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기준이 너무나 확고해서, 혹은 나만의 기준이 너무 불확실해서 의도치 않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가끔은 그 기준에서 벗어날지라도 '그래도 괜찮아'라는 여유와 유연함이 아닐까.

5월 13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음악 감독 박칼린과 배우 신소율이 출연하여 마음속의 고민을 상담했다.

'고민이 없다는 게 고민' 고백한 박칼린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 채널A

 
첫 손님인 박칼린은 오은영과 공통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공연 연출과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명성을 쌓은 '전문가'이자, 사람들이 조언을 듣고 우러러보게 되는 선생님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악기 소리로 알아보는 리더십 유형 테스트에서 색소폰을 선택한 박칼린은 조직 구성원의 열정과 에너지를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응원가형 리더'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칼린과 오은영, 두 여성 리더는 정형돈의 제안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교감하면서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박칼린은 '고민이 없다는 게 고민'이라는 이색적인 고민을 고백했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긍정적인 성격의 박칼린은 문제가 생겨도 그 상황에서 맞게 해결하면 되고, 설사 해결을 못해도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박칼린에게 유일한 고민이라면 '오해'였다. 사람들이 박칼린이라고 고민이 없을까. 본인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다는 것. 이런 상황이 거듭되며 박칼린도 문득 '내가 놓치고 있는 나만의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박칼린이 "삶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호평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리가 무엇을 부족하다고 여기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라고 이야기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나의 인생과 삶에 대하여 한번쯤 돌아보는 과정은 필요하다.
 
박칼린은 사전 인터뷰에서 소음에 유난히 민감한 성향을 드러냈다. 모기나 전자기기 등 작은 소음에도 예민한 박칼린은 어릴 때부터 평균 수면 시간도 4-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오은영은 박칼린이 미소포니아(Misophonia:청각과민증)라고 진단했다. 주업인 음악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박칼린은 옷에는 돈을 쓰지 않아도 잠자는 공간만큼은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직업 특성상 외박이 잦은데 의외로 숙소나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방에서도 수면이 가능하다고. 박칼린은 청소차나 산불 헬기, 파티 소음 등을 예로 들며 단순한 소음의 크기보다 소음의 종류와 상황별로 민감도가 전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청하던 오은영은 "본인이 인지하기에 그 소음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납득이 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분석했고, 박칼린도 크게 공감했다. 오은영은 박칼린에 대하여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분석적이며 공정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과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의 특징이라는 것.
 
박칼린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힘들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싸움도 불사하는 성격"이라고 밝히며 "원칙과 진실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자신의 기준)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 삶의 행복"이라는 교황의 어록을 인용하여 "박칼린이 그런 분이다. 자신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 채널A

 
박칼린의 두 번째 인생 점검 대목은 '마음'이었다. 오은영은 박칼린이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한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칼린은 한 작품이 끝나면 온전히 다음 작품에 집중하기 위하여 이전 공연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클렌징 과정'을 거치고, 일로 맺어진 관계가 사적인 친구로 변한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사적인 친구가 된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개인적으로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경우도 별로 없고, 홀로 식사나 영화보기를 선호한다며 속내를 밝혔다.
 
오은영은 "멘탈 에너지를 대인관계에 투자하기보다 스스로를 위하여 축적하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하면서 "마음은 측정이 안 되기 때문에 박칼린처럼 일의 완성도가 중요한 사람들은 정서적 교류에 쏟는 에너지가 결과물 완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칼린은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안다. 일에 있어서는 엄청 까다롭다. 까탈스럽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칼린은 '서쪽 연습실의 사악한 마녀' '욕쟁이' '저승사자' 등의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오은영은 "박칼린은 대인관계도 일 중심으로 돌아간다"라고 지적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동료들과 끈끈하게 지내지만 작품이 끝나면 인간관계도 정리된다. 박칼린에게 대인관계는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책임의 대상에 가까웠다. 오은영은 "이기적-자기중심적인 것 과는 다르다. 박칼린은 멘탈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고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가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칼린은 소수의 지인과만 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은영이 '그리움'의 대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박칼린은 의외로 가족이나 친구같은 사람보다, 16년간 함께하다가 하늘로 떠나보낸 반려견 해태를 언급했다. 박칼린에게 반려견은 한국에서의 모든 삶을 공유한 가족과 같은 존재였고 오은영도 "사람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많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라고 공감했다.
 
오은영은 고민이 없어서 오해를 받는다는 박칼린을 위하여 대인관계를 위한 깨알팁을 전수했다.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도 가끔씩 오글거리는 인사를 해보라는 것. 박칼린은 듣자마자 질색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목덜미를 잡았다. "저의 DNA에는 없는 표현"이라며 난감해하는 박칼린에게 오은영은 "감정은 플랫b(음이탈)이 나도 괜찮아"라는 설루션을 제시하며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건 좋은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음 때문에 몸까지 아픈 신소율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신소율은 '마음 속 이야기를 잘 전하지 못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속 마음을 잘 표현 못해서 몸까지 아프게 된다고.

신소율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끝내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솔직하면서도 상대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 단어를 고심하다가 결국 말 못 하고 집에 온다고. 하지만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고 결국 몸까지 아프게 된다고 고백했다. 
 
SNS를 통하여 미투운동 지지 의사를 밝혔을 만큼 소신이 뚜렷해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일면이었다. 신소율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잘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결혼 후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되면서 느낀 이상 반응이었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신소율은 주변으로부터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듣고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거나 이명을 느낀 적도 있다고. 남편이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 격려해도 쉽지 않다는 신소율은 "왜 나 혼자만 이런 일들이 매번 불편할까?"라는 고민을 토로했다.
 
오은영은 신소율의 반응을 '신체화 증상'이라고 진단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대뇌의 반응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체화 증상이 꾀병과 다른 것은, 경련이 일어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해서 실제 위-심장 같은 장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상태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했다. 

오은영은 신소율이 신체화 증상을 겪는 원인으로 융통성 부족을 꼽았다 '아이는 언제 가져?'같은 가벼운 인사치레조차 심각하게 생각하고 깊게 받아들인다는 것. 신소율도 이에 공감했다.

오은영은 "신소율은 정직한 사람이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은영은 신소율이 난감한 상황이 직면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불쾌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유머나 비유를 써서 우회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지나친 정직함'이라는 카드밖에 없다는 것. 오은영은 "스스로의 기준이 되어줄 가치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라면서 앞서 상담한 박칼린과는 정반대인 신소율의 성향을 지적했다.
 
오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핵심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나치게 정직한 성격의 신소율에게 "정직의 반대말은 정직하지 않은 것이다. 신소율은 결점 없는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은영은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소소한 결점들이 있다. 그 결점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모두가 문제있는 사람들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주 만나서 관계를 쌓으면서 자극도 주고받게 되는데, 신소율은 그런 사소한 결점에도 상대와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소율은 "사람을 좋아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한다"라고 말하며 공감했다. 
 
신소율은 학창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도 성장하며 달라진 가치관 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아서 멀리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MMPI 분석 결과 신소율은 타인의 언행에 쉽게 상처를 받고, 비난과 공격에 취약하며, 타인을 의심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은영은 신소율을 습자지에 비유하며 상대가 주는 자극을 너무 쉽게 흡수하고 휘둘리는 성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오은영은 신소율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선하고 정직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자신을 믿고 좀더 편안한 마음을 가져도 된다"라고 격려했다. 오은영은 다작 배우로 유명한 신소율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감정을 다작하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신소율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한결 후련해졌다.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미소를 되찾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