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백>은 내 오랜 비틀스 사랑을 자극했다. 동시에 20년 전 배낭을 메고 비틀스의 흔적을 찾아 인도 리시케시의 명상원을 찾아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비틀스는 1968년 리시케시에 가서 초월명상 수업을 들으면서 '화이트 앨범'(1968)의 밑바탕이 되는 수십 곡을 작곡한 바 있다. 비틀스가 리시케시를 방문한 것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도를 여러 차례 여행하고 몇 달 간 크리슈나 사원에 머물며 베다 문화에 입문했던 적도 있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비틀스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시간인 동시에, 가장 특별하고 마법과도 같았던 그 시간들을 확인했으면 한다. [편집자말]
 비틀스 앨범들.

비틀스 앨범들. ⓒ 연합뉴스

 
비틀스 경력에서 창의성이 가장 꽃 핀 시기는 언제였을까. 바로 그들이 명상 수업을 들으러 인도에 갔을 때였다. 1968년 2월 비틀스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 리시케시에 갔다. 그들은 갠지스강이 내려다보이는 명상원에 머물면서 배우고 명상하고 노래를 썼다.

리시케시 체류는 비틀스와 그들의 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들은 그곳에서 8주간 머물며 무려 48곡을 썼고, 그 가운데 19곡이 '화이트' 앨범에, 2곡이 <애비 로드> 앨범에 수록됐다. 밴드 전성기 시절 최고의 음악이 이곳 인도 리시케시에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틀스는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명상에 몰두했으며 멤버 대부분이 채식주의자가 됐다. 스승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밑에서 수업을 듣고 명상을 배웠다. 젊은 세대의 우상이었던 비틀스는 자신들의 엄청난 영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자기들처럼 다른 젊은이들도 약물을 끊고 명상을 시작하길 바랐다. 

이들의 방문 직후 채식주의와 요가, 명상센터가 미국과 유럽에서 대유행했다. 인도의 정신문화가 서구에 도입되는 데 비틀스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 

비틀스의 인도여행 이후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인도에 왔다. 요가와 명상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리시케시는 힌두교 순례자들만이 찾던 성지에서 요가와 명상의 국제적인 성지로 변모했다. 또 비틀스의 진정한 은신처였던 명상원은 전 세계 비틀스 팬들의 순례지가 됐다.

이제는 아예 '비틀스 아슈람'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앞으로 14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기사는 그룹 역사상 가장 특별하고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던 인도 리시케시 체류, '비틀스의 수업시대'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광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위치한 리시케시와 갠지스강 상류의 모습.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위치한 리시케시와 갠지스강 상류의 모습. ⓒ 고영탁

 
비틀스가 명상에 관심을 두고 인도로 영적 여행을 떠나게 자극을 준 사람은 비틀스의 리드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의 아내였던 패티 보이드다. 1967년 2월 패티 보이드는 주방 식탁에서 친구와 영적인 주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 런던에서 초월명상 강연이 열린다는 <선데이 타임스>지의 광고를 발견하고는 그 광고를 오려냈다. 이것이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비틀스는 인도로 갔고 화이트 앨범이 탄생했다. 그리고 명상이 대중화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패티 보이드는 1966년 9월 남편 조지 해리슨과 6주간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줄곧 인생에서 영적인 것을 찾으려 했다. 그런 그에게 명상 강연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는 광고를 발견할 때 같이 있었던 친구이자 프랑스 출신의 패션모델 마리-리즈와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초월명상 단체인 '영적 재생 운동'에 가입한 뒤 초월명상에 입문해 개인 만트라(주문)를 받았다. 

초월명상은 만트라를 가지고 15~20분씩 하루에 두 번 명상하는 일종의 만트라 명상법이다. 1959년 인도의 영적 지도자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미국에 처음 도입한 뒤로 서구에 널리 전파되었다. 마하리시는 이 간단한 명상 연습으로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낫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월명상에 입문한 후 패티 보이드는 날마다 명상을 실천했다. 신기하게도 명상을 하면 할수록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은 놀라운 효과를 봤다. 패티 보이드는 나중에 남편에게 이 명상 수련에 관해 이야기했고 명상을 하고 난 뒤 얼마나 멋진 기분을 느꼈는지 말했다. 역시 인도 여행 이후 만트라를 찾고 있었던 조지 해리슨도 이에 자극받아 명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몇 달 뒤 패티 보이드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강연을 위해 런던에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는 곧바로 남편에게 말했고, 조지 해리슨은 표를 구해 강연회에 동료들을 데리고 갔다. 

1967년 8월 24일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등 링고 스타를 제외한 비틀스 멤버 세 명은 모두 아내와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런던 힐튼 호텔에서 열린 마하리시의 강연회장에 나타났다. 비틀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홀 입구에서 대기중이던 기자들을 향해 조지 해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밤 진실을 찾으러 왔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마하리시의 가르침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날 1000석의 좌석은 모두 팔려 일부는 바닥에 앉아 강연을 들어야 했다. 비틀스 일행은 폴 매카트니와 그의 여자친구 제인 애셔, 남동생 마이크 맥기어, 존 레논과 아내 신시아 레논, 패티 보이드, 조지 해리슨, 패티 보이드의 여동생 제니 보이드, 그리고 최근 비틀스의 내부자가 된 그리스 출신의 전자기기 발명가 알렉시스 마르다스 순으로 의자에 앉아 강연을 경청했다.

이윽고 은빛 수염에 흰색 승려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볼륨 홀에 마련된 단상 위에 올랐다. 이어 하이 톤의 목소리로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여러분 중 몇 명이나 명상을 하고 있습니까? 명상 경험을 설명해볼 사람 있나요?"

이날 강연에서 마하리시는 영원한 내면의 행복과 평화, 숭고한 의식 같은 영적 가르침을 전했다. 존 레논을 비롯한 비틀스 멤버 셋은 눈을 반짝이며 강연에 빠져들었다. 그 중에서도 그들을 가장 사로잡은 마하리시의 메시지는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명상을 통해 인간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멤버들은 약물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이때 그들 앞에 나타난 명상은 마치 탈출구 같았다.

"나무 뿌리에 물을 주듯이 명상을 통해 정신에 물을 주어야 합니다."(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가장 빛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대영 제국 훈장 받은 비틀스.

대영 제국 훈장 받은 비틀스. ⓒ AP Photo

 
강연회가 끝난 직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미디어에 간단히 소감을 남겼다. 

"이런 경험을 한 후 현실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립니다."(존 레논)
"이것은 제가 경험한 것 중 가장 빛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폴 매카트니)


특히 이전부터 명상을 하고 싶어 했던 조지 해리슨보다도 명상에 별 관심 없었던 존 레논이 마하리시의 강연에 가장 열광했다. 그는 그간 찾고 있었던 해답의 열쇠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이듬해 존 레논이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찾고 있었거든요. 내 말은, 모든 사람이 그걸 찾고 있지만, 우리 모두 그날 그걸 정말로 찾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를 만나서 좋은 것을 발견하고 그걸 따랐지요."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뒤 마하리시는 자신의 호텔방에서 비틀스와 따로 한 시간 반가량 만남을 가졌다. 그는 비틀스가 누구인지 잘 몰랐지만, 그들의 인기와 영향력만은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젊은 세대의 에너지와 지성의 이상형입니다."(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이 자리에서 마하리시는 존과 폴, 조지에게 당부했다. 

"여러분의 명성을 통해 마법과도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군요. 여러분은 그 마법의 영향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름으로 마법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잘 사용해 주세요." 

사적인 대화가 끝날 무렵에는 멤버 모두가 마하리시의 철학에 매료되어 명상을 더 배우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 그중에서 조지 해리슨이 마하리시에게 혹시 개인 만트라를 받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마하리시는 비틀스 멤버 모두를 북웨일스의 작은 해안 도시에서 열리는 10일간의 명상 학교에 초대했다. 

"내일 북웨일스 뱅거에 있는 명상 학교 중 한 곳에 저와 함께 가시죠. 기차 안 어딘가에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그곳에 가면 마하리시에게 직접 명상을 더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세 사람은 즉석에서 초대에 응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링고 스타에게 전화해 메시지를 남겼다. 링고 스타는 닷새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아내를 돌보느라 병원에 있어 이날 멤버 중 유일하게 불참해야 했다. 

"오, 세상에, 그 사람을 만났어. 우리는 모두 웨일스로 갈 거야. 너도 꼭 와야 해."(존 레논)
"우와, 진짜, 그 사람을 만났지 뭐야. 마하리시는 대단해! 우리 모두 토요일에 웨일스로 갈 거니까 꼭 와야 해." (조지 해리슨)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참석자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얼마 전 존 레논과 은밀한 만남을 시작한 일본인 아티스트 오노 요코였다. 검정색 드레스 차림으로 도착한 오노 요코는 강연장 한 구석에 앉아 얌전하게 강연을 들었다.

그녀는 강연이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존 레논이 호텔 밖으로 나오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그러고는 호텔을 나와 귀가하려는 존 레논의 롤스로이스 자동차에 함께 올라탔다. 이어 오노 요코는 레논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아 태연하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이런 기이한 행동에 존 레논은 어찌할 줄 몰라 그저 아내 눈치를 볼 뿐이었고, 아내 신시아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점점 더 불안에 휩싸였다.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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