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비틀스)을 금세기의 실천적 철학자들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아주 훌륭하게,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말이죠. 그들에게서 위대한 미래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1967년 8월)

초월명상의 창시자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누가 뭐래도 공인된 비틀스의 영적 스승이자 은인이었다. 그는 스승으로서 그들에게 명상을 가르쳤고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지식을 전해주었다. 비틀스 멤버들은 마하리시를 만나고 나서부터 약물을 끊었고 명상을 실천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마하리시는 이들을 인도 리시케시에 있는 자신의 국제 명상 아카데미로 초대해 여러 영감의 원천과 편의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마하리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미디어를 아슈람 입구에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여 비틀스가 영적으로 충만한 이 은신처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덕에 그룹은 스타덤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열성 팬이나 언론에 대한 긴장과 스트레스 없이 대자연과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슈람 생활과 명상 수업의 효과로 인해 더 성장하고 더 나은 노래를 창작해냈다. 그 가운데 '마더 네이처스 선', '에브리바디스 갓 섬싱 투 하이드 익셉트 미 앤 마이 멍키' 같은 '화이트 앨범' 수록곡은 마하리시와 그의 강연에서 직접적으로 영감받은 작품이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둘러싼 이야기들
 
 2021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더 비틀스 앤 인디아> 공식 트레일러 캡처. 존 레논(왼쪽)과 폴 매카트니(오른쪽)가 기타를 연주하며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운데)를 따라 걷고 있다.

2021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더 비틀스 앤 인디아> 공식 트레일러 캡처. 존 레논(왼쪽)과 폴 매카트니(오른쪽)가 기타를 연주하며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운데)를 따라 걷고 있다. ⓒ Silva Screen Records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라는 이름은 힌두교 법명으로, '마하리시'는 위대한 성자, 또는 현자라는 뜻이고, '요기'는 요가 수행자를 말한다. 본명은 마헤시 쁘라사드 바르마이며, 1918년 1월 12일 인도 중부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알라하바드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1941년 '구루 데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스와미 브라흐마난다 사라스와티의 제자가 되었다. 이때부터 독신 수행자 '브라흐마짜리'로서 10년 넘게 스승을 섬기다가 1953년 히말라야가 있는 우타라칸드주의 우타르카시로 이주해 2년간 은둔하며 홀로 수행했다.

이어 1955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스승에게 배운 '초월적 깊은 명상'을 바탕으로 초월명상(TM)이라는 명상기법을 창시했다. 그때부터 인도 현지에서 초월명상을 대중들에게 보급했고, 1959년부터 미국을 순회하며 북미 전역으로 초월명상을 알려나갔다. 미국에서 더 신속한 명상 보급을 위해 그는 서양인을 상대로 TM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리고 1963년 힌두교 성지인 인도 리시케시에 '차우라시 쿠티야 아슈람', 서양에는 '국제 명상 아카데미'라고 알려진 명상원을 설립해 매년 교사 양성 세미나를 열었다. 

서두에 인용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말처럼, 그는 1967년 8월 런던 힐튼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강연에 비틀스가 찾아온 첫날부터 그들을 초월명상의 지도자로 훈련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초월명상에 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이제는 성공적인 브랜드가 된 명상기법 TM을 널리 홍보하려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 그룹이 자발적으로 명상을 배우러 찾아왔으니 마하리시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전도구는 없었다. 
 
 1963년에 출판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책 <존재의 과학과 삶의 기술> 표지. 초월명상의 가르침이 담겼다.

1963년에 출판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책 <존재의 과학과 삶의 기술> 표지. 초월명상의 가르침이 담겼다. ⓒ Age of Enlightenment Pres

 
그러나 이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비틀스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마하리시는 1967년 11월 음반을 발표하면서 비틀스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건 광고 문구를 사용한 것 외에도, 미국 ABC 텔레비전의 스페셜 TV 쇼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비틀스와의 동반 출연을 미끼로 ABC 측에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 건 모두 비틀스와 협의된 사항이 전혀 아니었다. 비틀스 쪽에서도 이것은 선을 넘었다고 보고 마하리시에게 무단으로 비틀스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분명히 뜻을 전했다. 

이런 해프닝 때문에 비틀스 주변사람들이 비틀스로 돈 벌 생각을 하는 '가짜 성자'이자 상업적 목적으로 힌두 신앙을 이용하는 자라고 마하리시를 비난하기도 했다. 사실 그러한 비난은 구루, 영적 스승을 너무나 단편적으로 생각해서 비롯된 오해이기도 하다. 인도의 전통 베다 문화에서 구루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경전을 공부하고 학생들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여러 제자를 돌보는 일뿐 아니라 학회나 학교를 세워 조직과 세를 불리거나 땅이나 사원, 돈을 관리하는 세속적인 일도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그러한 관리 능력이 탁월한 구루였다. 일찌감치 서양으로 건너가 순회강연을 하면서 초월명상을 전파했고 뛰어난 언변으로 미디어를 잘 활용했다. 또한 영적 재생 운동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뒤 TM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조직을 키워나갔다. 이같은 매니지먼트 능력 덕분에 1968년 당시까지 신봉자가 15만 명이 넘을 정도로 초월명상이 서구에 대중화 되었다. 또한 이미 서구 언론에 의해 "서구 세계 최고의 구루"라는 호칭까지 얻은 상황에서 비틀스가 자기 밑에서 명상을 배우러 인도에 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추문의 진실

마하리시는 가장 신뢰하는 참모진에게 그룹 일행의 편의를 책임지도록 지시하는 동시에, 본인도 그들을 직접 돌보며 그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최대한 쉽게, 그리고 여유 있게 명상을 가르쳤다. 

"3개월 이내에 해리슨, 레논, 매카트니, 스타를 힌두 명상의 완전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 혹은 준 영적 스승으로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 조지와 존은 이곳에 도착한 뒤 며칠 동안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너무 강요하지 않고 하루에 몇 시간만 명상하게 할 것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간단한 말로 높은 수준의 철학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1968년 2월 20일)

본인 말대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비틀스가 리시케시에 머무는 동안 그들을 명상 지도자로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는 동안에도 사업적인 마인드를 계속 가동시켰다. 과거 비틀스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사와 세 편의 영화를 찍기로 계약한 바 있고, 그때까지 <어 하드 데이스 나이트>와 <헬프!> 두 편의 영화만 촬영한 상태였다. 마하리시는 본인이 기획중이던 영화를 비틀스와 연계해 그룹의 후속 영화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해달라 요청했다.

<구루 데브>라는 제목의 그 영화는 마하리시와 그의 TM 단체인 영적 재생 운동, 그리고 스승 스와미 브라흐마난다 사라스와티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작품으로, 비틀스, 도노반, 마이크 러브, 폴 혼, 미아 패로 등이 아슈람에서 명상수업을 듣는 장면도 담길 예정이었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기꺼이 그 제안을 수락하려고 했으나, 이 소식을 들은 애플사의 예비 경영자 닐 애스피널이 영화 제작을 막으려고 멀리 리시케시까지 날아왔다. 

이러한 상업적인 측면과 관련해 그전에 존 레논이 말했듯이("상업적이면 뭐 어떻다고?"), 비틀스 멤버들은 크게 개의치 않거나 그를 옹호했다. 또 마하리시가 자기들에게 명상만 가르쳐주면 그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마하리시가 스위스 은행에 돈을 잔뜩 쌓아놓지 않았을까?'라고 물으면, 저는 마하리시가 소박한 무명옷만 입은 모습만 보았을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비싼 옷을 입은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만약 그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뉴델리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돈벌려고 명상을 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는 항상 소박한 무명옷을 입고는 오두막에서 명상하며 지냈거든요. '돈과 관련해서 마하리시를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폴 매카트니)

이랬던 비틀스도 어느 순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어느 서양인 여성 제자에게 수작을 걸었다는 추문이 퍼지자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끝까지 남아 명상 수업을 이어가던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그러한 의혹에 환멸을 느끼며 즉시 아슈람을 떠났다. 하지만 마하리시는 자기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심에 대해 그 뒤로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고, 말년에는 비틀스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거절했다.

훗날 누군가가 자기 이득을 위해 고의로 그러한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빌런'은 바로 리시케시 아슈람에 뒤늦게 합류한 비틀스의 측근 알렉시스 "매직 알렉스" 마르다스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90년대에 조지 해리슨과 폴 매카트니는 그러한 의심을 한 것에 대해 마하리시에게 사과했다.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영적스승 마하리시마헤시요기 구루 명상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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