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컬링팀이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컵'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왼쪽부터 김은지·설예은·김수지·설예지·김민지 선수.

경기도청 컬링팀이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컵'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왼쪽부터 김은지·설예은·김수지·설예지·김민지 선수. ⓒ The Grand slam of Curling


[기사 수정 : 12일 오전 9시 5분] 

2021/2022 컬링 시즌의 마지막 대회인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컵'에서 경기도청 여자 컬링 팀 '팀 은지'가 준우승의 기록을 썼다. 캐나다 올즈에서 현지시각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열린 챔피언스 컵에 출전한 경기도청 선수들은 한국 컬링의 그랜드슬램 도전 역사상 최고 타이 기록을 써냈다.

전세계 컬링 팀 중 최고의 팀들이 초청받는 '그랜드슬램', 그중에서도 챔피언스 컵은 각 시즌 투어 대회의 최종전이라는 의의 역시 지니고 있어 가장 높은 권위를 갖고 있다. 경북체육회 남자 컬링팀·춘천시청 여자 컬링팀 등의 팀이 그랜드슬램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적은 있지만, 챔피언스 컵에서 4강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청은 '천재 컬러' 김민지의 영입 효과를 든든히 봤다. 지난 4월 춘천시청을 떠나 경기도청으로 이적한 김민지 선수는 김은지·김수지 등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를 이뤄내며 이번 시즌 마지막에 웃는 한국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오랜 연패 지녔던 '팀 킴'도 이겼다

시작부터 좋았다. 경기도청(스킵 김은지·서드 김민지·세컨드 김수지·리드 설예은·핍스 설예지)은 챔피언스 컵 개막전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 강릉시청 '팀 킴'(스킵 김은정)을 만났다. '팀 킴'은 최근 국내·국제대회에서 경기도청을 상대로 연승을 기록하고 있어, 경기도청 선수들에게는 라이벌이면서도 천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경기도청 선수들에게 디메리트도 있었다. 김민지 선수가 스위스에서 열렸던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을 치르고 막 캐나다에 도착했던 터였다. 국가대항전을 막 뛰고 온 선수였기에 컨디션 저하도 우려되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8-4로 경기도청 선수들이 강릉시청을 꺾은 것이었다.

특히 경기도청 선수들은 동점 상황으로 이어지던 7엔드, 극적인 4점의 빅 엔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며 강릉시청을 완전히 꺾었다. 최근 몇 년간 '팀 킴'에 전적 열세에 놓였던 경기도청 선수들이 그런 열세를 딛고 간만의 승을 따내는 장면이었다.

경기도청은 김민지 선수가 라인업에 다시 합류했지만 이어진 경기에서 부진에 빠졌다. 캐나다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꼽히는 '팀 플뢰리'에 5-3으로 패한 데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했던 '팀 레이첼 호먼'에 7-5로 연달아 패하며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연패에 실망하지 않고 다시 경기를 이어나갔다.

지난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던 미국의 '팀 코리 크리스탠슨'을 상대로 9-4의 대승을 거둔 '팀 은지'는 역시 지난 세계선수권에 나섰던 캐나다와의 '팀 케리 에이나르슨'에 7-6으로 신승을 거두며 파죽지세의 형국을 보였다. 선수들은 3승 2패로 결선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같은 조에 속했던 '팀 킴' 선수들은 연승을 이어간 끝에 타이브레이크에 올라 '팀 케리 에이나르슨'과 만나 일전을 벌였지만 7-4로 아쉽게 패배하며 결선 진출이 불발되었다. 남자부에 출전했던 경북체육회(스킵 김창민·포스 김수혁)는 결선 진출의 문앞에서 '팀 건럭슨'에 패퇴해 결선 진출이 불발되었다.

결승에서 캐나다와의 리매치... 아쉬웠지만 새 역사 썼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앞서 예선에서 패배를 안겼던 '팀 트레이시 플뢰리'가 준결승으로의 길목을 막고 선 것. 하지만 경기도청은 초반부터 상대를 흔들어놓았다. 첫 엔드부터 4점의 빅 엔드를 먹고 들어간 경기도청은 4엔드에도 3점의 빅 엔드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다.

전반전에만 8점을 기록하는 경기 속에 트레이시 플뢰리 역시 경기를 채 끝마치지 못한 채 스톤을 내려놓고 악수를 청해야 했다. 준결승에서도 경기도청은 우승 후보로 꼽히던 스위스의 강력한 팀인 '팀 실바나 티린초니'를 만났지만, 스틸을 여럿 가져가는 전략 속에 5-4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캐나다 '팀 케리 에이나르슨'을 다시 만난 선수들은 분투를 이어갔다. 초반 '케리 에이나르슨'이 너무 앞서나갔다. 1엔드 득점과 2엔드 스틸을 섞어 석 점을 앞서나간 데다, 4엔드에는 넉 점의 빅 엔드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경기도청 선수들 역시 차근차근 따라가며 기회를 잡았다.

특히 선수들은 5엔드부터 7엔드까지 연속 득점을 가져가며 6-7로 한 점 차이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엔드였던 8엔드 '팀 에이나르슨'이 석 점을 가져간 끝에 10-6으로 준우승했다. 막판 상대 전략에 점수를 내준 것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로서는 세 팀만이 올랐던 그랜드슬램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앞서 한국 선수들이 그랜드슬램에서 결승까지 오른 것은 2017년 내셔널 대회 결승에 올랐던 경북체육회가 처음이었다. 이후 2019년 캐네디언 오픈에서 당시 김민지 선수가 스킵을 맡았던 춘천시청이 결승 문턱을 밟았고, 이번 '챔피언스 컵'에서 경기도청 5명의 구성원이 준우승을 합작하는 데 성공했다.

'은지민지' 듀오가 뜬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기대해
 
 경기도청이 그랜드슬램에서 '팀 케미'를 증명했다. 다음 차례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될 심산이 크다.

경기도청이 그랜드슬램에서 '팀 케미'를 증명했다. 다음 차례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될 심산이 크다. ⓒ 박장식

 
오랜 경험을 지닌 김은지 선수의 전략, 그리고 '천재 컬러' 김민지 선수의 과감한 샷 감각이 빛난 이번 대회였다. 심지어 이 감각을 다시 선보일 기회도 한 달 앞이면 다가온다. 6월 중순 열리게 될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즉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이야기다.

'팀 킴'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아성을 공고히 굳히고 있지만, 경기도청은 이번 그랜드슬램을 통해 전력 보강을 통해 2019/2020 시즌 이후 3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상황. 전북도청과 춘천시청 등 다크호스 팀들도 4파전을 치르게 될 국가대표 선발전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청은 그랜드슬램 대회 중 가장 권위가 높은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데다, 한국 컬링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김민지 선수의 합류 이후 지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불안정했던 팀 케미가 이번 대회에서는 완벽한 모습으로 재구성되었다는 데 이번 대회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은지민지' 듀오가 '팀 킴'의 공고한 위세를 깨고 국가대표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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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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