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드라마 포스터

▲ <괴이> 드라마 포스터 ⓒ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야산에서 고대 불상이 발굴되자 권종수(박호산 분) 진양군수는 관광 수입을 노린 전시를 계획한다. 그런데 불상의 눈을 가렸던 천을 푼 다음부터 마을엔 검은 비가 내리고 얼굴 모양의 우박이 떨어지는 괴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일주 스님(조상기 분)의 의뢰를 받아 불상을 조사하던 고고학자 정기훈(구교환 분)은 이것이 악귀가 들린 귀불로 눈을 본 사람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환각에 시달리며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걸 알게 된다. 

군청 안에 놓인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이 미쳐 날뛰며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정기훈의 부인 이수진(신현빈 분)과 파출소장 한석희(김지영 분)의 아들 한도경(남다름 분)을 포함한 생존자들은 건물 안으로 급히 도망친다. 정기훈과 한석희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군인들이 봉쇄한 도로를 피해 진양으로 향한다.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연상호 감독의 필모는 '광폭'이다. <지옥-두 개의 삶>(2003) 등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를 거쳐 상업 실사 영화 <부산행>(2016), <염력>(2017)으로 경력을 쌓았다.

최근엔 자신이 연출한 영화 <반도>(2020) 외에 드라마 <방법>(2020)과 영화 <방법: 재차의>(2021)의 각본을 썼고 드라마 <지옥>(2021)에선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최규석 작가와 함께 웹툰 <계시록>을 연재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엔 넷플릭스를 통해 고(故) 강수연 배우의 유작인 영화 <정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 4월 29일 OTT 서비스 티빙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웹드라마 <괴이>는 연상호 감독과 영화 <개와 늑대의 시간>(2007), 드라마 <라이어 게임>(2016), 공개 예정인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각본을 집필한 류용재 작가가 <반도>에 이어 다시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한 아이를 잃은 부부'를 떠올리며 상실감을 안게 된 부부가 과연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쓴 이야기라고 밝혔다. 메가폰은 <회오리 바람>(2009), <잠 못 드는 밤>(2012),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를 연출한 바 있는 장건재 감독이 잡았다. 그는 <괴이>를 "자기의 아픔을 치료하고 인간 사이에 놓여 있는 불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괴이>는 상실과 회복을 재난과 오컬트를 결합한 형태로 그린다. 류용재 작가는 "작품의 외피를 보면 초자연적인 사건을 쫓는 스릴러일 수도 있고 마을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재난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귀불로 인해 자신의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광경은 새롭지 않다.

<부산행>, <서울역>(2016), <반도>의 아비규환을 익히 봤지 않나.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출발해 점차 재난물로 변해가는 전개도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새>(1963), <새벽의 저주>(2004), <미스트>(2008), <눈먼 자들의 도시>(2008), <버드 박스>(2018) 등 재난 영화의 대표작들의 영향을 받은 장면도 상당하다. 연상호의 자기 복제와 지나친 클리세 남용이란 혹평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묘사는 다른 재난 영화들에 비해 한층 자극적이다.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이 군청 안팎에서 벌이는 살인 장면에서 갓 출소한 곽용주(곽동연 분)는 혼란을 틈타 사람을 죽이길 즐긴다. 그는 <지옥의 묵시록>(1979)의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분)이나 <콩: 스컬 아일랜드>(2017)의 프레스턴 패커드(사무엘 L. 잭슨 분) 같은 전쟁광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만, 깊이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그저 잔혹한 폭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각본은 허술하다. 20살 남짓한 전과자에게 군수를 비롯한 다수 남자들이 마구 휘둘리는 상황은 픽션임을 감안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캐릭터(들)에게 거리감이 든다. 하필 핸드폰은 정기훈 것만 잘 터진다. 도시를 봉쇄한 정부와 군대는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의문이 가는 대목도 존재한다. 정기훈과 이수진의 딸 정하영(박소이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그렇다. 보는 이에게 불쾌함을 주면서까지 자세하게 묘사해야 할 이유나 가치를 모르겠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은 줄곧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괴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를 겪는 한국 사회가 여러모로 투영되어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검은 비를 맞은 사람을 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하여 공격한다거나 "정부지침이 우리 가족이 안에 있는데 봉쇄하고 죽게 내버려 둔답니다", "다 죽여야 우리가 산다" 같은 대사는 <부산행>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무렵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편을 가르고 상대를 혐오하던 차별의 시선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류용재 작가는 "각각의 사람들이 귀불의 저주 때문에 아픔이나 상처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재현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괴이>의 오컬트적 요소를 설명한다. '감염'이 아닌, '환각'을 사용한 점은 여타 좀비물과 차별화를 이룬다. 보통 좀비물에선 한 번 감염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가 없는데 <괴이>에선 귀불의 눈을 가리면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한편으로 귀불을 '가짜뉴스'를 상징한다고 읽는다면 정신 차리고 '진실'을 제대로 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괴이> 드라마의 한 장면 ⓒ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괴이>는 편당 30분 내외, 총 6편으로 구성된 미드폼 시리즈다. 티빙은 넷플릭스처럼 몰아볼 수 있도록 처음으로 전체를 한 번에 공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한 편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가 시리즈에서 가능할지 도전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도전은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무엇보다 분량 자체가 애매하다. 러닝타임을 늘려 서사와 캐릭터를 강화했든가, 아니면 2시간 남짓에 맞게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장건재 감독에겐 상업적,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 맞질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괴이>는 공개 첫 주에 유료가입기여자수와 시청 UV 역대 1위를 기록했기에 이변이 없는 한 속편(제작사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쿠키 영상을 넣었다)이 나올 것이라 본다. 시즌1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나은 시즌2로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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