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리조(왼쪽)와 해리 스타일스(오른쪽)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리조(왼쪽)와 해리 스타일스(오른쪽) ⓒ Coachella

 
지난 2주 동안, 음악팬들 사이 최고의 화두는 단연 팬데믹을 지나 3년 만에 돌아온 '코첼라'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은 1999년부터 시작된 종합 뮤직 페스티벌이다. 매년 20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코첼라를 즐기기 위해 사막을 찾는다.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재결합도, 다프트펑크와 비욘세의 기념비적인 명공연 역시 이곳에서 펼쳐졌다.

올해 코첼라는 4월 15일부터 24일(현지 시각 기준)까지, 2주에 걸쳐 펼쳐졌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lish),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와 위켄드(The Weeknd)가 헤드라이너를 맡았고, 150팀 이상의 뮤지션들이 공연에 나섰다.

이 공연은 코첼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되었다. 화려한 영상 예술을 선보인 마데온(Madeon), 팬을 무대 위로 불러내 함께 노래하는 영국 래퍼 데이브(Dave),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관객들과 함께 떼창을 펼치는 캐나다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등. 현장의 공기가 방구석까지 전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국내에서도 여러 페스티벌의 재개가 예고된 지금, '돌아온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미리 경험해보기에도 충분했다.

투애니원부터 에스파까지... 메인 스테이지 오르다.
 
 지난 4월 23일(현지 시각),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한 에스파

지난 4월 23일(현지 시각),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한 에스파 ⓒ SM 엔터테인먼트

 
이번 코첼라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가 있다면, 그 어느때보다 한국 뮤지션들의 비중이 큰 페스티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주차인 지난 4월 23일(현지 시각), 에스파(닝닝, 윈터, 카리나, 지젤)가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과 함께 에스파는 블랙핑크와 투애니원에 이어 코첼라 무대에서 공연한 세번째 한국 걸그룹이 되었다. 에스파는 2022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대표곡 'Next Level'을 비롯, 'Black Mamba'와 'Savage', ''aenergy'' 등을 선보였다.

미발표곡 'Life's Too Short' 역시 이곳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코로나 19 시대에 데뷔한 그룹인 에스파로서는 처음 만나는 함성과 떼창이었다. 에스파의 멤버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화색을 드러냈다. 코첼라의 수만 관객들은 에스파의 안정적인 라이브와 춤동작에 열광했고, 디귿(ㄷ) 모양을 그리는 'Next Level'의 춤을 따라 추기도 했다.

아시아 뮤지션, 더 이상 조연 아니다
 
 지난해 88 라이징이 개최한 'Head In the Clouds 페스티벌'

지난해 88 라이징이 개최한 'Head In the Clouds 페스티벌' ⓒ 88 라이징

 
한국인 뮤지션을 제외하고도,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아시아 뮤지션들의 비중이 큰 해였다. 에스파와 투애니원은 모두 음악 레이블 88 라이징의 특별 무대인 'Head In The Clouds Forever'를 통해 코첼라 무대에 섰다. ('Head In The Clouds'는 88 라이징이 2018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이름이기도 하다.)

88 라이징은 일본계 미국인인 션 미야시로가 설립한 레이블이다. 래퍼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과 죠지(Joji) 등이 소속된 이 레이블은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크게 내세운다. 한국의 청하와 비비, 서리 등을 영입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첫번째 아시아 히어로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하기도 했다. 션 미야시로 대표는 '메인스트림이 담아내지 못하는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여러 인터뷰에서 고백한 바 있다.

올해 코첼라에서는 '88 라이징'은 에스파와 투애니원에도 다양한 아시아 뮤지션들을 미국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88 라이징에 영입된 비비가 윤미래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역시 88 라이징에 영입된 갓세븐 출신의 잭슨 왕이 등장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고, 일본 대중음악의 전설인 우타다 히카루 역시 깜짝 등장해 'First Love' 등의 명곡을 불러 음악팬들을 놀라게 했다.

88 라이징의 무대 이외에도, 올해 코첼라에서 아시아 뮤지션들의 존재감은 컸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일본계 영국인 뮤지션인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 등이 팬들을 열광시켰다. 한국의 힙합 그룹 에픽하이는 2016년에 이어 6년만에 다시 코첼라 무대에 섰다.

지난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했을 당시, 주연 배우인 시무 리우의 과거 트윗 글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는 훌륭했다. 이제 아시아계 미국인 히어로는 어떻냐?'는 글을 농담 삼아 올렸다. 그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겠지만, 수년 후 스스로 마블 영화의 첫번째 아시아 주인공인 '샹치'가 되었다.

이처럼, 아시아의 뮤지션들은 영미권의 거대한 페스티벌을 동경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시아 뮤지션들은 더 이상 관전자에 머물지 않고, 그 무대의 주인이 되어 가고 있다. 돌아온 코첼라는 그 현주소를 증명한 무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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