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편집자말]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회피하지 않는다.
 
꿈을 펼쳐보지 못한 채 중년이 된 한수(차승원)와 은희(이정은)도, 험한 과거를 청산하고 홀로 아이를 키운 인권(박지환)과 호식(최영준)도, 10대에 임신을 하게 된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도 자신들의 삶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면서도 삶의 주체가 나 자신임을 결코 잊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이런 모습들이 주는 울림 때문일 테다. 
 
그런데 한 인물. 선아(신민아)만은 좀 다르다. 선아는 방긋 웃다가도 우울이 밀려오면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울이 찾아오면 선아는 자신의 삶을 우울에 내맡겨 버린다. 이런 위태한 모습은 결국 그녀를 이혼으로 내몰고, 아이마저 아빠에게 내어주는 상황을 초래한다.
 
우울을 이겨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좀처럼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아. 선아의 우울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선아는 이 우울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 tvN

 
선아의 우울이 낫지 않는 이유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만으로 선아가 우울해진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선아가 왜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6회엔 선아와 동석(이병헌)의 사연이 펼쳐졌다. 대리기사를 하던 동석은 우연히 선아를 손님으로 태우고 둘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동석이 선아의 집을 방문했을 때 선아의 집엔 당시 애인이었던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동석이 "남자 있어?"라고 묻자, 선아는 "없어. 헤어진 전 남친"이라고 둘러댄다. 선아의 이 말엔 공허함과 슬픔이 묻어났다.
 
나는 바로 이 슬픔이 결혼 후 더욱 짙어졌고, 결국 우울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선아의 남편은 연애할 때부터 선아를 '도구적'으로 대했을 것 같다. 4회 남편은 우울에 빠져든 선아에게 주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바탕 나무란다. 집안을 치우지도 않고, 아이도 잘 돌보지 않는다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선아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에선 한 사람으로서 선아를 존중해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편에게 선아는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로만 존재할 뿐이다. 
 
사람을 도구로 여기는 남편의 모습은 6회 양육권과 관련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났다. 남편은 가사조정관이 "왜 아이를 아빠가 키워야 하나요?"라고 묻자 "엄마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이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까 제가 밖에서 편하게 일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답한다. 이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아이의 양육권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자식마저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남편은 다른 대부분의 관계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여왔을테다. 그리고 선아는 이를 오랫동안 느껴오면서 온전한 사랑과 존중을 갈망했을 것이다. 동석이 사진 속 남자에 대해 물었을 때 "전 남친인데 다시 만날지 몰라서 사진을 두었다"라며 선아는 아리송하게 답한다. 이 말은 복잡한 마음이 잘 담긴 표현이었다. 선아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사랑하는 이 남자가 정말 애인인지 아닌지 헷갈렸을 것이다. 

선아는 아프고 우울해짐으로써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달라는 사인을 계속해서 남편에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선아의 남편은 결코 존재 자체를 보아주지 않는다.
 
 선아는 동석과 짧지만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선아는 동석과 짧지만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 tvN

 
'아이없이 살 수 없다'는 선아의 마음
 
이런 선아에게 아이는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을 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6회 가사조정관이 선아에게 "왜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하냐요?" 라고 물었을 때 선아는 "저는 열이 없으면 못 살아요. 열이가 있어야 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는 선아가 살아가는 힘은 바로 열이의 조건없는 사랑이었음을, 동시에 선아가 이런 조건 없는 사랑과 존중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때문에 선아는 우울의 늪에서 헤매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활짝 미소 짓고, 아이의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던 것이다. 선아가 결혼 전, 우연히 재회한 동석과 훌쩍 바다로 여행을 떠났던 것도 아무런 역할이나 기대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석이 뺨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하자 선아는 동석을 떠나버린다. 이는 로맨틱한 관계로의 발전이 선아가 갈구하던 '순수한 만남'을 변질시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런 선아에게 가사조정관이 찍어 온 화면 속 아이의 말은 무척이나 잔인한 말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아파. 그래서 나랑 못 놀아."(6회)
 
선아는 이 말에 크게 휘청인다. 사실 아이에게는 자신을 도구적으로 대하는 아빠뿐 아니라, 자신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 역시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선아는 아프기 때문에 아이가 필요한 엄마이고 이는 아이가 엄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되고 만다. 아이의 이 말은 그토록 도구화되기를 거부했던 자신이 아이를 도구로 삼고 있음을 깨닫게 했을 것이고, 이는 선아를 더 깊은 우울로 끌고 간다.
 
선아의 우울이 의미하는 것
 
선아는 충격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제주로 간다. 그리곤 바다에 빠지는데 선아는 이를 '실족'이라 한다. 하지만, 빠지는 순간 구조신호를 보내지도 않고 살아 나오려는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족을 가장한 자살시도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선아는 다시 동석을 만난다(7회). 동석은 선아의 속 마음을 알아차리고 선아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매몰차게 떠나버린 선아에 대해 미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동석은 선아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걱정해준다.
 
자신의 존재를 걱정해주는 동석의 이 같은 마음은 아마도 선아가 그토록 남편에게 갈구했던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자하는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8회 동석은 선아에게 '살아 있냐' 라고 문자를 보낸다. '어' 라는 신아의 답문에 동석은 '됐어, 그럼' 이라고 답한다.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 날 동석의 메시지는 아마도 선아의 텅 빈 마음을 조금은 채워줬을 것이다.
 
그 후 선아는 임신하고 집을 나온 뒤 아파하는 영주와 스치는데 먼저 나서 "도와줄까요?"라고 묻는다. 그리곤 영주가 원하는 만큼 도움을 주고, 영주의 임신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자신의 내면에 갇혀 있던 선아가 영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있다는 신호라 볼 수 있다.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동석의 메시지는 선아에게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느낌을 갖게 했을 것이다.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동석의 메시지는 선아에게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느낌을 갖게 했을 것이다. ⓒ tvN

 
선아의 남편은 선아가 우울을 극복할 의지가 없다며 나무란다. 현실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아처럼 우울에 빠져 지내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선아의 남편과 비슷한 충고들을 한다. 노력을 하라고, 스스로를 존중해야 남도 존중해주는 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존재다. 어릴 적 아기가 양육자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가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알아차리듯이 말이다. 선아에게 혹은 선아처럼 우울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다.

이런 존중의 눈빛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존중도, 삶에 대한 의지도 생기는 법이다. 드라마 속 제주 푸릉마을 사람들이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아웅다웅 싸워도 서로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선아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걱정해주는 동석과,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는 푸릉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울한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지 않을까? 앞으로 펼쳐질 선아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 속 우리에게 필요한 존중이 어떤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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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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