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장애인 차별 철폐 연합의 지하철 시위가 주목받으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한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발의된 건 15년 전인 2007년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에 막혀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1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차별금지법, 15년 표류기' 편이 방송되었다. 최근 이슈인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날 방송은 차별 경험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차별금지법이 표류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7일 '차별금지법, 15년 표류기' 편 취재한 임현정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임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차별금지법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조금 다루기 힘든 내용이기도 했고 아직 이 법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끝내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합니다."

- 차별금지법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다루게 되셨나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차별금지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됐었던 게 15년 전인데 아직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임기 내에 차별금지법이 정말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나요.
"우리 주변에 어떤 차별들이 있나부터 살펴봤어요. 지인들한테 어떤 차별을 경험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길거리 인터뷰도 시도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차별 경험을 돌아보는 단계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왜 차별이 존재할까요?.
"다른 사람이 겪는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해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를 할 수 없잖아요. 이해하지 못하고, 살기 바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궁금해하지 않게 되는거죠. 그런데서 차별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방송을 시작하셨어요. 
"장애인 이동권 문제로 방송을 시작했던 건 사실 최근에 있었던 일이기도 했고 또 장애인 차별금지법이라는 게 존재함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이 이동권에 있어서 문제를 겪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제일 최근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하위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어요. 왜 지금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우선 예산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예산 분배 문제는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되더라고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하고 또 일반 시민들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 빨리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프로볼링협회가 프로 선발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잖아요(여자는 만 40세, 남자는 만 45세).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프로볼링협회는 '시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프로볼링 협회의 경우에는 나이 차별과 성차별의 문제가 둘 다 있었어요. 시정 명령이 강제성을 가지진 않아요. 그럼에도 시정 명령 하는 건 형사처벌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하나의 기회를 주는 거거든요. 이런 차별이 있다는 것을 자각시키고 한번 시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사실 저는 강제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게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시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따르지 않는 건 인권 의식 문제라고 봅니다."

- 시민 100명에게 차별 경험 있는지 물으셨잖아요. 왜 그렇게 한 건가요?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차별을 경험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차별이라는 게 특정한 사람이 겪는 경험이 아니라 누구나 차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유학생 간 충돌도 벌어졌어요. 이슬람에 대한 혐오인지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혐오인지 모호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저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라고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백인들에 대한 감정과 무슬림에 대해 갖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고, 실제로 다르다고 느꼈어요. 이슬람에 대한 혐오라는 게 무지나 공포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미디어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슬림은 테러를 일삼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모습이잖아요.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공포가 혐오가 되고 또 결국에는 차별로 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까지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없다고 하던데요.
"우리나라가 다문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자체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 국가로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외국인에 대한 낯선 시선이 있기 때문에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마련되지 못한 거로 생각합니다."

- 외국의 경우는 차별금지법이 있나요?
"일단 OECD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서는 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상태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유엔에서도 우리나라에 몇 차례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를 해 왔고요. 유럽연합 같은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나라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차별금지법이라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에 대해 공격이 많았나 봅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으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문자 테러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여론도 애매하죠. 왜냐하면 모두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찬성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니까 의원들도 그런 공격에 더 노출되고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 차별금지법 반대론자들의 핵심 주장은 동성애 조장이잖아요. 왜 유독 동성애를 문제 삼을까요. 
"일부 보수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조장한다면서 반대를 하는 건데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교리와 어긋난다는 게 근거거든요. 그분들에게는 성경의 교리,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예요. 그런데 사실 성경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냐는 부분에 있어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기는 해요. 성경이라는 게 오래전에 쓰인 것이기 때문에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다르게 읽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아무래도 성경을 읽는 방식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 방송 보니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교회에선 적용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공공 서비스의 영역인데 사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말했다시피 교회나 종교는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말씀에까지 차별금지법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재계는 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걸까요?
"재계에서는 아무래도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성소수자든 고루 뽑아야 된다는 거잖아요. 이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고 또 그들을 채용하지 않았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대하는 것 같아요. 사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게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차별이 있었을 경우에만 내려지는 것이고 무작위로 쉽게 내려지지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기업들은 지레 겁을 먹는 거죠."

- 취재할 때 어려운 부분은 뭐였나요?
"우선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더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취재하면서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분들, 찬성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어봤어요. 반대의 목소리에 저도 일부 공감했고, 또 수용해야 할 점도 있다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법이 아니에요. 위협적인 법이라기 보다 사회에 아주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법이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인권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 법이 어떤 법인지, 그리고 내 옆에 이웃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차별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차별에 노출돼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취재했는데 방송엔 담지 못한 내용이 있나요?
"'구투 운동'이라고 해서 여성들이 구두를 신고, 불편한 옷을 입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취재를 했는데 방송에 나가지 못했어요. 백화점이라든지 호텔 프론트라든지 주변을 둘러보면 여성과 남성의 의복이 다르다는 걸 쉽게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불편하게 하이힐을 신어야 하고 몸에 딱 맞는 치마를 입어야 하고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저희가 취재를 했는데 그 부분이 나가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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