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 (주)인터파크


2022년의 봄이 한창이다. 음원차트에는 몇 주 사이에 나온 신곡들이 즐비한데 그 사이엔 거의 10년 전인 2013년 10월에 나온 노래 하나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자우림의 정규 9집 < Goodbye, grief. >의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다. 

아시다시피 이 곡의 역주행은 최근 종영한 동명의 tvN 드라마 때문이다. 배우 김태리와 남주혁이 그린 희도와 이진의 첫사랑 이야기가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의 내용마저도 드라마의 서사와 일치하는 이 노래가 2022년의 플레이리스트에 다시금 이름을 올린 것이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된 정서는 뜨겁고 아름다웠던 청춘을 그리워하는 감정이다. 그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청춘을 지날 그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에 지나고 난 후에 후회도 되고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

물론 드라마에서 중년이 된 희도가 과거를 후회하거나 그리움에 심각하게 잠기는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나는 그런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들은 자우림의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가 그런 심정을 무척이나 잘 대변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놀랐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이렇게 시작한 노래는 2절이 되어서 같은 멜로디에 조금 달라진 가사로써 되풀이된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딱 한 글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꽃'이 '너'로 바뀌었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김윤아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청춘의 순간에 내 곁에 있어준 그 사람이 간직한 아름다움, 그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봄꽃의 찬란함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한 글자의 미묘함이 이 곡에 회한의 정서를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너를 다른 무엇도 아닌 봄날의 꽃에 비유했기에 이 노래는 이렇게도 슬퍼진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데 또한 너무 빨리 진다는 게 꽃이 지닌 슬픔이므로.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 tvN

 
사실 청춘을 봄에 비유하는 건 진부하지만 이 노래가 그럼에도 진부하지 않은 건, 봄의 기쁨 이면에 있는 슬픔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봄에 피는 꽃이 아름답다고 그래서 참 좋다고 단편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곡은 많지만, 그것이 그렇게나 아름답다는 걸 사무치게 알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처럼 입체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곡은 드물다. 이런 게 자우림 곡들의 매력이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소개글을 읽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당신(이라는 청춘)은 어딘가에서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나의 부름은 결국 너라는 존재의 의미에 가닿지 못한다. 청춘의 비극은 이러한 존재와 의미의 간극 속에서 탄생한다. (중략). 9집의 키워드는 '좌절'과 '죄의식'이다. 현실에 대한 좌절과 떠나간 누군가에 대한 죄의식은 청춘이라는 시절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청춘의 찬란함과 행복함보다는 청춘의 비극, 좌절, 죄의식을 조명하는 자우림의 시선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건 왜일까. 그건 청춘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진실한 것이 결국 가장 큰 위로이므로. 나 역시 20대 초반의 시절을 떠올리면 마냥 좋은 감정이나 행복감보다는 아쉬움이나 후회의 감정이 더 크게 몰려온다.  
 
우 -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우 -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난다. "노래가 되게 서럽네"라고 적은 한 리스너의 댓글이 눈에 띈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래들으면 드라마 생각나 울컥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들을 때마다 감회가 참 새롭다. 처음엔 그냥 드라마 서사가 생각나는 풋풋한 사랑 노래 같았는데, 이제는 그 시절의 나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등등. 그 중에서도 나는 이 댓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고, 슬펐다.   

"청춘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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