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연상호,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 티빙

 
지난해 7월 영화 <방법: 재차의>부터 티빙 <돼지의 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이어 다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까지. 지난 1년여 동안 연상호는 쉼 없이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원작자 혹은 작가로 참여한 작품도 있었고(방법, 돼지의 왕)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작품도 있었지만(지옥) 사람들은 이 모든 작품들을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공개된 <괴이>에서 그는 류용재 작가와 시나리오 공동 집필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두고 '연니버스'의 확장이라기 보다 오히려 답습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상호 작가는 이에 대해 "내가 조금이라도 참여한 모든 작품에 '연니버스'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연상호 유니버스라는 말은 제가 만들지 않았다. 사실 이 작품에서도 제가 돋보이게 될 줄은 몰랐다. 제작자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고, 공동 작본가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생각해 보면 그게 잘못인 것 같다. 항상 제 자신을 작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서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저는 이 영화에서 한 명의 스태프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 그런데 제가 자아복제 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장건재 감독의 입장에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해 온 작품의 연장선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복제처럼 느껴지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 제가 극본에 참여하든, 원작자로서 참여하든, 제 작품인 것처럼 사람들에겐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최근에 깨닫게 됐다. 내 타임라인 안에서 신선한 요소들을 계속 만들어내야겠다, 치열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연상호)

연상호, 류용재가 만든 '마음 속 지옥'

<괴이>는 저주 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 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 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연상호, 류용재 작가를 만났다.

극 중에서 진양군 사람들은 불상의 눈을 본 이후부터 지옥같은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삶의 가장 끔찍했던 순간이 눈 앞에서 다시 펼쳐지면서 사람들은 미쳐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잔인하고 독특한 설정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을까. 연상호 작가는 "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에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처음 떠올린 얘기는 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였다. 부부 사이에 굉장히 큰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면 큰 상실감이 생기겠지. 그 부부가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큰 모티브가 됐다. 관심있어 하는 것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상처도 바라보게 되면 그 상처가 깊어지는 것 같다. 상처에 딱지가 앉았을 때도, 거기에 너무 신경을 쓰면 딱지를 자꾸 떼게 된다. 그러면 상처가 덧난다. 그걸 내버려둘 수도 있어야 한다. 자꾸 되새김질을 하면 더 상처가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연상호)

"마음이라는 게 결국 사람이 갖고 있는 상처일 수도 있고 뒤틀린 욕망일 수도 있다. 그것들에 신경쓰고 바라보게 되면 거기에 사로잡혀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걸 극복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했다." (류용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연상호,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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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에서 사람들이 환각을 보면서 서로를 죽고 죽이는 현상은 점점 진양군 전체로 퍼져나간다. 정부는 진양군을 봉쇄하고 비상 계엄령을 발표한다. 오컬트 설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현실의 재난물이 되어간다. 이는 마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처럼 좀비 장르 콘텐츠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류용재 작가는 "한국 좀비물의 문을 여신 연상호 작가님이 생각한 내용"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해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저는 재난극과 오컬트의 결합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좀비물도 일종의 재난물이라고 본다면, 좀비물은 바이러스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번 감염되면 피아 구분이 확실해지고 상대를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 반면 '귀불'이라는 오리지널 기원을 설정해놓고 재난물 특유의 속도감이나 스케일 등을 가미한다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재난과 오컬트 장르의 여러 장점을 결합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류용재)

"사실은 좀비 장르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진화됐다. 결국 장르도 뭔가 새로운 것과 결합하면서 진화하고 익숙해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토준지의 <소용돌이>라는 만화의 후반부가 재난물 형태를 띠고 있다. 저는 그 만화를 볼 때 의외로 (두 장르의 결합이) 잘 어울리더라. 영상에서도 그걸 잘 섞을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괴이> 시나리오) 글을 쓸 때도 만화처럼 쓴 부분이 많다. 환각을 보는 상황에서 과거의 기억이 풍선처럼 커지거나 몸에 들러붙는 식으로, 글만 써도 되니까 예산 등 이것저것 생각 안 하고 썼지." (연상호)

"환각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연작가님이 판타지에 가까울 만큼, 이게 실사로 표현이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비주얼을 고민하셨다. 수진과 기훈의 아이를 죽인 트럭기사도 거의 인간과 트럭이 뒤섞인 형태로 쓰기도 했었다. 작가적인 야심으로 썼는데 현실적으로 영상에 담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류용재)

에필로그가 시즌2 힌트? "대본에 없던 장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연상호,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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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작가는 <부산행> <반도> <염력> 등 여러 상업 영화와 <지옥> ott용 시리즈 콘텐츠를 직접 연출해 본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연출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본을 담당했을 때는 (연출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도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연상호 감독은 "공개된 작품을 봤을 때도 장건재 감독의 개성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괴이>는 공개 첫 주부터 유료 가입 기여자 수, 시청 UV(순 방문자수) 역대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반대로 일각에서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아쉽다든가,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등의 혹평도 적지 않았다. 연상호, 류용재 작가도 그러한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다음 작품을 위해 많이 고민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번에 느낀 것은 30분짜리 6부작을 만들어봤다는 게 가장 큰 경험이다. 30분짜리 6부작의 형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겨난다. 대부분 저는 작품을 여러 작품을 내놓는 편이다 보니까 작품할 때마다 호불호가 당연히 갈린다. 여러 가지 작품에 대한 반응은 다음 작품을 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 된다. 앞으로의 작업을 할 때 밑거름이 되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연상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눈여겨 들어서 반성하고 고민도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을 봤을 때 처음의 기획의도와 대본,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표현이 바뀔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대본을 쓸 때) 캐릭터 빌딩에 더 힘을 쏟았다거나 환각을 표현하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류용재)


한편 드라마에서는 귀불을 다시 봉인하고 모든 재난이 끝난 뒤, 에필로그 장면에서 기훈과 수진은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선글라스를 쓰고 자동차로 허허벌판을 질주하던 두 사람은 버려진 비닐하우스에서 뼈만 남은 시체를 발견한다. 이 장면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시즌2를 위한 힌트가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연상호, 류용재 작가는 대본에 쓰지 않았던 장면이라면서도 시즌2를 만든다면 기훈과 수진의 새로운 이야기로 써보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 장면은 사실 대본에 없었다. 촬영 막판에 그런 장면을 넣자는 의견이 제작진 쪽에서 나왔다더라. 그런 장면을 찍는다고 듣긴 했었다. 시즌2 작업을 한다면 아마 현재 <괴이>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을 테니까, 작품이라는 게 다음 시즌에선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훈과 수진이라는 좋은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니 다음에는 더 정교한 퍼즐 형태의 오컬트 스릴러가 됐으면 좋겠다." (연상호)

"만약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지금 <괴이>에서는 귀불이라는 존재 때문에 마음의 지옥을 보게 된 두 사람이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시즌 2에서는 고고학자와 학자인 두 사람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캐릭터 면에서도 <괴이>와는 다른 상황으로 괴이한 현상들을 조사하는 이야기로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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