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당시만 해도 굳게 닫혀있던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명상원 입구. '출입금지' 표지판이 문에 붙어있고, 들어가려면 담을 넘거나 옆쪽 개구멍을 이용해야 했다.

2004년 당시만 해도 굳게 닫혀있던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명상원 입구. '출입금지' 표지판이 문에 붙어있고, 들어가려면 담을 넘거나 옆쪽 개구멍을 이용해야 했다. ⓒ 고영탁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습니다. 히말라야산맥 발치에서 은둔하며 휴가를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산꼭대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갠지스강과 접한 산맥 기슭이었죠. 개코원숭이들이 아침식사를 훔쳐먹고 모두들 가운을 걸치고 돌아다니고 방안에서 몇 시간이나 명상을 하는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존 레논)

비틀스가 1968년 2월부터 4월까지 8주 동안 체류했던 리시케시의 명상원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부유한 미국의 자선가였던 도리스 듀크에게 10만 달러를 기부받아 1961년에 설립한 곳이었다. 원래 이름은 "84개의 명상실"이라는 뜻의 '차우라시 쿠티야 아슈람'이었지만, 서양에서는 '국제 명상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명상원은 5만6566제곱미터(약 1만7천 평)라는 거대한 면적의 숲속에 지어졌으며, 돔처럼 생긴 84개의 명상실을 비롯해 사원, 방갈로형 숙소, 공동숙소 건물, 도서관, 우체국,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삿상홀'이라 부르던 강연장이자, 현재는 '비틀스 대성당'이라고 부르는 본관이 있었다. 

마하리시는 지난 몇 년 간 이곳에서 명상 지도자가 되고 싶은 서양사람들을 위해서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반인들이 아닌 초특급 유명인사 비틀스가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는 오랜 신봉자이자 보좌관이었던 낸시 쿡 드 헤레라에게 그룹의 숙소 준비를 맡겼으며, 그녀는 영적 스승의 지시에 따라 몇 주에 걸쳐 그들이 묵기에 적당할 정도로 방갈로 내부를 수리했다. 그 결과 정말 편의시설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방 안에 원목으로 된 최고급 네 기둥 침대가 놓였고 모기장과 서양식 양변기, 커튼, 양탄자가 설치되었으며 전기난로와 의자, 화장실 비품도 갖췄다. 지난번 뱅거의 도미토리 기숙사 방에 비교하면 편의가 대폭 개선된 것이어서 비틀스 일행은 큰 불편함 없이 숙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슈람 내에는 사진기자나 언론이 전혀 출입할 수 없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비틀스에게 약속한 것처럼 입구에서부터 미디어를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하리시는 네팔 출신 용병인 구르카를 경비원으로 고용해 기자들을 봉쇄했다. 덕분에 비틀스는 그 어떤 방해도 없이 홀가분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서양식 코트와 셔츠와 구두와 양말을 벗어 던지고 흰색 수행자 옷과 가죽샌들로 갈아신었다. 그러고는 밝은 표정으로 아슈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각자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기도 했다. 

팬들의 광기·미디어의 압박에서 벗어나다

아주 오랫동안 팬들의 광기와 미디어의 압박에 시달려온 비틀스는 이 외딴 산중에 은신하자 여유가 생겼다. 그들은 그곳에서 완벽히 바깥세상과 분리된 채 기타를 연주했고 숲길과 갠지스강변을 거닐었고 함께 식사했다. 저녁이 되면 각자 방에서 명상을 하다가 잠이 들었고 아침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깼다. 틈틈이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두 사람은 함께 숙소 앞에 앉아 마틴 D-28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올 유 니드 이스 러브(All You Need Is Love)', '미셸(Michelle)', '엘리노어 릭비(Eleanor Rigby)' 같은 비틀스 곡을 부르곤 했다.
 
 리시케시에서 비틀스가 묵었던 '럭셔리한' 방갈로에 비해 소박한 보급형 방갈로 독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주로 숙소 입구 계단이나 베란다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했다.

리시케시에서 비틀스가 묵었던 '럭셔리한' 방갈로에 비해 소박한 보급형 방갈로 독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주로 숙소 입구 계단이나 베란다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했다. ⓒ 고영탁

 
평온하고 편안한 나날들이었다. 단순한 생활이었지만 사고력은 고차원적으로 진화해갔다. 또 비틀스는 초월 명상 지도자 과정에 등록하여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게 하루 두 차례 90분씩 강연을 들었다. 학생들은 각자 명상 경험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궁금했던 점을 스승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이 긴 수업시간은 점차 자율적인 명상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그밖에도 비틀스는 다른 학생들보다 3주 늦게 수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매일 오후 마하리시 숙소 옥상에서 추가 수업을 들었다. 

이때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따로 식사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지만, 멤버들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야외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오전 일곱시부터 열한시 사이에 갠지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마련된 긴 테이블에 다같이 모여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커피와 차, 토스트, 과일 주스, 시리얼, 죽 등이었다. 점심과 저녁 메뉴는 채식으로 된 메인 코스와 수프, 토마토와 상추 샐러드, 순무, 당근, 밥, 감자 등으로 항상 동일했다. 아슈람이 울창한 숲속에 있었기 때문에 종종 원숭이들이 나타나 기회를 엿보다가 토스트를 낚아채 가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는 당시 리시케시 아슈람 생활을 이렇게 회상했다. 

"여름 캠프나 마찬가지였어요. 아침에 일어나 다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은 주로 채식이었고(당시 저로서는 다행이었죠) 아침으로는 콘플레이크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침 식사를 끝낸 후 각자 오두막으로 돌아가 명상했어요. 점심을 마친 후에는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든가 가볍게 악기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씩 마하리시의 강의를 듣는 것 외에는 그저 먹고, 자고, 명상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아마 수백명은 함께 지낸 것 같아요. 설교단 위에는 많은 꽃이 놓여 있었고 마하리시가 들어왔습니다. 거의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폴 매카트니의 기억처럼 수백명과 함께 지내지는 않았고, 그때 명상원에는 비틀스 일행 외에 할리우드 배우 미아 패로와 그녀의 여동생 프루던스, 남동생 조니, 그룹 비치 보이스의 리드 보컬 마이크 러브, 스코틀랜드 가수 도노반과 그의 매니저 '집시 데이브' 밀스를 포함해 62명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돔형 명상실. 84개 가운데 9번째 돔이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명상실 내부뿐 아니라 2층 밖에 나와서도 명상할 수 있다.

돌로 만들어진 돔형 명상실. 84개 가운데 9번째 돔이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명상실 내부뿐 아니라 2층 밖에 나와서도 명상할 수 있다. ⓒ 고영탁

 
비틀스 멤버들은 자유시간에는 자기들끼리, 혹은 단독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강연이나 야외 프로그램에는 대체로 다른 참가자와 시간을 함께했다. 종종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게 그의 숙소 옥상이나 강의실에서 개인 교습을 받는 것 외에는, 이들은 공동체처럼 일반 참가자들과 몰려다녔고 행사를 공유했다.

마하리시와 참가자들은 가끔 갠지스강으로 나가서 보트를 타거나 강변에 앉아 야유회를 즐겼다. 한 번은 야유회에서 조지 해리슨이 코드와 노랫말을 종이에 적어주면서 크리슈나 신을 찬양하는 '마하 만트라'를 동료가수 도노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도노반은 즉석에서 기타를 치며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불러 강변에 나온 명상가들 모두가 따라부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조지 해리슨의 생일 파티

또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참가자들의 생일 때마다 삿상홀에서 성대한 파티를 개최했으며, 2월 25일에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조지 해리슨의 생일 파티를 열기도 했다. 비틀스 멤버들은 마하리시의 설교단 한쪽 쿠션 위에 앉았고, 이어 리시케시에서 온 힌두교 사제가 산스크리트어 찬가를 구송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영적 스승은 생일을 맞은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축복을 해줬다. 다른 멤버들과 아내들은 이마에 '틸라카'라는 노란색 종교적 표식을 찍었다. 

이어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설교를 통해 다시 한번 조지 해리슨의 생일을 축복했다. 

"조지 해리슨과 축복받은 그의 친구들을 본 이후로 세상에 위대한 새 희망이 있으며, 우리 명상 운동이 성공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사들이 이 기쁜 소식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땅과 다른 반구에 있는 위대한 예언자들은 조지 해리슨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날, 영원한 행복이라는 확실한 약속에 모든 창조물이 깨어났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축복의 설교가 끝난 뒤 조지 해리슨은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많은 금잔화 화환을 목에 걸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화환 하나를 스승 마하리시에게 공물로 올린 다음, 앉은 순서대로 링고 스타와 모린, 신시아 레논과 존 레논, 폴 매카트니와 제인 애셔, 말 에반스에게 화환을 걸어주었다. 이어 조지 해리슨이 직접 생일 케이크를 잘라 동료들에게 나눠주었고, 마하리시는 조지 해리슨에게 거꾸로 된 지구본을 생일선물로 줬다. 멀쩡한 지구본이 아닌 거꾸로 된 지구본을 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지, 당신에게 주는 이 지구본은 오늘날의 세상을 상징합니다. 나는 당신이 이 세상을 바로 잡는 일에 우리 모두를 도와주길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조지 해리슨은 곧바로 지구본을 반대로 뒤집으며 "이게 세상입니다. 시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잠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온 뒤, 모두가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으며, 얼마 후에는 삿상홀 입구에서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슈람 내 공동숙소 건물.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이라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아슈람 내 공동숙소 건물.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이라 소가 풀을 뜯고 있다. ⓒ 고영탁

 

그 밖에도 비틀스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는 전통 힌두교 축젯날이 되면 그 축제를 기리고 참여했다. 조지 해리슨의 생일 다음 날이었던 2월 26일 아슈람에서는 시바 신과 그의 아내 파르바티 여신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시바라뜨리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또 3월 15일에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봄맞이 축제인 홀리가 있었다. 이 화려한 색채의 축제일에 폴 매카트니와 제인 애셔, 도노반, 마이크 러브 등은 서로의 얼굴에 붉은색 염료를 발라주고 옷에도 염료를 묻히며 즐겼다. 이렇게 비틀스 일행은 리시케시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링고 스타와 그의 아내 모린 스타키, 그리고 존 레논을 제외하곤 그랬다.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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