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개봉된 미국 영화 '분노의 역류 (Backdraft)'는 자타공인 최고의 소방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후 2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난 2019년 마침내 후속 편이 나왔지만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분노의 역류2'는 원작을 흉내만 내다 맥없이 주저앉아 버린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영화 <분노의 역류 2> 포스터

영화 <분노의 역류 2> 포스터 ⓒ Universal Pictures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숀 맥카프리(조 앤더슨 분)는 순직한 스티븐 맥카프리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시카고 소방서 스테이션 17에서 화재조사관(Arson Investigator)으로 근무하고 있다.

화재조사관은 "다 타버린 재속에서 진실을 찾는 사람들"로 보통은 화재진압에 대한 경험이 많은 소방관들로 배치된다. 참고로 텍사스, 시카고, 뉴욕 등 일부 주에서는 화재조사관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고 방화범을 검거하기도 한다.

스테이션 17은 시카고 소방서 화재 조사국 부국장으로 재직 중인 브라이언 맥카프리(윌리엄 볼드윈 분)가 관리하는 부서 중 하나로 브라이언은 숀의 작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숀은 그의 아버지가 입었던 'BULLS(아마도 미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를 의미하는 듯하다)'라고 적힌 방수복을 입고 혼자 일하는 것을 즐기는 고집불통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스테이션 17의 새로운 팀 리더인 캡틴(Captain, 우리나라 소방관 계급인 소방위와 소방경 중간 정도) 화이트는 숀에게 규정에 따라 현장에서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트너 매기 레닝과 함께 일하라고 말하지만 숀은 그런 화이트가 안중에도 없다.   

한편 할로윈 데이에 다섯 아이의 생명을 빼앗아간 폭발사고에 대한 조사를 위해 팀이 꾸려진다. 그렇게 숀과 매기는 팀을 이뤄 일하게 되고 숀은 단순히 경험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이론을 바탕으로 매기를 이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감독이 상당 부분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방화범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조사팀은 핼러윈 데이 방화 조건으로 상당 금액의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한 방화범의 진술을 확보하고 희대의 방화범 로널드 바텔로부터 단서를 얻는다.

숀과 매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다섯 아이를 숨지게 한 폭발사고 이면에는 여러 가지로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포착된다.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집의 주인인 헌터 내외가 실종되었으며 미 국방부 미사일 개발 하청업체였던 헌터의 회사에서 최근 화재가 발생해 미 연방 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ATF) 요원 쿤츠로부터 조사도 받은 사실을 확인한다.

미사일 프로젝트와 관련된 하드 드라이브의 행방을 찾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영화도 스스로 방향을 잃는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방화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한다. 현장에 있던 방화범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화재가 발생하고 가까스로 대피한 숀은 브라이언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방화범인 애드 콕스를 구하려다 순직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한편 누군가 숀의 집 침대에 폭탄을 설치하고 잠에서 깬 숀은 친구 제니를 통해 브라이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현장에 온 브라이언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숀을 구한다.

소방관의 순직을 애도하는 백파이프 소리를 뒤로 하고 화재조사팀이 한 곳에 모인다. 숀은 로널드 바텔로부터 테러리스트의 다음 타깃이 아마도 프로판 가스가 많이 모여있는 곳이 될 거라는 말을 듣고 한 위험물 창고를 방문한다.

거기서 사라진 프로토타입의 미사일을 발견하고 테러리스트와 싸우며 가까스로 더 큰 피해를 막아낸다. 화면이 바뀌고 숀과 제니는 또 다른 안식처를 찾아 떠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다 타버린 재로부터 진실을" 찾는 화재조사관의 역할을 통해 무엇을 입증하고 싶었을까?

한 시간 사십 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스토리를 산만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또 한편으로는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수고한 숀외에는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숀의 원맨쇼가 모두가 함께 빛이 났던 원작에 비해 힘을 갖기란 어려운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른 전문적인 평가는 평론가들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소방관이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소방관 별점: ★★☆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