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현철

'2022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현철 ⓒ 백상예술대상


지난 6일, 넷플릭스 드라마 < D.P >에 출연한 배우 조현철이 '2022년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D.P.(Deserter Pursuit, 탈영병 체포전담조)와 병영 부조리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병영 부조리의 피해자인 조석봉 일병을 연기했다.

순수하게 만화를 사랑하는 '봉디쌤', 그리고 폭력이 낳은 탈영병, 이 두 얼굴을 탁월하게 연기한 그는 일제히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오랫동안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 드라마를 무대로 활약했고, 연출가로도 활약했지만 '조석봉'은 대중에게 그의 얼굴을 가장 크게 각인시킨 캐릭터다.

작품의 두 주연 배우(정해인, 구교환) 못지않게 이 작품의 중심축으로 평가받았던 그인 만큼, 그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어떤 시청자도 예상할 수 없었던 수상 소감이 나왔다. 그는 < D.P >를 함께 작업한 연출진,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한 후,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조금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다"라며 소감을 이어 나갔다.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음이라는 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 한 해 동안 내 첫 장편 영화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의 시간 동안 내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그리고 이경택 군,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아랑스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특히나 예진이, 영은이, 슬라바, 정모...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에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 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소란스러운 일 잘 정리하고 도로 금방 가겠습니다. 편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합니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가족에서 사회로

차분하게 감정을 누르고 자신의 아버지를 위로한 그는, 뒤이어 또 다른 이름들을 열거했다. 사측의 안전 규정 미준수로 인해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 변희수 하사, 학교폭력과 은폐의 피해자이자 조현철의 한일고등학교 후배였던 고 이경택 씨 등이 그들이었다.

'상봉동 진폐증 사건'의 피해자인 고 박길래 선생은 공장 밀집 지역에 거주하다가 14번의 재판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공해병 피해자로 받은 인물이다. 현재 투병 중인 조현철의 아버지 조중래 명지대 명예 교수, 조현철의 큰 아버지인 고 조영래 변호사가 이 투쟁의 과정에 동행하기도 했다.

조현철은 소중한 수상 소감의 시간을 떠난 이들에게 할애했다. 그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수상소감 속에서 삶과 죽음은 분절된 세계로 존재하지 않았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은 '사회 같은 것은 없다. 개인과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지만, 조현철의 수상 소감 속에서 개인과 가족, 사회는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이 태도와 사유가 주는 울림은 컸다.

그는 죽은 자와 남은 자, 가족과 타인을 모두 위로했다. 화려한 별들이 가득 모이는 대중문화의 축제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혐오의 언어가 고개를 들고 있는 시대, 그의 수상 소감을 앞으로도 여러 차례 꺼내 보게 될 이유다. 단연, 지금까지 만난 것 중 최고의 수상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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