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범죄자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직접 사람을 죽이거나 손에 피를 묻히지않았다고 해도 얼마든지 끔찍한 범죄자가 될수도 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이를 두고 "사람을 죽이지 않은 살인범"이라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그 대상은 바로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사건의 주범 조주빈과, 그가 제작된 성착취물을 양심의 가책없이 소비했던 익명의 공범들이었다.
 
5월 13일 방송된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조직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블랙> 방송 이래 가장 최근에 벌어진 범죄이자 가장 나이가 어린 범죄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조주빈은 체포 당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피해를 입은 분들께 사죄드린다. 멈출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 바 있다.
 
조주빈은 온라인에서 박사장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본격적인 디지털 범죄를 시작하며 '박사'라는 예명을 갖게 됐다. 2019년 9월 텔레그림 메신저를 통하여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 조주빈은 여성들을 협박하여 돈을 받고 성착취물을 유포 및 판매했다.
 
조주빈에게 당한 피해자의 규모는 6개월 사이에 무려 74명에 이르렀다.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밝혀진 피해자 중에서만 미성년자가 16명에 달했다. 초등학생-중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권을 유린당해야 했다.
 
협박당한 피해자들은 조주빈이 요구하는대로 포즈를 취하거나 대사를 읽은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하며 이른바 '노예 인증'을 당해야 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성착취물을 지워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조주빈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관련 자료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심지어 조주빈이 체포된 이후에도 범죄의 흔적인 성착취 자료들은 여전히 온라인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범죄 영상을 검색하여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주빈은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불렀고, "피해자들은 신고하지 않을 것"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환상을 여기에 다 쏟아내도 좋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끼손가락을 들고 사진을 찍으라고 요구한 이유에 대하여 법정에서 조주빈은 "저의 피해자임을 알리려고 했다"는 의도라고 자백했다.
 
조주빈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착취 영상물의 브랜드화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주빈은 자신의 행위를 범죄가 아닌 일종의 예술이자 문화와 관련된 사업으로 인식했다. 또한 조주빈은 피해자의 영상과 신상정보로 대백과사전이라는 자료를 만든 뒤 피해자 여성들을 마치 상품처럼 선전하고 조롱했다.
 
조주빈은 직접 작성한 글에서 본인의 예명인 박사를 3인칭처럼 언급하며 '아트박', '아티스트박'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피해자들은 '배우'라고 지칭했다. '포르노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피해자들은 자신을 내려놓고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자신의 범죄에 대한 합리화와 나르시즘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또한 돈을 내고 '박사방'에서 조주빈의 성착취물을 소비한 참여자는 무려 15000명에 이르렀다. 온라인 범죄의 특성상 가해자가 사라져도 영상물은 남아있기에 2차 피해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평범한 청년같은 외모의 조주빈은 어떻게 세상을 경악시킨 악마가 되었을까. 조주빈은 평소에 작은 키와 외모로 인하여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한 성격이었다. 바깥 세상보다는 오히려 온라인에서 더 활발했던 조주빈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의외로 보이스피싱, 마약사범 등을 검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선행으로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전적도 있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조주빈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했다고 분석하며, 그의 선행도 어쩌면 선의가 아닌 범행전 경찰의 수사방식에 대한 사전 탐색이 주 목적이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주빈은 키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지연장술로 작은 키를 늘리기도 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했다. 조주번의 첫 범행도 수술 이후 10개월간의 회복기간 동안 벌어졌다.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을 접하게 된 조주빈은 시험삼아 총기나 마약을 판매하겠다는 허위글을 997회나 게재했고, 이중 12명으로부터 866만 원을 편취했다.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의 차이는 무엇일까. N번방은 닉네임 갓갓이라는 인물이 개설한 불법 성착취물 유포 채팅방이었고 1번부터 8번까지 각각의 주제와 특성에 따라 번호가 매개져 있었다. N번방이 해체된 이후 조주빈이 새롭게 개설한 게 바로 박사방이었다.
 
N번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조주빈은 더욱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서 성착취물을 생산-유포했다. 6개월간 조주빈의 성착취범죄에 유인, 성착취, 마케팅, 회원관리 등 각 분야에 따라 조직원으로 동참한 공범만 38명에 이르렀다. 현직 군인과 사회복무요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주빈 일당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캐내기 위하여 공익요원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조주빈은 메신저로만 연락하여 범행을 지시하고 공범들과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다.
 
박사방은 등급제로 운영됐다. '시민방'은 참여자들이 원하는 성착위물을 조주빈에게 직접 의뢰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범행 공모방이었다. 수위가 높은 성착취 영상물은 3단계로 나뉘어진 '유료방'에서 배포했다. 유료방의 가격은 1단계 20-30만 원에서 3단계는 약 150만 원에 이르렀다. 조주빈은 박사방 입장료를 '후원금'이라고 지칭했고, 공지사항에는 '연예인 및 일반 여자들의 믿지못할 광경을 것을 감안하면 어처구니없을만큼 싼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조주빈은 돈을 받는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활용하여 거래기록이 남지 않은 다크코인을 이용했고 범죄 수익금은 별도의 수익금 인출팀을 만들어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수사결과 조주빈의 수익금은 1억8백만 원 정도로 밝혀졌으며 범죄수익으로 인정되어 현재는 모두 몰수됐다. 밝혀진 수익금 외에 가상화폐의 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최귀화는 "저 돈을 벌려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한 게 화가 난다"라며 분노했다.
 
조주빈은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3년간이나 봉사활동을 다니고 팀장까지 맡는 등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점점 대담대진 조주빈의 범죄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장됐다. 최소 2명 이상의 피해자들이 조주빈의 지시를 받은 박사방 조직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고 해당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실시간 노예 성폭행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박사방 참여자들에게 유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급기야 조주빈은 "유료회원이 되어 여성들을 분양받으면 실제 성폭행도 가능하다"는 경악스러운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2019년 10월 5일 조주빈 일당은 실제 성폭행을 저질렀고 대상은 미성년자인 불과 15세의 중학생이었다. 조주빈은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피해자를 유인하여 점점 강한 수위의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피해자는 협박에 못이겨 계속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주빈은 조직원들에게 지시하여 해당 피해자를 성폭행한 뒤, 조직원과 피해자를 채팅방으로 불러 성폭행 과정을 묻고답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초대를 받았으나 채팅은 막아둔 상태로 실시간으로 모든 조롱을 지켜봐야만 했다.
 
인간이라고 믿기 힘든 조주빈의 끔찍한 악행은 2019년 7월 N번방을 목격한 제보자가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하며 덜미가 잡혔다. 조주빈 검거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사방 수사가 어려웠던 이유는 조주빈 일당이 활동하던 텔레그램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어디서 누가 운영하는지 지금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데다 고객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주빈 일당도 이를 알고서 텔레그렘을 이용했다. 설상가상 가상화폐로 금전거래를 하고 있어서 역시 추적이 어려웠다.
 
수사팀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도움을 얻어 수상한 가상화폐를 완전하던 박사방 조직원을 찾아냈고, 그의 행적을 추격하는 과정을 통하여 조주빈의 신원도 파악했다. 경찰은 조주빈에게 범죄수익금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2020년 3월 16일 마침내 조주빈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통하여 성범죄 증거물을 확보했다. 조주빈의 휴대전화에서 박사방 운영자들의 정보를 확인하며 공범들을 체포했다.
 
조주빈은 체포 후에도 미리 준비한듯한 멘트같은 소감을 나열했고, 정작 74명의 피해자에게는 진정성있는 사과가 없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피해자에게 사과할 이유를 찾지못한 것이다. 조주빈은 자신이 파렴치한 성범죄자가 아니고,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상대하는 우월한 사람이라는 심리가 있는 것"이라며 조주빈의 삐뚤어진 우월감과 인정욕구로 분석했다. 정작 조주빈은 체포 당시만 해도 유치장에서 볼펜을 삼키고 자해를 하는 등 끝까지 자신은 박사가 아니라고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 일당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법원은 조주빈에게 음란물 제작 및 유포, 미성년자 성보호법 위반,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 단체 조직 및 범죄수익 은닉 등으로 총 42년형을 선고했다. 조주빈이 26살인 것을 감안하면 68세에 출소가 가능하다. 조직원 10명은 불과 7년에서 15년을 선고받았다. 지은 죄의 무게와 피해자들의 상처에 비하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국의 성범죄 평균 처벌 수위는 평균 징역 3년에서 최대 10년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형량이 크게 낮다. 조주빈이 그나마 형량이 높아진 이유는 범죄조직 구성한 것과 그 우두머리라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살아서 형기를 마치거나 심지어 가석방이라도 받게 된다면 출소하여 언제든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조주빈은 반성보다는 높은 형량에 억울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재판내내 1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죄를 지은건 맞지만 42년형은 과하다' '나는 누구도 성폭행한 적이 없다' '서로 만난 적도 없는데 무슨 범죄조직이냐'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온라인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없어서 죄책감이 더 적은 것"이라고 분석하며 "피해자들을 컨텐츠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 영혼을 도구화하여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모습이었다.
 
조주빈과 그 일당은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피해자들의 영혼을 무너뜨리는 '인격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가해자는 조주빈 일당만이 아니라 아직 법의 심판을 받지않은 박사방 참여자들, 불법 성착취물을 소비-유포한 모든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박사방 단순 시청자로 음란물 소지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들은 조주빈 일당 못지않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이자 또다른 공범이지만 지금도 버젓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건재하다.
 
그나마 바뀐 것도 있다. 박사방 사전 전까지만 해도 불법 촬영물 소지나 시청 자체는 위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지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미국은 아동 성착취물 소지만으로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있다. 성범죄의 심각성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과 함께 불법 성착취물에 대한 수요가 멈추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 2의 박사'는 또 나타날 수 있다. 조주빈이 법의 심판을 받고 사라졌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서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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