역배우는 성인이 된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가 되진 못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유쾌하지만 책임감이 부족한 다니엘의 행동을 참던 미란다는 결국 다니엘과 이혼을 하고 세 아이의 양육권을 얻는다. 하지만 새 가정부로 고용한 다웃파이어 여사와 가까워지고 그녀가 다니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니엘을 가정부로 고용하면서 아이들과 다니엘을 재회시켜준다. 미란다 역의 샐리 필드는 2007년 드라마 <브라더스 앤 시스터즈>로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메이 숙모를 연기한 배우로 유명하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5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하며 4편의 < 007 > 시리즈에 출연했던 피어스 브로스넌은 제임스 본드로 낙점되기 전이었던 1993년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잘 생긴 사업가 스튜어트를 연기했다. 미란다의 집에 찾아와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다니엘에게는 마치 악마처럼 묘사됐지만 사실 스튜어트가 공식적으로 이혼한 미란다와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동이다.

영화 중반 TV시청을 금지시키고 숙제를 하라는 다웃파이어 여사와 대립했던 리디아(리사 제이컵 분)는 다웃파이어 여사의 (배달)요리로 엄마가 웃는 걸 본 후 다웃파이어 여사에게 사과하는 성숙한 맏딸이다. 1996년에 개봉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에게 납치됐었다고 주장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외동딸 앨리시아를 연기했던 제이컵은 2000년 <더블 플레임>을 끝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마스코트이자 막내 딸 나탈리를 연기한 마라 윌슨은 다니엘의 3남매로 출연했던 배우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로 꼽힌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아빠인 다니엘에게 촌절살인의 대사를 내뱉으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던 윌슨은 1996년에 개봉한 대니 드비토 감독(<배트맨2> 펭귄맨으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의 가족 코미디 영화 <마틸다>에서 마틸다 웜우드 역을 맡아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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