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드라마 <태조 이방원> 배우 주상욱 인터뷰 스틸

ⓒ HB엔터테인먼트

 
"저는 이방원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라면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이방원의 인생을 모두 체험하고 표현해낸 주상욱은 "32부작 작품으로 그의 삶을 100% 이해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살기는 힘들다. 개인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산 거니까. 물론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못됐지만 아마 그도 너무너무 괴로운 삶이었을 것 같다. 외롭고 고독하고.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 그렇다."

1일 종영한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혁명의 전환기, 그 격변의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리더 이방원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2016년 드라마 <장영실> 이후 KBS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대하사극으로 기대를 모았고, 최고 시청률 11.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KBS 사극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주상욱은 7개월여 대장정을 끝낸 소감을 "섭섭하다. 시원하지는 않고 섭섭하기만 하다.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운 작품"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태종 이방원>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예고한 대로, 그동안 이방원을 다뤘던 많은 사극 드라마와 달리 인간적인 이방원에 주목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아는 이방원은 형제들을 죽이면서까지 왕권 강화에 힘썼던 강인하고 냉정한 모습이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형제이자 남편인 '인간 이방원'의 슬픔과 고뇌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상욱은 "이방원의 인생에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사실 이방원의 시선에서 바라본 드라마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 주변 인물로 많이 등장했지. 전체적인 드라마의 방향을 봤을 때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인생을 다루려고 했다. 그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도 '태종 이방원'에서 태종을 빼고 '이방원'으로 가려고 했다. 이방원이라고 하면 사람 같고 태종은 왕인 것 같지 않나. 타협을 해서 태종을 작게 한자로 쓴 것이다. 드라마 포스터를 보면 태종은 아주 조그맣게 쓰여 있고 이방원은 크게 한글로 썼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싶은 의도였다. 워낙 인생이 다이나믹 했던 분이다."

그러나 이방원은 한국사를 배운 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인 데다 유동근, 안재모, 김영철, 백윤식 등 수많은 선배 배우들이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다. 주상욱이 <태종 이방원>을 선택하고도 적잖은 부담감을 느껴야 했던 이유다. 그는 "유동근 등 선배님들의 카리스마를 내가 어떻게 따라가겠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됐을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주상욱은 선배 배우들의 연기보다 영화 <대부>의 막내 아들을 참고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시청자 분들이 알고 계신 이방원의 이미지로 똑같이 접근하면 살아남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번 드라마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부각되지 않았나. 만약 내가 카리스마로 접근했으면 (드라마가) 잘 안 됐을지도 모른다. 무게 잡고 연기했으면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았던 걸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도 그런 거였고. 감독님이 영화 <대부>에서 알파치노가 연기한 막내 아들 마이클이 이방원과 비슷하다고 꼭 보라고 하더라. 이미 본 작품이었지만 보고 또 다시 봤다. 비슷한 면이 진짜 있더라. 대부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었고,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등 이방원과 많이 닮아 있었다. 감독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더라."

한편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KBS 정통 대하사극과 달리, 2030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조사한 TV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도 늘 상위권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유튜브 조회수도 높았다. 주상욱은 작품을 시작할 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고.

"초반에 그런(잘 될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했다. (사극의) 주요 시청층은 보통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고, 예전처럼 TV 시청률이 50% 나오는 시대도 아니지 않나. 화제가 될 거라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정통 사극을 미니 시리즈 못지 않게 엄청 좋아해줘서 놀랐고 큰 힘이 됐다. KBS 사극의 힘인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든, 일단 보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게 KBS 사극이다. 제가 나와서가 아니라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었다."
 
 KBS 1TV 드라마 <태조 이방원> 배우 주상욱 인터뷰 스틸

ⓒ HB엔터테인먼트

 
열렬한 사랑을 얻은 만큼 촬영 현장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주상욱은 "이렇게까지 배우들과 친해진 건 처음인 것 같다. 촬영하는 내내 단양에서 숙박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매일 나누고 밥을 같이 해 먹기도 하면서 친해졌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다들 죽어나가서 그게 문제였지. 촬영 후반부가 되니까 아무도 남지 않아서 외로웠다. 다 유배 가거나 죽었다"라고 웃으며 토로하기도 했다. 

늘 웃음꽃이 피는 현장이었지만 카메라가 켜졌을 때만큼은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고. 주상욱은 그중에서도 젊은 배우인 김민기, 이태리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 사극은 현장 분위기부터 다르더라. 정말 진지하다. 저도 처음에는 떨리고 무서웠다. 발성도 '이게 맞나,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다. 방송되기 전에는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했다. 그런 와중에 자유롭게 연기하는 세종(김민기 분), 양녕(이태리 분) 등 어린 친구들이 대단하더라.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표현해냈다. 아직 어리지만 앞으로 분명히 대성할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

<태종 이방원>은 웰메이드 정통 사극으로 많은 호평을 얻었지만 때아닌 동물학대 논란으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의 다리에 끈을 묶어 넘어트리는 모습이 공개돼 빈축을 샀다. 이후 해당 말이 실제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는 존폐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주상욱은 당시 논란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한 달 가량 촬영 현장에 가지 못했다. 몸은 쉬었지만 마음은 쉬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될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간이어서 괴로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라고 고백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마무리한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에 대해 "제 연기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막 끝나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겐 큰 도전이었다"라고 정의했다.

대장정을 마친 그는 오는 6월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환혼>에도 출연을 앞두고 있다. 주상욱은 "특별출연이라 하루 정도 촬영이 남았다"며 "이것마저 끝나면 잠시 쉴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벌써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좋다고 말했다.

"어려운 연기가 좋다. 극한의 연기, 감당하기 어려운 연기 같은 걸 하고싶어 하는 편이다. 그런 게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웃음). 단순하지 않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사극이나 의학 드라마 같은 장르를 (배우들이) 어렵다고 하는 게, (대사를) 말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젊었을 때와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도 다르더라. 그런 것과 상관 없이 강렬하고 묵직한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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