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 브랜드를 내세운 또 하나의 솔루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아이와 육아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부모와 부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5월 16일 첫 방송된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안무가 배윤정-축구 코치 서경환 커플이 등장하여 부부생활의 위기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오은영은 "시즌2를 하면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을 때 좀 망설였다. 자칫 잘못 다뤘다가 관계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싶어서. 막중한 책임감과 진정성을 담아야하기 때문에 좀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하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가정, 갈등이 있는 부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의뢰인으로 등장한 배윤정-서경환은 무려 11살차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9개월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배윤정-서경환 부부는 맞벌이에 육아로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축구클럽을 운영중인 서경환은 육아를 돕기 위하여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나 실제로는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육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배윤정은 댄스아카데미 관련 업무를 병행하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까지 대부분 떠맡으며 산후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배윤정은 초보 엄마로서의 극심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와서 아이와 처음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게 낯설고 겁이 났다고. 배윤정은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아이가 짐으로 보이고, 내 인생이 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남편도 의지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 이렇게 우는 애를 어떻게 키우지?' 계속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부부간에 사소한 일로 오해가 쌓였다. 저녁에 부부만의 대화 시간에서 서경환은 "대화가 잘 안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과 대화하면 우울해진다"라고 놀라운 이야기를 밝혔다. 큰 충격을 받은 배윤정은 말문이 막혔고 결국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배윤정은 "남편이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존재였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배윤정은 "남편이 부부싸움을 하거나 화가 났을 때 극단적인 말을 많이 한다. 저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부간에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남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꼭 한다. 나중에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남편은 사과하면 끝이지만 저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어쩔 때는 사과조차도 싫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서경환은 "저 말을 하고나서 며칠간 '우울'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나더라. 아내랑 대화하면 우울해진다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이 우울하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하며 미안해했다. 서경환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사적인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우울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제 표정과 말투를 보니까 (아내에게) 너무 상처였을 것 같다"면서 후회했다.
 
오은영은 "단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남편은 아내와 대화를 하거나 한 공간에 있을 때 어쨌든 마음이 우울해진다는 거다. 어떤 형태이든 그 상황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거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남편이 아내의 유쾌하고 활발한 모습만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우울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 싫다기보다 감당이 안 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후우울증 겪는 아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산후우울증은 출산의 경험이 없는 남성들이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서경환과 하하, 김응수 등 현장에 있는 남편들도 모두 동감했다. 오은영은 "마음에 안 와닿는다고 하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그런데 울적함과 우울증은 다른 거다. 일시적인 감정반응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의지가 약하다', '기분을 바꿔보라'는 이야기는, 비유하자면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치료를 받는 대신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산모의 절반 이상이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 가벼운 산후우울감을 겪는 경우는 90% 이상에 이른다고. 배윤정 역시 심리평가 결과 산후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산후우울증을 악화시킬 수도 혹은 호전시킬수도 있는 요소는 바로 '남편'이었다. 의학적 분석에 따르면 남편의 육아와 가사에 대한 관심이 산후 우울을 악화시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서경환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우울증상을 겪고 있었다. 서경환은 아내의 산후 우울 소식을 들었을 때 "완전 혼란스러웠다.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 저도 같이 우울했다. 막막하고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항상 멋지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봤던 아내의 약해진 모습은 남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서경환의 시점에서 촬영된 화면에서는 남편이 대화나 집안일을 하는 중에도 아내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 심지어 서경환은 "아내가 혼내거나 눈치를 주지는 않는데도, 무섭다"라고 고백했다.

서경환은 사소한 일거수일투족까지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허락을 맡았다.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일, 가사, 육아 등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오은영은 "남편이 소극적이고 많이 위축되어 있다. 가사와 육아를 어느 정도는 남편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배윤정과 서경환은 이튿날 저녁 두 번째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과 입장차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배윤정은 집에 있어도 육아를 돕지 않는 남편과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 식탁에서도 휴대폰만 바라보느라 아내에게 집중하며 대화할 시간이 없는 남편의 모습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서경환은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과 상처가 되었던 아내의 말,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 등을 언급했다. 배윤정은 "앞으로 우리 같이 살 날이 더 많잖아. 웬만한 건 서로 이해하고 넘겨주자. 나도 노력할테니 같이 노력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돌연 서경환에게 "약간 한국말이 서툰 것 같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해외생활로 여러 가지 언어를 섞어 쓴 경험이 많았다. 오은영은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용하는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에 언어적 정의가 다르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우울하다', '적당히'같은 표현도 서로 사용하는 말의 의도와 해석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다는 것. 배윤정 역시 "대화를 할 때 굉장히 극단적인 단어를 쓴다"며 공감했다. 오은영은 부부간 대화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철수하라" 오은영의 직설적인 조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또한 오은영은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기 위하여 설치한 재택근무 시설에 대하여 "당장 철수하라"며 직설적인 조언을 전했다. "집에서는 가족과 일상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을 집까지 들여오는 건 안 하는 게 좋다. 업무방식도 비효율적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오은영은 업무에 있어서 구조와 규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학부모와 상담 때문에 하루종일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남편에게 공지를 전하고 상담시간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배윤정에게는 대화를 피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해볼 것을 주문했다. 본인이 직접 한 말을 다시 들으면서 환기효과도 있다고.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솔루션을 마치고 배윤정 부부는 다시 둘만의 공간에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서경환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내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집안에서 부부로서 함께 공유할 규칙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변화를 기약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표 솔루션은 최근 방송가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쪽같은 내새끼> <금쪽상담소> 등 그녀의 이름을 내세운 수많은 방송에서 맹활약하며 솔루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주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반복되며 '또은영'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이미지 중복과 식상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육아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부부, 가족사에서 MZ세대, 직장, 취업, 대중문화 등 사회적 현상까지 언급할 만큼 솔루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

일각에서는 오은영의 주장과 해석을 모두 '정답'처럼 여기는 과도한 판타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은영이 등장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애티켓 캠페인'이 공공장소에서 예의없는 아이와 부모들의 모습까지 '아이니까' 남들이 이해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은영이 상담 전문가로서 가지고 있는 대체불가한 장점은 그 대상과 상황의 핵심을 짚어내서 쉽고 명료하게 풀어내는 '언어화 능력'에 있다. 솔루션 전문가에게 중요한 능력은 단지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보다, 어떤 인과관계로 문제가 발생했고 그것이 왜 잘못인지 상대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전달력이다.
 
배윤정 부부의 대화에서 오은영은 부부가 사용하는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놓치지 않고 남편의 언어 구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캐치해냈다. 갈등 상황에서 섣불리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대방이 엇갈리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결코 아무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듣는 이들에게 불편할 수 있는 지적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설득시킬수 있는 화법은, 오은영 솔루션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가의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려면, 그들의 지식과 주장이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에 역행하거나 지나친 판타지가 끼어들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쉽다. 어떤 난제도 척척 해결해내는 방송 솔루션 속의 전능한 오은영과, 애티켓 논란 속의 오은영은 같은 사람이지만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서사가 주어진 방송과,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공익광고의 차이 때문일까. 명불허전과 과유불급도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가 오은영 판타지를 소비하는 방식도 그녀가 자신의 메시지와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신중하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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