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일본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후지산은 해발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일본인들의 영원한 영산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백두산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화산 활동이 가능한 활화산(活火山)으로 분류되며 언제든 대재앙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후지산을 두고 최근 올해 안에 후지산이 분화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과 언론의 심상치 않은 관측이 이어지며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만일 이 예상이 현실화 된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이웃나라인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7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예고된 재앙- 후지산은 폭발하는가'라는 부제로 후지산 폭발을 둘러싼 다양한 징후와 예상되는 피해를 조명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후지산을 둘러싼 이상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었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이현에서는 심해어종인 총길이 3미터의 대왕 오징어가 살아있는 상태로 해안에서 포착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심해어종인 대왕산 갈치가 이상하리 만큼 자주 목격된 전례가 있다. 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의 전조 현상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현재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에 대한 불안감으로 화산 대피용으로 특수제작된 쉘터(비상용 안전가옥)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가나가와-시즈오카 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후지산 화산방재 대책협의회에서는 후지산 폭발을 대비하여 작성한 피난계획 개정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동안 이 기관에서는 후지산이 폭발할 경우 발생할 피해와 범위를 산정했는데 이번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용암이 솟아오르는 폭발 예측 구역이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후지이 도시츠구 후지산 과학연구소장은 "후지산은 당장 내일이나 모레라도 분화할 수 있다"며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후지산은 역사적으로 781년 이후 총 17번 분화했고 약 100년주기로 분화했는데 1707년 호에이 폭발을 끝으로는 315년째 침묵중이었다. 후지이 소장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면 땅속에 마그마가 엄청나게 쌓일테니까 큰 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제작진은 후지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이자 산악 가이드인 구리바야시와 함께 후지산 북서쪽의 주카이 숲을 찾았다. 나무숲 안쪽에 위치한 후케츠 동굴에는 원래 일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빙으로 가득했지만 제작진이 찾았을 때는 동굴바닥이 드러날 만큼 얼음이 많이 녹아있는 상태였다. 구리바야시는 후지산의 마그마가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후지산 지하의 다수의 거대한 마그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마그마가 오랫동안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진단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용암은 점성이 높고 가스가 못빠져나간다. 가스를 못내보내니까 이것들이 집적이 되어있다가 폭발성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707년 후지산의 마지막 대폭발은 일본인들에게 재앙적인 피해를 안겼다. 고온의 부석과 화산탄은 전답과 가옥을 불태우며 인근 마을을 초토화시켰고, 인체에 유해한 화산재는 일본 동쪽으로까지 확산되어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후지산이 현대에 정말 다시 폭발한다면 그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2022년 1월 통가 해저화산 폭발 사태는 후지산 폭발임박설에 더욱 불을 당겼다. 당시 모습이 위성에서 관측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었고, 여의도만한 면적의 육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나의 섬이 두 개로 분리됐다.
 
놀랍게도 이 폭발은 무려 8천킬로나 떨어진 일본에게도 영향을 미쳐 1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해안가가 덮쳤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당시 일본 누리꾼과 교민들의 SNS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후지산 폭발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됐다. 비록 통가 해저화산 폭발이 후지산과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천재지변을 자주 겪는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통가 해저화산 폭발 사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우던 환태평양 조산대에는 전세계 화산의 80-90%가 집중되어 있다. 후지산이 있는 일본은 '불의 고리'에서 경계부근에 해당하기 때문에 바다 아래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손영관 경상대 지질학과 교수는 "일본 열도는 지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판 경계부에 있어서 불안정한 땅이다"라고 분석했다. 후지산 폭발을 둘러산 모든 풍문과 우려의 실체도 결국 바닷속에 있다.
 
물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전조 증상중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된 것은 없다. 그만큼 화산 폭발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은 후지산 외에도 전국적으로 100여개 이상의 화산이 산재해 있을 정도로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2014년 9월 온타케 화산 분화로 58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일본에서 화산폭발로 인명피해가 난 것은 23년만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는 눈앞까지 다가왔던 죽음의 공포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당시 온타케는 화산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산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폭발 지수 자체는 2022년 통가 해저화산이나 다른 대형 화산 폭발에 비하여 작은 규모임에도 인명피해가 많았던 것은 아무도 온타케가 폭발할지 예상하지 못했고 대비도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열도를 뒤흔든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4일 뒤인 3월 15일 후지산 인근의 시즈오카현에서 진도 6의 강진이 발생했다. 많은 이들은 당시 후지산의 폭발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가오 도시야스 도카이대 해양학과 교수는 당시 후지산의 상황을 "분화미수"라고 표현하며 "운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다카하시 마나부 리츠메이킨 대학교 역사도시방재연구소 교수는 후지산 폭발임박설의 핵심은 '지각변동'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열도는 4개의 판으로 둘러싸여있다. 이 4장의 판이 부딪치거나 가라앉으면 지진-화산폭발 등이 발생한다. 후지산은 이중 북미-필리핀-유라시아까지 3개의 판이 겹쳐지는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필리핀과 유라시아 해판이 만나는 난카이-도카이 지역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7.5에서 9.0에 이르는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바로 후지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판의 움직임이 후지산 스스로 분화하는 것이 아닌, "난카이 트로프(해저협곡) 대지진이 일어나면 그 여파로 후지산이 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해저에서의 이상 징후가 의심되는 현상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본 동해에서는 계절과 위치에 맞지 않는 정어리들의 대량사가 발생하는가 하면, 요코하마와 미우라 반도 지역에서는 원인 모를 악취가 발생한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이어져서 소방당국이 조사에 나섰으나 끝내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 전조 현상은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전조 현상일 수도 있지만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고 확인이 어렵다"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일본 기상청도 "현재로서 특별히 분화징후로 보이는 전조현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진에 대한 우려도 화산활동 감시는 지진만이 아니라 열, 증기가스, 지각변동 등 모든 관측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다만 화산의 현상이 전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며 전조증상 없이 분화하는 경우도 있기에 현재의 기술로도 정확한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폭발시점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면, 더 중요한 것은 폭발 이후에 피해규모를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과연 후지산이 폭발하면 일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 사례 등과 비교하여 일본도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구 역사상 화산폭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낸 것은 뜨거운 화산성 가스와 분진들이 혼합된 '화쇄류'였다.  후지산이 폭발하면 시속 수백킬로의 속도로 섭씨 5백-7백도의 화쇄류 모래바람이 불어서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다. 이승수 충북대 토목공학부 교수는 "만일 살아있는 인간이 화쇄류가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것이 인생에서 보는 마지막 풍경이 될 것"이라고 그 위험성을 설명했다.
 
후지산 폭발시 인근 마을로 화쇄류가 쇄도하여 2시간 안에 초토화시키고 가나가와 현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직경 70센티 이상의 고온의 화산석들도 주변에 낙하하여 큰 피해를 안길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에서는 화산재가 몇 센티만 쌓여도 철도와 도로 등 교통이 마비된다. 황을 포함한 화산가스는 비가 되어 내리면 전도성이 큰 황산이 되어 도시의 송전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화산폭발로 예상한 피해액은 2조 5천억 엔이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경제활동 마비-외지로의 피난 등 고려되지 않은 액수까지 감안하면 200조 엔 이상이 될 수 있고 이는 일본 정부의 한해 예산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의 화산 폭발이 우리 나라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까.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후지산은 편서풍 지대에 위치한 만큼 화산재가 발생해도 동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한국 쪽으로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화산폭발의 영향은 화산재만 있는 것이 아니다. 1707년 조선 숙종 33년, 일본의 마지막 후지산 폭발 당시 한반도에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한반도의 지진 활성화가 변한 사례가 있었다. 기상청이 관측한 리히터 규모 5이상의 지진은 동일본 지진 이후 2~3년에 1회별로 주기가 줄어들었고, 한반도 지진발생 빈도 자체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동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열도가 진원지 방향으로 4미터 정도 이동하자, 한반도를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도 덩달아 끌려가서 지각에 변동이 생겼다는 것. 끌려갔던 지각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려는 작용을 하다보니까 현재의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각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몇십 년, 몇백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전세계는 현재 경제적-사회적 체인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후지산 폭발로 일본 동부가 타격을 입고 생산활동이 중단되면, 중간재-자본재를 수입하여 제품을 제작하는 우리 나라도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화산재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아니더라도 간접적-경제적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것. 남의 일만이 아닌, 우리도 후지산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경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무라이 슌지 도쿄대 명예교수겸 지진예측전문가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조증상을 예측하고도 자칫 망신당할까봐 두려워 몸을 사렸다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 죄책감을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무라이 교수는 이후 SNS를 통하여 자신의 지진 연구결과와 예측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후지산 인근에는 많은 연구원들이 화산 폭발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지금도 자연재해 예방을 위하여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우리는 인간이 거대한 재난 앞에서 미약한 존재임을 실감했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가까이서 재난을 대비하고 맞서싸운 사람들이 있었다. 재난이 일어나지 않으면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재난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불행한 재해가 발생할 때 그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런 사람들의 수고 덕분일 것이다. 재난은 언젠가 누구에게든 갑자기 닥칠 수 있고, 그것을 준비하는 자와 외면하는 자의 차이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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