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영화관에서 명상을 하듯 마음챙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만나는 길(Walk with Me)'은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이 세운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Plum village)의 일상을 관찰한 기록이다. 지난 1월 22일 향년 95세를 일기로 열반한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출신 승려로 비폭력 평화운동가이자 전 세계인의 영적스승이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전쟁 당시 스러져가는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반전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이를 이유로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받아 1980년대 초 프랑스로 망명하여 보르도 지방에 세운 수행공동체가 바로 플럼빌리지이다. 이후 세속의 소란 대신 고요한 침묵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울림을 듣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찾아드는 곳이 되었다.
 
이 작품을 공동 연출한 마크 J. 프랜시스, 맥스 퓨 감독은 3년간 플럼빌리지의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함께 걷고, 먹고, 일하고, 차를 마시며 마음챙김(mindfulness) 수련을 직접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닥터 스트레인지' 역의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컴버배치는 틱낫한 스님이 1962년부터 1966년까지 썼던 명상록인 <젊은 틱낫한의 일기>의 문장을 낭독하며 영화 전반의 흐름을 이끈다.
 
플럼빌리지의 사람들은 세속의 소란에 휩쓸려 앞만 보고 달리는 대신 멈추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몸과 마음에 채찍질 하는 대신 적게 소유하며 지금 여기의 몸과 마음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한다. 15분마다 종이 울리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는 규칙이 이채롭다.
 
 <나를 만나는 길> Walk with Me, 2017, 다큐멘터리, 94분

<나를 만나는 길> Walk with Me, 2017, 다큐멘터리, 94분 ⓒ 티캐스트

 
"내면의 깊은 곳에서 추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내레이션 <젊은 틱낫한의 일기> 중)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면, 추함은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고통의 의미는 점점 협소해지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간주된다. 내안의 그림자를 외면하기 위해 밝은 전광판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처럼 바깥의 화려함과 쾌락을 좇아 생의 시간들을 불태운다. 고통을 마주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술을 마시고, 탐식을 하고,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고, 새로운 물건으로 공허를 채우는 것이 거리의 유행가처럼 울려 퍼진다.
 
틱낫한 스님은 책 <화해(Reconciliation)>에서 '연꽃을 피우는 데 진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고통을 겪어 보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것처럼 '이해와 자비'를 기르는 데는 고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마음챙김은 고통을 보듬어 안고 깊이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깨어 있음은 우리가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고통이 거기 있음을 인식하고 감싸 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같은 책).
 
참된 행복은 진흙속에서 피어올라 은은한 향기를 품은 연꽃과 같다. 멈춤과 침묵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바깥으로 빼앗긴 시선을 돌려 내 속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내 안의 진흙과 연꽃을 똑바로 마주하며 가꾸는 일이다. 

소음과 혼란으로 가득한 시대이기에 고요와 평온은 점점 더 소중해진다. 극장가 또한 스펙터클로 넘쳐나지만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을 통해 내안의 울림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북 <느리게 걷는 여자>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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