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의 이슈 중 하나는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어졌고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부동산을 잡을 적임자라고 내세우기 바빴다.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그의 당선 이후 재건축과 리모델링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일 MBC < PD수첩 >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눈치 전쟁의 결말은?' 편이 방송되었다. 둔촌주공 재건축 중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조합과 시공단의 입장을 모두 담았다. 또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파트 주민들 이야기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눈치 전쟁의 결말은?'편을 연출한 소형준 PD와 지난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소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아이템 특성상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많이 다루게 되었어요. 사례자분들이 많이 걱정하시고 예민해 하셔서 그분들 입장을 충실히 담으려고 했는데 부족한 부분은 없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들이 법을 통해 보완되길 바라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어요.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 PD수첩 > 대선 특집을 준비하면서 각 후보별 공약 비교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때 유력한 후보들 공약 중 공통적인 게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부동산 정책이었어요. 그래서 누가 되든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많이 바뀌겠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규제 완화가 될 거란 기대감 때문에 수도권 부동산이, 특히 재건축 시장이 들썩인다는 소식이 들리더라고요. 그동안 억눌렸던 재건축 수요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동안 재건축 시장이 강한 규제로 침체돼 있었잖아요.

또 풍선효과로 떠오르던 것이 비교적 규제가 적었던 '리모델링 사업'입니다. < PD수첩 > 제보함을 들여다볼 때마다 주기적으로 이 리모델링에 관한 것이 들어왔어요. 제도적으로 대비해야 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도 함께 취재하게 됐습니다. 더불어서 이 시장이 얼마나 될까 하고 데이터를 살펴보니 2030년이 되면 서울과 1기 신도시를 합쳤을 때 절반 이상이 다 30년이 넘어간다고 합니다. 주변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 둘 중 하나는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겁니다. 심각성을 알게 됐죠. 이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 사실 재건축 시장이 저랑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이야기로 방송을 시작하셨잖아요. 
"원래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먼저 보고 있었고요. 그런데 단군 이래 가장 큰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4월 15일을 기점으로 멈춘다는 뉴스가 터졌습니다. 규모적인 측면에서도 최고 35층짜리 건물 85개, 1만 2천 세대. 그러니까 거의 미니 신도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그런데 이 공사가 멈춘 거죠. 이와 관련된 추가 비용이나 조합원들의 사정, 조합-시공사 간 공방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죠. '재건축 이슈를 취재하고 있는데 가장 큰 재건축 (시장)을 우리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생각보다 그 안에 대립하고 있는 구조들이 규모만큼이나 많고 복잡했어요. 취재한 내용을 방송에 짧게 녹여내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시청자들도 이해하시기 어려웠을 거예요."

- 보도로 접할 때와 현장에 갔을 때 차이가 많았을 것 같아요.
"그 규모가 일단 너무 컸고요. 우리가 카메라에 담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또한 다른 언론에서 많이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 중의 하나가 건설 노동자들이거든요. 사업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거기에 연계된 사람들도 4천 명이 넘습니다. 그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거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 때문에, 그러니까 고래 싸움에 정말 새우등이 터진 거죠. 4천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에 대해선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그런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 공사가 중단된 주된 이유는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 때문인데요.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2020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워낙 큰 공사이다 보니 계약서를 중간에 여러 번 수정했어요. 그 과정에서 2016년 계약서와 2020년 계약서가 있습니다. 지금의 공사는 2020년 계약서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합에서 '2020년 계약서는 무효다, 2016년 계약서대로 공사를 진행해 달라'라고 한 겁니다. 시공단(기자주- 시공사가 여러 개 있어서 시공단이라고 부른다)에서 '우리는 2020년에 이대로 계약 했으니 그대로 진행하겠다'라고 하는 거죠. 조합 측은 '그건 전임 조합장이 도장 찍고 나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계약서를 인정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거기에 담겨 있는 3조 2300억 원이라는 공사비에 대한 외부 기관의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2016년에 적혀 있는 2조 6700억으로 공사비를 진행하자'라고 한거죠. 2016년에 비해서 2020년 공사비가 5700억이 증가된 걸로 나와 있거든요. 조합에서는 그 증가분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시공단 측은 '우리가 공사비를 부풀린 건 아니고 이 공사비를 책정할 2016년에는 여러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아서 넉넉하게 잡은 거였다'라는 거예요. 다 끝난 일인데 조합에서 이것으로 공격하는 건 그냥 시공단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또 다른 문제는 뭐가 있나요?
"조합 측에서 마감재를 특정업체로 변경하라고 요구한 부분입니다. 시공단 입장에서는 '공시 시작 전에 이미 정리한 내용인데 이제 와서 왜 갑자기 바꾸냐? 우리가 발주 넣은 상황이고 우리도 협력사 간의 관계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건 무리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조합에서는 '우리는 좀 더 나은 마감재로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거다. 돈을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에 상응하는 부분은 우리가 돈을 더 주겠다. 그러니까 반영해달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양쪽 입장이 너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제가 판단하기 조심스럽죠."

- 결국 공사가 중단됐잖아요. 조합원들 입장은 어떤가요.
"사실 이런 사업은 조합의 간부나 조합장 주축으로 시공사와 협상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일반 조합원들은 총회가 열렸을 때 안건에 대해서 찬반 입장을 표명하는 것 외에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 조합원들은 '우리는 조합을 믿었고 시공사를 믿었을 뿐인데 조합과 시공사가 이렇게 싸우고 있으니 답답하다'라고 얘기하고 계십니다."

- 재건축 연한이 30년이잖아요.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런데 30년이 됐다고 해서 (재건축을)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해요. 단계가 A부터 E까지 있는데 아래 등급일수록 건물이 불안정한 겁니다. 안전진단에서 D 또는 E가 나와야 재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 대선 이후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데요. 
"방송에서 보신 것처럼 1기 신도시 위주로 재건축 얘기가 나오면서 타지에서도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분당 같은 경우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가격이 많이 올랐고요. 일산은 상승폭이 가장 큰 곳으로 보여집니다."

-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 관련, 차기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컸나 봅니다. 상징적인 인물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나 인수위에 있는 심교언 부동산 TF 팀장 등이 '규제 완화는 당분간은 없다. 그리고 규제 완화 폭탄이라고 일컫는 수준의 규제 완화가 극적으로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얘기 했더니 1기 신도시 주민들 위주로 난리가 난 거죠. 많은 뭇매들이 쏟아지니 인수위 쪽에서 진화에 나선 것 같습니다. 부동산을 잡는 것이 지난 정부의 숙원이었고 정권 교체에 큰 역할을 한 어젠다였죠. 그런데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니 인수위에서도 당황한 것 같아요."

- (아파트) 리모델링을 두고 입주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기도 하던데요. 
"쟁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단계별로 보면 조합 설립부터 보완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 찬성률이 66.7%가 되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거든요. 근데 문제는 조합이 설립되면 큰 권한을 갖는다는 거예요. 이동 세대를 결정한다거나, 놀이터를 3개로 할지 1개로 할지, 지하 주차장을 몇 층까지 만들 건지까지 다 조합이 결정하거든요. 하지만 조합이 아파트 단지 주민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절충안을 내기는 불가능하잖아요. 조합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 좋을 텐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불만족스러운 소수자가 발생하고 그들의 권리를 잘 챙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죠. 

그리고 한 번 더 조사를 해서 주민 전체의 75%가 동의하면 그때부터 사업할 수 있습니다. 75%가 동의하면 나머지 25%는 반대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75%가 넘어버리는 순간 25%는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매도 청구 소송이라는 단계를 통해서 강제로 집을 팔고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죠. 사실상 리모델링 조합이 어떠한 견제 없이 너무 큰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기의 권익을 챙기지 못하는 소수자가 발생하는 것은 제도상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 리모델링 조합에서 재건축 조합으로 변경은 불가능한가요?
"리모델링은 아파트가 15년만 되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고 재건축 조합은 아파트가 30년이 돼야 시작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러니 리모델링 조합을 먼저 세울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리모델링 조합이 먼저 선 곳에 재건축 조합이 들어설 수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한 단지에는 두 개의 조합이 존재할 수가 없어요. 재건축을 하려면 지자체에서 해당 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정비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리모델링 조합이 있는 곳은 이미 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 재건축에 대한 이슈가 워낙 뜨겁고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사람들 관심도 많고요.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하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으니까요. 이번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리모델링 특별법'을 발의한 어떤 국회의원을 인터뷰 갔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금 리모델링을 얘기하면 재건축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손가락질 받는다. '리모델링 특별법'을 발의하긴 했지만 방송에 알려지면 곤란해진다. 재건축 관련 1기 신도시 특별법에 관해서만 인터뷰하고 싶다'고요. 당황스러웠어요. 결국 방송에서는 편집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표심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을 방치하고 있는 거죠.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주제 자체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이라 양쪽 모두 불만이 많으시더라고요. 양쪽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섭외하는 것도 어려웠고, 그 갈등에 대하 뭐라고 판단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서 최대한 방송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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