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디록 밴드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의 'Heat Wave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인디록 밴드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의 'Heat Wave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1995년,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이 발매와 동시에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이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중음악 시장이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와 같은 '핫 샷 데뷔(발매와 동시에 차트에 1위로 진입하는 것)'는 점점 익숙한 일이 되고 있다. 충격적인 뮤직비디오에 힘입은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This Is America', 틱톡 챌린지를 내세운 드레이크의 'Tooth Slide',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의 'Butter'도 핫샷 1위 데뷔를 이뤄낸 곡들이다.

핫샷 데뷔에 익숙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역주행'의 사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4주 이상 빌보드 핫 100 1위를 점령하고 있는 영국 인디록 밴드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20년 6월에 발표된 이 곡은 첫 발매로부터 59주가 지난 3월 12일,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여러 국가의 싱글 차트, 스트리밍 차트를 석권했다. 최근 발표된 곡들을 통틀어 가장 주기가 긴 역주행이다.

글래스 애니멀스는 'Heat Waves'의 히트에 힘입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이들을 신인 밴드라 부르기는 어렵다. 2012년 첫 EP를 발표했고, 2014년에는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밴드다. 이미 충분한 경력이 쌓인 밴드다. 글래스 애니멀스는 다양한 장르를 엮어내는 인디록/팝 밴드다. 미니멀한 신스 비트와 간드러지는 데이브 레일리의 보컬이 중독성을 자아낸다.

이 곡을 프로듀싱하고 작사 작곡한 보컬 데이브 베일리는 "이 노래는 당신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고, 패배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강해져서 슬픔을 삼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글래스 애니멀스가 뒤늦게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는 데에 있어, 숏폼 플랫폼인 틱톡의 역할은 컸다. 'Heat waves'가 커플의 모습을 담은 영상에 배경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누가 '역주행'할지 알 수 없다
 
 신인 가수 게일(GAYLE)의 'abcdefu'는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 힘입어 빌보드 핫 100 차트 3위에 올랐다.

신인 가수 게일(GAYLE)의 'abcdefu'는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 힘입어 빌보드 핫 100 차트 3위에 올랐다. ⓒ 워너뮤직코리아

 
글래스 애니멀스가 쾌거를 올리고 있는 동안, 2004년생 신인 여성 가수 게일(GAYLE) 역시 의미 있는 역주행을 이뤘다. 게일(GAYLE)의 'abcdefu'는 2021년 8월에 발매된 곡이지만, 이 곡이 조명받은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2021년 8월 발매된 이 곡은 발매로부터 5개월 이상 지난 2022년 1월 18일,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권(9위)에 진입했다.

게일은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의 'Good 4 U'처럼 팝펑크 사운드 위에서 과격한 어조로 전 남자친구를 저격한다. 이 곡 역시 틱톡 등의 숏폼 플랫폼에서 1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바람을 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노래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틱톡이 팝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19년을 강타하면서 빌보드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Old Town Road' 역시 틱톡 영상으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곡이다. 릴 나스 엑스는 '틱톡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자신이 이 플랫폼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 뿐 아니라, 오래전 히트했던 노래가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 역시 있다. 켈리 클락슨이 2011년 발표했던 'Stronger(What Doesn't Kill You Make You)', 심지어 1970년대 '블록버스터 밴드'로 불렸던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 역시 틱톡을 통해 재조명받았다. (플리트우드 맥은 이 열풍에 부랴부랴 틱톡 계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누구든 즉석에서 간단하게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이 콘텐츠가 밈(meme)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틱톡의 매력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틱톡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양권의 뜨거움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기 전 등장하는 자극적인 광고, 그리고 '중국산 플랫폼' 자체에 대한 거부감 등, 틱톡에 대한 반감 정서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일까. 팝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주행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틱톡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숏폼 플랫폼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오늘날의 팝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노래가 수개월, 혹은 수년의 시간을 넘어 선택받을지, 더욱 예상하기 힘들게 되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