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민스미트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과 독일군의 판도를 바꿀 시칠리아를 두고 팽팽한 싸움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미 시칠리아에 병력 23만 명이 주둔한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교란 작전을 펼쳐 독일군을 유인할 미끼를 던진 이야기다. 시칠리아는 서유럽 진출의 요충지였고 두 세력 다 빼앗기면 크나큰 영향이기 때문에 히틀러를 완벽히 속여야만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의 리얼함과 비극적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 영화 같은 작전은 실제로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은 종전의 기회를 두 달이나 앞당겼다.
 
히틀러를 속여버린 전쟁 실화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이미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전쟁에서 더 이상 사상자를 낳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독일군 위세는 날로 커져 연합군은 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단 한 번의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하게 된다. 히틀러를 떨어트리기 위한 교란작전을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한 작업에 몰두한다.
 
먼저 쥐약 묻은 빵을 먹은 부랑자 시신에 사연을 입혀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가상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완벽히 위장했다. 대의상 중립국이지만 독일군을 돕고 있던 스페인 연안에서 발견되도록 유도했다. 1급 기밀 사항을 갖고 있던 시신의 발견으로 시칠리아 주둔 병력을 분산하려는 계획이다.
 
여기서 1급 기밀이란 연합군이 그리스와 사르데나를 침공할 계획이나 시칠리아 침공은 속임수일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서와 사적인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을 분신처럼 꼭 끌어안고 발견된 시신을 독일군이 해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진 레슬리(켈리 맥도널드)은 마틴과 연인 팸의 디테일까지 전담하며 감정 전이를 경험한다. 마치 메서드 연기 중 캐릭터와 진짜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처럼 말이다. 한편, 질을 마음에 둔 찰스 첨리(매튜 맥페이든)는 몬태규를 향한 질투심과 믿음이란 이중고를 이겨내야만 했다. 작전 성공을 위해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 하나, 전시 중이라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모두를 이끄는 작은 오차가 될 뿐이었다.
 
총, 칼 대신 말과 글로 싸우는 눈치싸움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영화는 '007시리즈' 같은 대규모 첩보작전의 스펙터클과 교묘한 술수를 생각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첩보전이란 말의 정의를 다르게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직 대화와 두뇌로 상대편을 뒤흔드는 싸움이다. 문과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디테일한 이과적 분석력을 더해야 한다.
 
연극 무대를 마친듯 예술성이 빛나는 작품처럼 느껴지는 묘미는 손발이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협업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모델, 연출자 등 각자의 위치에서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한 인물의 삶을 만들기 위해 개인 취향, 가족관계, 성격, 습관까지 설계해 가짜 문서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짜에도 품격이 있다. 실존 인물 같은 풍부한 깊이감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철저함이다.
 
이 작전을 두고 최고의 교란 작전이라 칭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총성이나 폭력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역사가 '벤 매킨타이어'가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셰익스피어 러브> <미스 슬로운>의 연출자 존 매든과 고전 <오만과 편견>의 영화, 드라마에서 각각 다아시를 맡았던 매튜 맥퍼딘과 콜린 퍼스가 나란히 출연했다. 또한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만큼 진 레슬러와 헤스터 레지트의 기여도 높이 평가 했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영화 <민스미트 작전> 스틸컷 ⓒ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007 시리즈' 원작자로 알려진 '이안 플레밍'이 작전의 초안을 구상하며 활약한 깨알 같은 장면을 찾는 재미는 덤이다. '민스미트 작전'이란 고기가 들어 있지 않지만 미트라는 말을 쓰는 영국 전통음식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붕어는 없고 팥으로 속 재료를 채운 붕어빵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전쟁 배경 첩보 영화에서 로맨스로 흐르는 뜻밖의 상황이 연출된다. 전 세계의 위태로움과 개인의 위태로움이 비등한 속도로 달려간다. 속고 속이는 정보전이 소재인 만큼 인물들 간의 깊은 감정 묘사에 비중을 두었고 전개는 다소 느리다. 최근 개봉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더 스파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더 스파이>가 스파이 개인의 고뇌와 스릴을 중심으로 삼았다면, <민스미트 작전>은 스파이의 믿음과 갈등, 러브 스토리를 덧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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