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케시에서 비틀스가 묵었던 '럭셔리한' 방갈로에 비해 소박한 보급형 방갈로 독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주로 숙소 입구 계단이나 베란다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했다.

리시케시에서 비틀스가 묵었던 '럭셔리한' 방갈로에 비해 소박한 보급형 방갈로 독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주로 숙소 입구 계단이나 베란다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했다. ⓒ 고영탁

 
"나는 리시케시 방문이 전적으로 즐거웠고 아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마하리시의 아슈람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편안하고 음식도 괜찮았습니다. 모든 것이 좋았고 최고 수준의 휴가였습니다." (링고 스타)

1968년 3월 1일 비틀스 멤버 가운데 명상원 생활의 첫 이탈자가 나왔다. 바로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였다. 링고 스타와 그의 아내 모린 스타키는 인도에 도착한 지 겨우 열흘 만에 리시케시 아슈람을 떠나 영국으로 돌아갔다. 생활환경이 맞지 않았고 그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우선 링고 스타는 어렸을 때 복막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맵고 향신료 강한 인도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비록 오랜 동료 말 에반스가 취식이 금지된 달걀을 옆 마을에서 몰래 들여와 아침 식사 때마다 특별히 그를 위해 달걀 요리를 해주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4월까지 예정된 아슈람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부족했다. 아내 모린 스타키는 런던에 두고 온 어린 두 아들이 보고싶었고, 또 방 안에 붙어있는 나방과 파리를 두려워했다. 결국 링고 스타는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링고 스타에게 인도 여행은 처음부터 고행길이었다. 매운 현지음식 때문에 수트 케이스 하나에 구운 콩 깡통을 한가득 채워 갔고, 각종 풍토병에 대비해 미리 예방접종을 해야 했으며,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예방접종한 부위가 아파서 병원부터 들러야 했다. 아슈람에 있으면서는 맞지 않는 음식과 욕실 안에 도사리고 있는 전갈과 거미 때문에 고생했다.

그런데도 링고 스타는 크게 불평하지 않다가 리시케시에 체류한 지 1주일째 되던 날, 아내와 함께 스승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했다. 명상실에서 두 사람을 면담한 마하리시는 기자들에게 "그들은 몇 가지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다시 한번 행복하게 명상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하리시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아슈람을 떠났다. 

사실 링고 스타는 애초에 리시케시로 명상 수업을 들으러 올 때 크게 열의가 없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조차도 그가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링고 스타의 부드러운 성격은 명상과 잘 맞았다. 인도에 와서도 도착하면서부터 소동을 겪었지만, 아슈람 내의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차분히 명상했다.

마하리시의 제자였던 라빈드라 다모다라 스와미에 따르면, 링고 스타는 체류 내내 명상에 심취했다. 아슈람에서 비틀스 일행과 1주일 간 함께 시간을 보냈던 캐나다 출신의 영화제작자 폴 솔츠먼도 링고 스타가 "비틀스 멤버 넷 중에서 가장 평온하고, 가장 현실감 있고, 가장 편안해 보였어요"라고 회상했다. 따라서 그가 처음에 명상에 덜 열성적이었다는 것은 별문제가 안 됐다. 

링고 스타를 힘들게 했던 것
 
 비틀스 드러머 링고스타.

비틀스 드러머 링고스타(자료 사진). ⓒ AP Photo

 
음식과 더불어 리시케시 아슈람에 있는 동안 링고 스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명상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에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팀 동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은 명상을 안 할 때면 각자 기타를 치거나 작곡을 했다.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리시케시에서 여러 명곡을 창작해냈다.

하지만 링고 스타는 드러머였다. 그는 기타를 치지 않았을뿐더러 작곡도 안 했다. 링고 스타는 1963년 '돈트 패스 미 바이(Don't Pass Me By)'라는 곡을 최초로 썼으나, 오랫동안 미완성 상태로 놔두었고 그 뒤로는 곡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1968년 리시케시에서 드디어 '돈트 패스 미 바이'를 완성해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에 수록시켰다. 리시케시 체류가 5년 동안 작곡에 손을 뗐던 링고 스타를 움직이게 만든 셈이다.

인도에 와서 조지 해리슨은 기타를 안 치는 링고 스타를 위해 델리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악기 명가 리키 람에서 인도의 전통 드럼인 타블라 한 세트를 사서 선물했다. 자유시간에 기타 대신 타블라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그것은 안타깝게도 과한 배려였다. 링고 스타는 타블라 연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조지 해리슨이 타블라를 배워보라며 라비 샹카르의 동료이자 타블라 명인이었던 알라 라카를 링고 스타에게 소개해 주었지만, 그때도 링고 스타는 난감해했다. 그는 스틱도 없이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두드려야 하고 리듬까지 매우 복잡한 타블라 연주가 별로였다. 그래서 링고 스타는 타블라를 연주하는 대신, 주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기타 치며 잼 연주를 하거나 작곡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남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더 지루했다. 어쩌면 자기가 어린 두 아들을 런던에 놔두고 이 먼 곳까지 와서 뭐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음식, 곤충 등에까지 괴로움을 겪고 아내도 힘들어했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집생각이 난다. 마침내 링고 스타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아슈람이나 명상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했다.

링고 스타는 런던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마하리시와 명상을 예찬하면서 비틀스 멤버들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밝혔다. 

"마하리시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마하리시는 무엇보다 종교 때문에 채식주의자입니다. 인도에는 고기가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채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하리시는 사람들이 100%가 아닌 200%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는 술을 마시지 말라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라거나, 고기를 먹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명상을 통해 일종의 내적 평화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쨌든 명상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명상에 관해 훨씬 더 나은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은 매일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음, 만약 제가 늦게 일어나거나, 마을에 늦게 도착하거나, 혹은 다른 것을 한다면, 그런 날에는 (명상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겠지요." 

그는 훗날 리시케시에서의 경험과 명상 실천에 관해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내가 모든 것에 환멸을 느껴서 떠났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카데미는 정말 좋은 곳이었고 아카데미에서 많이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30분씩 매일 명상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편안합니다. 만약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상황이 약간 혼란스럽다면 긴장되고 속은 타들어갑니다. 마치 무언가를 부수거나 누군가를 때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잠시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문제를 헤쳐나가기 쉬워집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명상을 시작한다면 세상은 훨씬 더 행복한 곳이 될 것입니다." 

비틀스 멤버 한 명이 갑자기 리시케시를 떠난 사실은 즉각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링고 스타가 떠나고 이틀 뒤인 3월 2일,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다른 비틀스 멤버들이 명상 코스가 끝나기 전에 아슈람을 떠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 예측처럼 얼마 뒤에는 폴 매카트니가 리시케시를 떠난다. 3월 26일 폴 매카트니와 그의 약혼자 제인 애셔는 5주 동안의 아슈람 생활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갔다. 배우였던 제인 애셔는 중요한 연극 배역 때문에 가야 했고, 폴 매카트니는 막 시작하려는 애플사(Apple Corps)라는 비틀스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가봐야 했다. 그는 리시케시에 가기 전부터 이미 체류기간을 한 달로 정해놓고 있었다. 폴 매카트니가 리시케시를 떠날 때 존 레논은 아슈람 입구에서 기타를 연주해주면서 먼저 떠나는 친구를 배웅했다. 

폴 매카트니는 런던 공항에 도착한 뒤 리시케시 체류와 명상에 관련해서 간단히 기자회견을 했다. 행복해 보인다는 기자에게 폴 매카트니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비행 때문에 피곤하지만, 명상은 훌륭하죠! (명상과 관련하여) 앉아서 긴장을 풀고, 스스로에게 소리를 반복합니다.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그것은 단지 휴식을 위한 시스템일 뿐이고, 그것이 전부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루에 약 5시간 동안 명상했습니다. 아침에는 두 시간, 저녁에는 세 시간 정도, 그리고 나머지 시간 동안 우리는 자고, 먹고, 일광욕을 하고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훗날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전기 <매니 이어스 프롬 나우>를 쓴 배리 마일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4, 5주 후에 돌아와서 내 할당된 기간과 같다는 것을 알고 생각했어요. '나가서 승려가 되지는 않겠지만, 정말 흥미로웠고, 앞으로도 명상을 계속할 것이고, 매우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고 확실히 느끼게 되겠지.'"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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