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제 2개월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 3차 대전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피해는 오롯이 무고한 민간인들이 받게 되는 것이 전쟁의 비극이 아닐까 싶다.
지난 19일 MBC < PD수첩 > '전쟁의 진실, 인사이드 우크라이나'에서는 분쟁 지역 전문가인 김영미 PD와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진이 공동취재한 전쟁 중의 우크라이나를 전했다. 과연 우크라이나인들의 일상은 무사한 걸까.
끝나지 않는 전쟁, 약자가 고통받는다
▲ 유리의 아버지와 이웃 주민들은 아무 죄 없이 죽어야 했다. ⓒ MBC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성한 곳이 없다. 많은 건물이 손상된 것은 물론이고 도로조차 성치 않다. 키이우의 한 쇼핑센터는 지난 3월 20일 러시아군의 고정밀 미사일을 수직으로 맞아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당시 매몰된 이들 중에는 사망한 이들도 많았다. 당시 러시아는 해당 쇼핑몰이 무기를 보관하는 창고라고 확신을 하고 폭격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창고는, 당연히 없었다.
14살 소년 유리의 아버지는 아무 이유 없이 러시아군의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그 마을 사람들은 유리의 아버지처럼 아무 죄 없이 죽어야 했는데, 여기가 바로 '부차 학살'이 일어났다고 알려진 도시 부차다. 410여 명의 민간인이 그렇게 죽었다. 고문의 흔적도 발견된 만큼, 이러한 반인륜적인 행위에 전 세계가 분노했다. 전시였음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전쟁 범죄다. 물론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정했다.
함락이 임박한 우크라이나의 도시 마리우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먹고 마실 것도 부족해서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든 상황. 마리우폴을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에바리사는 "그들이 우리를 죽이고 싶었으면 죽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민간인은 건들면 안 된다는 국제협약인 제네바 협약이 이미 있지만, 전쟁은 언제나 민간인의 삶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걸 러시아의 이번 침공이 보여주는 듯하다. 에바리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많은 민간인이 받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그런 일이 없었다거나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본인들을 방어하면서 책임을 돌리기에 바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임산부는 가짜고, 실은 배우라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실제로 아이를 출산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정치적 야욕은 어디까지 뻗게 될까
▲ 푸틴에게 이 전쟁은 '특수 작전'이며, 초강대국 러시아를 향한 발걸음이다. ⓒ MBC
마리우폴은 상징적인 도시다. 마리우폴을 점령하게 되면 러시아는 2014년 강제합병했던 크림반도부터 돈바스까지 이어지는 영토를 얻게 되는 것인데, 이는 흑해 연안의 80%를 확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푸틴이 공공연히 제국 부활, 소련 부활의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이 전쟁을 통해 모두가 두려워하는 초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하기가 힘들다.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 전쟁을 '특수 작전'이라고 전달하거나, 현지에서 군인들이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보다 축소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중 천 만 명 정도가 난민이 되었다는 비극적인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되는 걸까? 아직 알 수는 없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을 거라는 예측과는 반대로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는 점도 이 전쟁을 예측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건, 대부분의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삶은 그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전쟁이 벌어진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소용돌이쳤으니까 말이다.
제작진이 만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사연을 품고 있다.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의용군들 역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던 예전의 세상을 떠올리며 전장으로 나가고 있다. 그들이 조금은 더 빨리 평화와 일상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