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법으로 해결 못하는 부분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해 해결한다. 시청자나 관객은 그걸 보고 통쾌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린 그걸 히어로라고 부르며 환호한다. 그런데 그게 현실에서 등장한다면 정의일까 아니면 일탈일까?

지난 8일 KBS 1TV에서 <시사 직격> '법 대신 나선다!-온라인 사적 제재, 정의인가 일탈인가' 편이 방송되었다. 중고차 사기 사건을 해결해 주는 유튜버 이승원 대표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온라인 사적 제재 사례들을 통해 이것이 가지는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 보았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1일 '법 대신 나선다!-온라인 사적 제재, 정의인가 일탈인가' 편을 공동 연출한 신민섭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신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왜 피해자가 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 봐야"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8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법 대신 나선다!-온라인 사적 제재, 정의인가 일탈인가' 편을 공동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이게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인데 저와 같이 한 이승민 선배가 아이템을 냈어요.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되게 유튜브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걸 가지고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어서 재밌게 했습니다."

- 사적 제재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이건 이승민 선배가 아이템을 잡은 거예요. 제가 듣기로 예전에 '배드 파더스' 관련해서 양육비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 신상 공개하는 운동 있잖아요. '배드 파더스'가 새롭게 활동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승민 선배가 그거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 했어요. 근데 이미 <시사 직격>에서도 다루기도 해서 고민을 하던 중에 사적 제재라는 방향으로 봤던 것 같아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취재는 정인이 사건 관련해서 편지 공개한 유튜버들과 막창집 성추행 논란부터 나눠서 취재했어요. 중고차 연락은 맨 처음 넣었었는데 사정상 미뤄져서 촬영 자체가 늦게 됐고요. 그러면서 전문가들 얘기 들었습니다."

- 사적 제재 기준을 어떻게 한 거예요?
"일단 억울한 피해자가 있어야 되는 것이고 잘못한 사람이 있어야 되는 것이죠. 또 그거 관련해서 억울함이 사법기관을 통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다른 누군가가 직접 나선 게 사적 제재라고 봐야 되겠죠."

- 그러면 이게 영웅으로 볼 수도 있나요?
"피해자들이나 비슷한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신들을 도와주는 개인이 영웅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사회 전체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게 맞느냐죠.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왜 피해자가 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와 제도나 시스템 개선 고민을 했어야 되는 거라고 보고요. 그래서 누구의 시각에서 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 이승원씨 이야기로 시작하셨던데 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시청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사례로 택했어요. 사적 제재라고 하면 거부감이 어쩔 수 없이 들기 때문에 '왜 법 대신 너가 나서냐'란 의문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일단 그걸 불식시켜줄 수 있고 동시에 요즘 사적 제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로 이해하기 쉽게 소개할 수 있는 사례가 중고차 사례였던 것 같아서 그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 PD님은 이승원씨 처음 알았을 때 어떤 생각이었어요?
"저도 처음에 섭외를 위해서 유튜브를 봤을 때는 이 사람을 어떻게 봐야될지 의문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유튜브에서 보는 건 되게 욕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위협도 해요. 그 과정에서 이승원 대표가 보이는 모습이 제가 보기에는 무섭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이 사람이 하는 행동이 정의롭고 피해자들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피해자들 역시 그렇게 느끼니까 개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얘기를 들어보니 경찰에 신고를 접수해서 중고차 피해 사건을 해결하려면 쉽지 않더라고요. 비록 이 사람이 조금 거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해자를 도와주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승원씨가 하는 거에 불법은 없나요?
"조금 애매하죠. 찾아가서 고함 지르고 언성 높이고 혼내는 걸 유튜브에 보여주잖아요. 모자이크를 한다고 해도 일종의 공개적으로 망신 주기 하는 것인데 그걸 불법이라고 볼 여지도 있을 것 같고요. 불법이 아니더라 해도 이러한 방식이 맞느냐는 의문은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죠. 그런데 해결이 됐잖아요. 피해자나 그 피해자에 공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문제가 해결된다고 효능감 느끼는 거잖아요."

- 불법성이 있는데 문제가 해결됐다면 그게 맞을까요?
"딱 잘라서 맞다거나 틀리다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요. 이런 사람이 지금 제도 안에서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역할을 해준다는 걸 부정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중고차 사기 사건 관련해 사법기관이 모든 걸 책임 져주지 못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개인 활약으로 자정 작용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긴 하나 여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계속 제가 말하는 건 개인의 어떤 행동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되고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 계속해야 된다고 봐요."

사적 제재의 그림자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1TV

 
- 해결사를 자처하는 개인 방송이 얼마나 되나요?
"저희가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는데요. 참교육, 정의 구현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쭉 나오더라고요. 중고차 관련해 이승원씨 포함해서 제가 본 것만 해도 대여섯 개 되거든요. 그러면 다른 분야 다 합하고 하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어차피 유튜브로 돈 벌려고 아닌 거 아닌가요?
"모든 사람 행동의 동기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그 사람이 인터뷰에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홍보의 목적도 있을 것이에요. 실제로 홍보가 잘 되니까요. 그러니 정의감만을 위해서 사명감을 위해서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죠. 그러나 그가 하는 행동이 피해자들을 실제 돕고 있잖아요. 만약에 피해자들을 돕지도 못하면서 그 사람들 이용해 자기 홍보하면 문제가 될 수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유튜브 홍보하는 건 그래도 자연스러운 행위 아닌가 해요. 우리가 너무 그 사람에 대해 순수하고 정의롭기만을 바라는 건 또 무리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 정병호(가명)씨는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게 신문고와 비슷한 거라고 하던데 맞을까요?
"저는 적절한 비유였다고 생각해요.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그거에 대해서 해결할 수가 없을 때 온라인에 올릴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온라인에 글을 올린 이후 사건이 해결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그 신문고 역할과의 유사성은 있다고 봅니다."

- 그러나 그거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온라인 사적 제재의 그림자는 반드시 있죠. 저희가 마지막 부분에서 다뤘던 게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폭로했을 때 무고한 피해자들이 입는 상처에 대해서 다뤘고요. 그다음에 또 미처 다루지 못했던 것은 만약 잘못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걸 법과 제도를 통해서가 아닌 온라인에 폭로를 해버리는 게 맞느냐에 대한 질문도 우리가 했었어야 됐는데 그 얘기까지는 못 간 게 아쉽기는 해요.

결국 이건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서 과도한 공격을 받을 위험이 큰 것이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저지른 죄와 그가 받는 처벌이 불균형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하나 폭로하게 되면 잘못한 사람에 대해서 모든 관심이 쏠리잖아요.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건 잘못한 사람의 처벌과 책임을 지우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스템의 개선이라든지 피해자들을 위한 방편을 같이 고민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누가 누가 이런 잘못을 했어요'라고 하면 가해자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버리는 것도 건강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의문도 있긴 있어요. 그건 계속 고민해봐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를 위한 게 아닐 수도 있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1TV

 
- 조두순에 대한 얘기도 나오잖아요. 사적 복수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희가 미처 쓰지 못했던 인터뷰 중에 사적으로 복수하는 게 일견 통쾌할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피해자가 원한 것도 아니었고 피해자의 동의 구하고 찾아간 것도 아니었잖아요.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 거주지가 분리되어서 조두순 출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정작 이사 간 건 피해자 가족들이었잖아요.

또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세상에서 언급되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조두순을 찾아가서 공격한 건 피해자가 바라는 걸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공격한 것이었잖아요. 그런 공격함으로써 사건에 대해 다시 환기를 시켜버렸잖아요.

저는 이게 불법인 것도 불법인데 피해자를 위한 것 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안 됐어요. 이게 개인의 사명감이 잘못 발현되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의 행동을 지지하는 건 우리 사법 체계와 조두순의 미약한 처벌에 대한 불만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죠."

- 국가가 할 일을 안 하니까 사적 제재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해요.
"국가가 해야 될 일을 안 하는 경우도 있고요. 법과 제도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멀게 느껴져서 그런 걸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예를 들어서 막창집 사례처럼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한다든지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하는 행동을 했을 때. 따지고 보면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주고 도와준다는 걸 사람들이 와닿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분명 빈 구멍이 있기 때문에 사적인 제재는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 법의 허점인지 아니면 다른 건가요?
"법이나 수사기관의 허점일 수도 있죠. 중고차 사건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그걸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이 나타나는 것이었고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뭐냐면 법과 제도는 있긴 한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억울하고 법을 통해 해결하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죠. 특히 약자의 입장에서는 더 하기 힘든 거잖아요. 법에 허점이 있기도 하고 법이 너무 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PD님 생각엔 온라인 사적 제재, 정의인가요 아님 일탈인가요?
"뭐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일시적으로 정의로울 수 있죠. 하지만 분명 위험한 측면도 있죠. 또 그런 사적 제재에만 의존하는 것은 전체 사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래서 온라인 사적 제재를 사회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하는 촉발점 역할을 한다면 좋겠는데 만약 온라인 사적 제재에 단순히 열광하고 끝난다면 열광하고 사회에 발전적인 도움은 안 되지 않을까 해요. 그러면 정말 나중에는 일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왜냐하면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통쾌하게 느껴지긴 하잖아요.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정말 법과 절차를 통해서 문제 해결하는 거에 거부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겠죠. 근데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피해자들 얘기를 듣다 보면 특히 약자들 입장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욱 어렵잖아요.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 그러면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취재 자체라기보다는 사적 제재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을 어떻게 우리가 결론 짓고 어떤 식으로 얘기를 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 고민의 결론은 나왔나요?
"조금 펑퍼짐하게 나오지 않았나 해요. 온라인 사적 제제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거에 기대는 사람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죠. 그렇지만 위험한 부분은 분명히 있으니 온라인 사적 제재가 사회의 발전적인 방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자는 정도인 거죠."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온라인 사적 제재는 분명 사이다거든요. 근데 사이다 마시고 시원하다고 자꾸 마시면 몸에 안 좋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우리 사회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온라인 사적 제재를 계기로 법의 허점을 정비하든 아니면 온라인 사적 제재를 일종의 시민사회 운동이나 공론장 활성화의 계기로 삼든 좀 더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신민섭 시사 직격 사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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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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